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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지난 13일 박문성 해설위원이 운영하는 축구 유튜브 ‘달수네 라이브’에 출연해 남다른 축구 사랑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숫자 17이 적힌 옷을 입고 나온 그는 “케빈 더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크리스티안 로메로(토트넘 홋스퍼)의 번호”라며 시작부터 축구 사랑을 드러냈다.
그는 “드디어 소원을 성취했다”며 “출연하고 싶다고 했는데 홍보팀이 말렸다.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허락해 줬고 한 번쯤은 원하는 방송에 나가고 싶었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평소 열렬한 축구 팬으로 알려진 봉준호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유로파리그(UEL),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분데스리가, 라리가에 이어 K리그까지 시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중계로 봐야 좋은데 그러지 못할 때가 많아 하이라이트와 클립 위주로 본다”며 “제한된 시간에서 축구를 봐야 하기에 특정 리그·팀을 응원하기보다는 현시점에서 아름다운 플레이를 볼 확률이 높은 걸 택한다”고 기준을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미키 17’과 축구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말했다. 영화의 원작 소설은 ‘미키 7’이나 영화에서는 ‘미키 17’로 바뀌었다. 봉준호 감독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더브라위너 등번호에 영향을 받은 게 맞다며 “영화 쪽 인터뷰에서는 다르게 말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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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티모(스티븐 연), 카이 캇츠(아나마리아 바르토로메이) 배역 이름도 각각 티모 베르너(토트넘), 카이 하베르츠(아스널)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말했다. 그는 “‘티모’가 독일어로 ‘사기꾼’이라는 뜻도 있다”며 “스티븐 연 캐릭터와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 쓰는 첫날 이름 짓는 일을 하는데 어렵다. 외국 캐릭터는 더 그렇다”며 축구선수 이름을 참고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작품으로 애니메이션을 하는데 강인한 여자 교수 캐릭터 이름은 라카제트”라며 알렉상드르 라카제트(올림피크 리옹)에서 따왔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로 영화와의 접점을 말했다. 그는 경기 직관보다 TV 중계가 더 좋다며 “경기장에서는 샷이 나뉘지 않아 답답하다”면서 “똑같은 슛도 카메라 각도에 따라 다르다는 걸 느낀다. 특정 앵글로만 기억되는 역사적인 득점도 다른 각도면 어떨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우를 데리고 연출할 때 동선, 카메라 앵글을 신경 써서 연출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며 “축구에서 숙련된 카메라 감독과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파괴력을 이길 수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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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촬영 때 배우들과 축구 용어인 ‘4-4-2’ 얘기를 많이 했다며 “부잣집 4명, 가난한 집 4명, 지하실 2명”을 의미했다고 떠올렸다. 또 ‘미키 17’의 촬영이 영국에서 이뤄지면서 촬영하다가 모이면 스태프들과 축구 얘기만 했다고도 말했다.
끝으로 봉준호 감독은 손흥민을 향한 응원을 전하며 “토트넘이 UEL 결승에 가면 입 중계를 하겠다”고 재출연 의사를 밝혔다.
봉준호 감독의 ‘달수네 라이브’ 출연 2회 차 방송은 오는 21일 업로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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