[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쟁절차(법정관리)를 밟으면서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에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경쟁사인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반사이익을 얻으며 대형마트 업계가 2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온라인 위주 소비 트렌드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오프라인 시장 전반에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 홈플러스 위기 속 반사이익과 외형 확장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마트 주가는 지난 4일 7만6000원에서 연일 상승하며 7일(8만7900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마트 주가가 8만500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여만이다.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 주가는 17일 기준 6만6300원으로 4일(6만2500원) 대비 6.08% 올랐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점이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이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에 슈퍼마켓 부문 매각 재추진, 홈플러스 점포 추가 매각, 적자 점포 폐점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기존 홈플러스 고객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마트 132개 매장 중 홈플러스와의 영업 경합지는 70개 정도로 이마트는 최소 5%의 매출 증가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며 “홈플러스 납품 중단으로 인해 재고 처리가 필요한 제조업체에 대해 이마트가 협상력 우위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점 또한 수익성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과 무관하게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영업환경 차질이 발생해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마트 업계는 홈플러스가 대규모 할인 행사인 ‘홈플런’ 등을 진행 중이어서 현재까지 매출에 큰 변화는 없지만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는 분위기다.
반면 홈플러스의 위기 속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올해 들어 외형 성장을 재개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마곡점이 지난달 영업에 들어가며 포문을 연 가운데 올 상반기 중 이마트 고덕강일점, 하반기 트레이더스 구월점 개점을 각각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규 점포 부지 5곳을 추가로 확보해 오는 2026년 2개 점포, 2027년 3개 점포를 각각 개점하는 것이 목표다.
롯데마트는 지난 2020년부터 수익성 중심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해 왔다. 비효율 점포를 폐점하며 2019년 125개에 달하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10개 점까지 줄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1월 6년만의 신규 점포인 천호점을 개점한 데 이어 구리점 개장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 쇼핑 성장세···대형마트 경쟁력 저하
홈플러스 사태로 대형마트 시장 자체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기점으로 구매 채널이 이커머스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대형마트의 경쟁력은 구조적으로 이전보다 약화된 상태다.
대형마트는 이커머스 업체에 소비자를 빼앗긴 데다 높은 고정비 부담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인한 비용 증가까지 겹치며 수익성 악화까지 직면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작년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이 50.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온라인과 백화점, 편의점 등의 매출은 상승했지만 대형마트만 유일하게 감소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41조290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통 기업 중 처음으로 연 매출 40조원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 모든 백화점 판매액(40조6595억원)과 대형마트 판매액(37조1779억원)을 뛰어넘었다.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공세도 매섭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와 테무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는 각각 912만명, 823만명으로 쿠팡(3302만명)에 이어 나란히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한국인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결제한 금액은 각각 3조6897억원, 6002억원으로 추정된다. 두 업체의 합산 결제 금액은 전년(2조3228억원) 대비 85%가량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이 생선이나 삼겹살과 같은 신선식품을 구매할 때 오프라인 매장을 많이 찾고 있다”면서 “오프라인 매장에는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체험적·공간적 요소가·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시장이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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