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기업가 정신 이어질 수 있길... 벤처 1세대 황철주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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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기업가 정신 이어질 수 있길... 벤처 1세대 황철주의 고민

머니S 2025-03-17 06:00:00 신고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지난달 27일 용인 R&D 센터에서 자신의 경영 철학을 말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지난달 27일 용인 R&D 센터에서 자신의 경영 철학을 말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기업 승계로 부를 대물림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혁신 기업을 일군 기업가 정신과 DNA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반도체 장비 업계 선구자이면서 벤처 1세대로 꼽히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나이도 어느덧 60대 중반에 접어 들었다. 평생 좌우명으로 새긴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후대에도 잇고 싶지만 고민이 많다. 글로벌 경쟁은 치열해 지고 과거 답습에서 이어진 기업 규제는 줄어 들 기미가 없다.

황 회장은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세우고 반도체 D램 커패시터용 ALD(원자층증착) 제조 장비를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세계화를 실현했다.

국내 대표 벤처 1세대로 꼽히며 10대 벤처기업협회장을 맡는 등 벤처 생태계 발전과 기업가 정신 확산에 열과 성을 다했지만 이를 지속하기엔 한국 기업의 경영환경이 척박한 것이 현실이다.

황 회장은 지금의 기업 승계는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업의 승계라고 강조했지만 이 같은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자식에게나마 기업가 정신을 이어가게 하고 은퇴하고 싶다고 황 회장은 말한다. 전문경영인은 한 해의 실적만 중시하지만 창업가들은 경영 철학과 혁신 DNA를 전수해 더 나은 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들 황은석 미래전략실 사장은 오는 3월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황 사장의 승계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보지만 황 회장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당장 자리를 물려준다고 해도 본인이 원하는 것 같지 않다"면서 "편한 길을 나두고 평생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이 큰 것 같다"고 했다.

"규제는 많고, 세계적인 경쟁에서도 이겨야 하고, 일하는 사람은 없다"

항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지난달 27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항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지난달 27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빈민국 모방경제에서는 인·허가의 기득권만 있으면 쉽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착한 약자들이 빵을 위해서 노동의 고통을 극복하고 기능을 혁신함으로써 노동 생산성을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황 회장은 "어렵고 힘들고 리스크(Risk) 있는 일을 극복하려는 청년들이 많이 사라졌다"면서 "이런한 환경 속에서도 기업이 성장하려면 세계 1등을 이기고 그 자리를 지켜야 하고 최고로 이익을 창출해 근로자들의 경제적 여유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선 기업가가 모든 것을 극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황회장은 "과거에는 근로자들의 노동 혁신만으로도 사회와 기업의 성장 동력이 마련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업가가 모든 어려움과 리스크를 극복해 내고 세계 경쟁력도 갖춰야 하는 시대"라면서 "새로운 성장은 1%의 혁신과 99%의 신뢰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할 때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방경제 시대에선 근로자들에 의한 99% 모방으로 성장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기업 환경이 과거와 180도 바뀌었다"면서 "아무리 훌륭한 발명과 큰 혁신도 99% 이상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고 만든 결과"라고 했다. 이어 "현재는 과거의 99%가 성장 동력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고 하지 않았던 1%의 혁신을 통해서만 성장이 가능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또 "혁신은 10년 이상의 어려움과 리스크를 극복할 때만 가능한데 이 과정을 견뎌내는 것이 리더십이고 기업가들이다"라며 "이러한 기업가들이 5000만명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고 했다. 혁신하는 기업가들에게 갈채를 보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혁신과 투자는 10년 이상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오너 경영에서만 가능… 세계 1등으로 가는 길

지난달 27일 만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자신이 직접 고안한 슬로건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지난달 27일 만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자신이 직접 고안한 슬로건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고되고 힘든 길이지만 승계 작업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잇는 일은 왜 중요할까. 황 회장은 미래지향적 기업 문화를 세우기 위해선 책임경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회장은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도 거대 기업이 많이 무너졌다"며 "이는 10년 이상 투자를 지속할 수 없는 전문 경영인들의 경쟁구도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 회장은 "세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오너의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며 "오너 경영인은 10년을 보고 투자하지만 전문 경영인은 1년만 본다"고 봤다. "사모펀드 등 기업이 다른 이들에게 넘어가면 혁신 대신 당장 성과에만 집착한다"며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엔 투자하고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혁신을 만들 수 있다"고 부연했다.

황 회장은 벤처기업가들이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만든 기업이 10년, 2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혁신, 신뢰를 위한 협업이 전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의 혁신이 아무리 뛰어나도 99%의 신뢰가 없다면 가치를 발휘하기 어렵고, 99%의 신뢰도 1%의 혁신이 없으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며 "성공하려면 1%의 혁신과 99%의 신뢰를 위해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회장은 "무언가를 선점하려면 협업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팀워크는 신뢰에서 기반한다"며 "혼자 잘나서 세계적인 기업은 될 수 없다"고 역설하며 "1%의 혁신과 99%의 신뢰를 위한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0년 넘게 한국 벤처산업계를 종횡무진한 황 회장은 여전히 새벽 4시30분 일어나 아침부터 직원들과 회의를 한다. 일은 고생이 아닌 행복을 찾는 길이라고 하는 그는 "후세에 한국의 혁신 기준을 만들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국내 벤처 생태계의 성공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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