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그의 백악관 복귀는 "글로벌 기후 행동에 커다란 타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가장 중요한 글로벌 기후 협약이라 불리는 '파리 기후 협약'에서 미국을 탈퇴시켰다. 미국 과학자들이 국제 기후 연구에 참여하는 것을 막고 미국의 전기차 판매 목표도 폐지했다고 한다.
또한 새로운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자 했던 전임 대통령의 시도를 "그린 뉴 스캠(사기)"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기후 문제에서 발을 빼는 행보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핵심 광물 거래를 성사시키려 했다. 또한 핵심 광물이 풍부한 그린란드와 캐나다에도 큰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핵심 광물 조달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주요 관심사였다. 핵심 광물은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친환경 기술 기반 제조업 같은 또 다른 주요 사용처도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광물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이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 효과?
"트럼프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일론 머스크는 친환경 전환에서 핵심 광물이 가진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의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흑연(전기차)과 리튬(배터리), 니켈(로켓) 같은 핵심 광물에 크게 의존하는 기업이다.
엘리자베스 홀리 콜로라도 광업대학 광업공학과 교수는 국가마다 핵심 광물 개념이 다소 다르지만 보통은 희토류와 리튬 같은 금속이 핵심 광물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23년만 해도 리튬 수요가 30% 증가할 정도로 핵심 광물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주로 청정 에너지와 전기차 부문의 급속한 성장에 힘입은 결과다.
국제에너지기구 역시 20년 내에 이들 산업이 리튬 수요의 약 90%, 코발트 수요의 70%, 희토류 수요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머스크는 3년 전 트위터에 핵심 광물 확보에 대한 우려를 담은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리튬 가격이 미친 수준으로 치솟았다! 비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테슬라는 대규모 직접 채굴 및 정제에 뛰어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또 광물 매장량은 부족하지 않지만 이를 추출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글도 썼다.
글로벌 경쟁에서 미국의 위상
희토류 및 핵심 광물(코발트, 니켈 등)에서 미국의 입지가 취약하다는 점은 2023년 12월 미국 정부가 발간한 보고서도 지적한 사실이다. "미국은 현재 중국에 대한 의존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 때문에 핵심 광물 및 희토류 자원 공급망에 대한 정책적 접근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보고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방물자 생산이 점차 중단되고 다른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제조가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친환경 기술이 가진 경제적 기회를 발 빠르게 포착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약 10년 전에 앞으로의 추세가 어떻게 될지 판단하고 재생 에너지뿐만 아니라 전기차 개발을 전략적으로 추진해 지금은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밥 워드 런던정경대(LSE) 그랜덤 기후변화 및 환경 연구소의 정책 책임자의 말이다.
시장 조사 기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서 가격 부문을 이끄는 데이지 제닝스 그레이는 핵심 광물은 지질학적으로 그 분포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국가에 경제적 투자 가치가 있을 정도의 매장량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리튬과 같은 광물은 지구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하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매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채굴 프로젝트에서 물류 비용이 아주 많이 발생한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처럼 전 세계 공급량 대부분을 거의 한 국가가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제닝스 그레이는 이러한 조건 때문에 해당 국가에 자연재해나 정치적 불안이 발생하면 가격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통해, 핵심 광물 공급량을 키웠다.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중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는 가공(또는 광물을 암석의 다른 원소와 분리하는 과정)이다.
워싱턴 DC에 있는 '전략 및 국제 연구 센터'에서 핵심 광물 안보 프로그램 책임자를 맡고 있는 그레첼린 바스카란은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은 약 60%를 차지하지만 가공은 거의 90%를 차지한다"며 "이 분야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경제와 무역에서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한 지 며칠 후 중국 정부가 흑연과 텅스텐을 포함한 20개 이상의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규제로 반격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크리스토퍼 니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응용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핵심 광물에 열을 올리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은 중국이 가공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가공 단계는 비즈니스 마진도 높기 때문에 중국은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친환경 기술을 지원할 수도 있다는 점은 "행복한 우연"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미국이 이 분야에서 수익을 얻을 정도까지 올라서기에는 이미 늦은 것은 아닐까?'이다.
미국에 대한 엄중한 경고
밥 워드 LSE 교수에 따르면 초창기만 해도 친환경 전환은 국가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다 2022년 8월,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부터 태양광 패널에 이르기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에 세금 공제 및 대출, 여러 인센티브를 주는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을 도입하며 녹색 기술 산업을 적극 지원했다.
싱크탱크 '클린 인베스트먼트 모니터'에 따르면 2024년 8월까지 미국 친환경 산업에 4930억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그레이는 핵심 광물 채굴 같은 업스트림 과정(채굴이나 추출 등)을 지원하기 위한 작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제조업체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과정인 다운스트림 제조 공정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이제 핵심 광물 업스트림 과정에도 초점을 맞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
"IRA는 우방국으로부터 제품 공급과 무역만을 제한하는 많은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그레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술을 바꾸어 미국에 빚을 진 국가들로부터 핵심 광물 협정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행정 명령의 조짐
향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광물 행정 명령"을 통과시켜 이것에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백악관에서 감지된다고 말한다.
행정 명령에 정확히 어떤 세부 내용이 담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 사안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빠른 허가 및 가공 공장 건설 투자를 포함해 미국 내에서 채굴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가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작업들이 진행 중이지만, 윌리 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 정부가 광물 공급망 구축의 기술적 복잡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광산과 가공 시설 건설에는 10년이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정책이자 명백히 기후 친화적인 정책인 IRA 유지를 반대해 왔다. 그러나 많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 목표를 하나의 메가 법안에 담아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인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어떤 형태로든 이를 유지하도록 설득중이다.
'클린 투자 모니터'의 분석에서는 공화당이 장악한 주들이 지난 18개월 동안 77%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니텔 MIT 박사는 IRA를 통해 배터리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현재 "배터리 벨트"로 떠오른 조지아 같은 주에서는 이러한 세제 감면이 해당 산업 존속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산업을 존속시키지 않으면 2년 내에 재선에 도전해야 하는 미국 의원들의 정치 생명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2026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에게 단 한 석이라도 내주게 되면, 공화당은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어 주요 법안 통과 능력에 지장을 받게 된다.
칼 플레밍은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재생 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 자문위원회' 고문을 역임했다. 현재 로펌 '맥더못, 윌 앤 에머리'에서 클린 테크 및 에너지 분야 자문역을 맡고 있다. 그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여전히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제 사무실은 그 어느 때보다 바빴는데, 이는 IRA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작년 이후 4배로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는 화석 연료 일부 확대와 더불어 IRA 중 일부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정말로 미국 우선주의 및 에너지 안보를 위해 노력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합니다. 태양광 발전을 유지하고 배터리 저장 시스템을 계속 이용하면서 천연가스를 더 추가해 미국의 에너지 생산능력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나 밥 워드 LSE 교수는 미국의 입장이 불확실하다는 것이 기후 문제 대응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서 미국이 빠졌다는 것을 위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사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파리 기후 협약을 이끌어낸 방법입니다."
기후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히 환경주의자가 아니다. 그가 환경이 아닌 경제적인 부분에서 치적을 쌓는 데 관심이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물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기후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그는 경제적 유산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는 무엇이며, 트럼프가 원하는 이유는?
- 미 국가안보 보좌관 '트럼프 매우 실망한 상태 … 젤렌스키는 광물 협정에 서명해야'
- 트럼프, 푸틴과의 휴전 협상 "좋았고 생산적이었다"
- 미국, 우크라이나는 신속 휴전 요구에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
- 푸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조건 제시
- 미국의 군사 지원 중단이 우크라이나에 의미하는 바는?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