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는 그 기묘한 생김새와 독특한 풍미로 미식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해산물이다. 껍질 없는 모습이 바다의 민달팽이를 연상케 하는데, 쫄깃한 식감과 바다 향은 군소를 단순한 해산물을 넘어선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 널리 알려진 식재료는 아니지만 남해안과 거제도 어민들에겐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별미다. 최근 유튜브 먹방과 방송을 통해 주목받으며 새로운 미식의 세계로 떠오르는 군소에 대해 알아봤다.
군소는 연체동물문 복족강에 속하는 해양 생물이다. 머리에 뿔처럼 생긴 두 개가 나 있다. 이 때문에 영어 이름은 ‘바다의 산토끼(Sea hare)’다. 보는 각도에 따라 정말 토끼처럼 보이는 까닭에 어촌에서 구전되는 별주부전에 토끼가 바다에 눌러앉아 군소가 됐다는 이야기가 들어가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바다에 사는 돼지 같단 이유로 '물토새기'로 불린다.
몸길이는 보통 20~30cm까지 자란다. 큰 개체는 40cm에 이를 때도 있다. 번식 방법이 특이하다. 자웅동체인 군소는 짝짓기를 마치고 나면 양쪽 모두 알을 밴다.
군소는 약 2만개 정도의 신경 세포와 간단한 신경 회로망을 갖고 있는데,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에릭 캔들 교수는 군소를 이용해 학습과 기억의 세포 메카니즘을 밝혀 2000년에 노벨상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군소는 위협을 받으면 독이 든 보라색 먹물을 내뿜는다. 서양에선 이 먹물을 보라색 염료로 썼다.
한국 전 연안에 걸쳐 분포하는데, 경남 거제도, 통영, 남해안 일대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 지역의 바위틈이나 해조류 사이에 붙어 살며, 주로 해조류와 작은 유기물을 먹고 산다. 수온이 올라가는 봄부터 여름, 즉 5월에서 7월이 제철이다. 이 시기에 군소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이 가장 풍부해진다. 겨울철엔 활동이 줄어 몸집이 작고 맛도 덜하다.
군소를 요리하려면 손질부터 신경 써야 한다. 갓 잡은 군소는 갈라서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궈 모래와 점액질을 제거한다. 점액이 미끄럽고 끈적여 손으로 잡기 힘들 수 있다. 물에 소금을 뿌려 문지르면 쉽게 씻긴다. 가장 흔한 조리법은 삶아 먹는 것이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10~15분 정도 삶는다. 너무 오래 삶으면 고무처럼 질겨지니 시간 조절이 중요하다.
삶은 군소는 껍질이 없어 손으로 뜯거나 칼로 썰어 먹기 좋게 준비한다. 쪄서 먹어도 된다. 찜통에 20분 정도 두면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거제도 어민들은 고추장 양념에 무쳐 매콤하게 먹기도 한다. 생으로 먹는 경우는 드물지만, 얇게 썰어 회로 즐기는 이들도 있다.
맛은 군소의 매력 포인트다. 먹으면 쫄깃쫄깃하고 달짝지근하면서 쌉싸래한 맛이 어우러진 묘한 맛과 함께 바다 내음이 입안 가득 퍼진다.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느껴진다. 어떤 이들은 군소에서 다시마를 말린 듯한 향이 난다고 표현한다. 내장이 섞이면 쓴맛이 강해진다. 그래서 내장과 알을 제거한 뒤 먹는 게 일반적이다. 지역마다 맛에 대한 평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거제도 주민들은 "소라보다 진한 맛"이라 하고, 통영에선 "씹는 맛이 일품"이라 말한다. 삶는 시간과 양념에 따라 맛이 달라져 요리법에 따라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경상도 해안지방에선 혼례나 회갑 잔치 때 군소 꼬치를,명절이나 제사 때 군소 산적을 상에 올린다고 한다.
다만 맛을 두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해조류를 먹고 사는 동물 특유의 비린내가 난다. 스펀지를 씹는 듯한 독특한 식감에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군소가 입에 맞지 않은 이들은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하기도 한다. 최근 먹방 유튜버들이 군소 손질과 요리를 도전하며 인기를 얻어가고 있지만, 독특한 풍미 때문에 여전히 특정 미식가들의 전유물로 남아 있다.
먹을 때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군소는 독성이 있는 부위가 포함돼 있어 내장과 알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이 부위에 독소(테트로도톡신 비슷한 성분)가 축적될 수 있다. 섭취 시 구토, 복통, 심하면 신경 마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제철이 아닌 가을이나 겨울엔 독성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한다. 손질할 때 점액질을 깨끗이 씻어내지 않으면 비린내가 남을 수 있다. 신선도가 떨어지면 맛이 변하고 배탈을 일으킬 수 있으니 잡은 즉시 조리하는 게 좋다. 삶은 뒤에도 오래 두면 질겨지니 바로 먹는 걸 추천한다. 잘못 요리하면 질긴 타이어 맛이 나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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