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을 챙기는 것이 곧 완성도를 높이는 것임에도 현실은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으로 제품을 완성한다. 특히 PC 케이스라는 제품에서 완성도 100%를 달성하기란 몹시도 고약한 일이며, 동시에 내로라하는 전문가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트렌드 변화의 간극이 짧다.
어떤 때에는 스타일을, 또 어떤 때에는 기능성을, 혹은 마감을 따져야 하는 이 분야는 어느 하나도 수월하게 넘어가기 어렵다. 그 점에서 시장에 주목해야 할 신생 브랜드 싸이번(CYBUNE)의 출사표는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얼굴마담 성격의 첫 모델, 싸이번 Edge CV-Z9 케이스를 마주한 순간, 단순히 "좋다, 나쁘다"의 이분법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곧바로 깨닫게 된다.
그만큼 많은 부분을 신경 써서 만들었다. 단호하게 말하자면, 자체적인 훌륭한 상품성이 곳곳에서 돋보인다. 색상은 두 가지다. 화이트와 블랙, 시장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컬러만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브랜드의 명운을 좌우할 첫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선택 역시 상당한 고민의 결과였을 터.
단순히 하나의 케이스로 이름을 올릴 것인가? 아니면 케이스 시장에서 새로운 획을 그을 다크호스가 될 것인가? 싸이번 Edge CV-Z9 (블랙) 케이스의 면면을 지금부터 공개한다. 참고로 후자에 기대를 걸어도 좋다. 우선, 요즘 출시되는 케이스와 달리 제법 튼튼하다. '낭창낭창'한 느낌은 1도 없다. 탄탄한 기본기 위에 스타일과 기능성을 균형 있게 얹은 제품이다.
◆ 싸이번 Edge CV-Z9 (블랙) 케이스
① 규격 & 호환성
미들타워, ATX / M-ATX / M-ITX 지원
표준-ATX 파워, 최대 250mm 장착 가능
VGA 최대 430mm, CPU 쿨러 최대 180mm
② 외관 & 디자인
강화유리 측면 패널, 전면 패널 강화유리
부분 먼지 필터 적용
③ 쿨링 & 확장성
기본 4개 LED 팬(후면 120mm x1, 내부 측면 120mm x3)
수랭 라디에이터: 상단 최대 420mm / 360mm, 측면 240mm, 후면 120mm
저장장치: 8.9cm 베이 2개, 6.4cm 베이 1개 (최대 3개)
수평 PCI 슬롯 7개
④ 입출력 포트
USB 3.x (5Gbps), USB C타입 (10Gbps)
⑤ 크기 & 기타
238mm x 483mm x 503mm, 하단 후면 파워 장착
팬 컨트롤, RGB 컨트롤 지원
유통사: 싸이번
1. '각'을 지우다. 어떻게? 매끄러운 곡선미
일반적인 케이스는 모서리 부분의 '각'으로 완성된다. 그렇다 보니 철판을 90도로 접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싸이번 Edge CV-Z9는 이러한 설명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케이스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곡률 반경(R)'이라는 개념을 호출해야 하며, 직접 측정한 값은 대략 3.5cm다. 전면과 후면의 모서리 곡률이 3.5cm 전반적으로 사각형 대칭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날카로운 각을 완전히 제거했다.
고층빌딩에서 각을 없애면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아 내구성이 증가하는 것처럼, 케이스에서도 각을 줄이면 구조적인 강성이 향상된다. 제조사 입장에서 절곡(철판을 접는 방식) 처리는 생산이 용이하고 비용이 절감되는 방법이다. 그러나 곡률을 유지하는 것은 제조 난이도를 높이고 단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즉, 싸이번이 이러한 설계를 선택했다는 것은 제품 완성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적인 결정임을 암시한다.
곡선미는 싸이번 Edge CV-Z9의 대표적인 특징이며, 이를 통해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해진다.
전면 강화유리부터 후면까지 유려한 곡선을 살려 디자인적인 감각을 더했다. 실제 제품을 마주하고 손으로 두드려보면 얇고 울림이 큰 철판 특유의 '텅텅'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다. 두드릴 때 느껴지는 단단함과 무게감은 일반적인 케이스보다 두꺼운 철판이 사용되었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곡률이 강조하는 부분은 단순한 미적 요소에 그치지 않는다.
후면은 철판을 이용해 곡률을 구현했기에 상대적으로 제작이 쉬운 편이지만, 전면 패널은 강화유리로 제작되었다. 전면 좌측과 전면 패널 전체에 4T(4mm) 두께의 강화유리가 적용되었으며, 이를 3.5cm 곡률 반경으로 가공했다. 유리는 본래 힘을 가할 경우 쉽게 깨지거나 균열이 발생하는 소재이기 때문에, 이러한 곡률을 구현하는 과정에서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싸이번은 왜 어려운 공정을 감수하면서까지 곡선을 강조했을까?
바로, 싸이번 Edge CV-Z9가 추구하는 본질인 '파노라마 쇼케이스' 때문이다.
제품은 최근 PC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트렌드, 즉 'MOD(튜닝) PC를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완성하는 것'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갖췄다. 완성한 PC를 책상 위나 잘 보이는 곳에 두는 것만으로도 시각적인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미적인 아름다움 하나만으로 이러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은 아니다.
제품 곳곳에는 '싸이번 Edge CV-Z9 케이스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담겨 있다.
2.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탁' 소리와 함께 맞물려
마감의 완성도가 돋보인다. 싸이번은 '이지 락 원 터치(Easy Lock One Touch)' 설계를 통해 조립과 유지보수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전면 강화유리 패널은 사용 편의를 위해 상하 볼트로 고정했지만, 상단과 좌우 패널은 별도의 도구 없이 손쉽게 탈부착할 수 있다.
볼트 없이도 견고하게 고정된다. 패널을 탈착할 때는 적당한 힘을 가해 분리하고, 다시 밀어 넣으면 안정적으로 장착된다. 간단한 방식이지만, 정교한 설계를 통해 패널이 흔들리거나 유격이 발생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도 구조적인 안정감을 유지한다.
이는 조립과 유지보수 과정에서 실용적인 장점으로 작용한다. 부품을 추가하거나 변경할 때 나사를 풀고 다시 조이는 번거로운 과정 없이 빠르게 작업할 수 있어 시스템을 빈번하게 업그레이드하는 사용자에게도 최적화되어 있다. 특히, 패널이 장착될 때 느껴지는 '탁' 소리는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체결되었음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이를 통해 조립의 정밀함과 만족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또한, 메인보드 호환성을 고려한 내부 설계도 특징적이다. 표준 ATX, M-ATX, ITX 폼팩터를 지원하며, 일부 메인보드 제소사가 공급하는 백커넥트 방식의 BTF 메인보드와의 호환성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전면과 측면 케이블 정리를 더욱 간편하게 만들며, 전체적인 조립 편의성을 향상시킨다. 내부 공간 활용이 뛰어나 수랭 쿨링 솔루션 및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수 있도록 배려된 구조도 돋보인다.
단순한 기능성을 넘어 제품의 고급스러움을 한층 더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일반적인 탈부착 방식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패널이 헐거워지거나 틈이 벌어지는 일이 없으며, 마감이 세밀하게 조율되어 있어 결합부에서 오는 이질감이 없다. 내부 구조 역시 동일하다. 패널이 정확하게 맞물려 조립 시 불필요한 틈이 생기지 않아 더욱 깔끔한 외관을 유지할 수 있다.
조립 과정에서 느껴지는 만족감, 정밀한 마감, 그리고 장기적인 내구성까지 고려된 설계는 싸이번 Edge CV-Z9를 단순한 조립형 케이스가 아닌, 완성도 높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 잡게 만든다. 패널을 여닫는 순간부터 최종 조립을 마칠 때까지, 사용자가 직접 체감하는 모든 디테일이 싸이번이 구현한 차별화된 품질을 증명한다.
3. 쇼케이스의 백미, RGB 쿨링팬 기본 4개 제공
PC의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고 냉각 성능까지 고려한 RGB 쿨링팬 4개가 기본 제공된다. 측면에 120mm 팬 3개, 후면에 120mm 팬 1개가 장착되며, 특히 측면 팬 2개는 리버스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일반적인 팬은 앞에서 공기를 빨아들여 뒤로 배출하는 순방향 방식이지만, 리버스 팬은 반대로 뒤에서 흡입해 앞으로 내보내는 구조다. 이를 통해 팬 축이 드러나지 않아 더욱 깔끔한 외관을 연출하며, 공기 흐름을 보다 균형 있게 조절할 수 있다.
특별한 팬 구성은 단순히 조명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냉각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케이스는 전면에서 공기를 흡입한 후 후면으로 배출하는 방식이지만, 전면이 강화유리로 막힌 Edge CV-Z9의 구조상 전면에서 공기를 흡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측면에서 차가운 공기를 흡입하고 후면으로 배출하는 설계를 채택했다. 일반적인 흡기 구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내부 온도를 관리할 수 있다.
수냉 쿨러와의 조합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내부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 상단에 360mm 또는 420mm 라디에이터를 장착할 수 있으며, 측면 패널이 파노라믹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RGB가 강조된 수냉 쿨러와 함께 조합할 경우 더욱 극적인 연출이 가능하다.
특히 엔비디아 RTX 5080과 같은 대형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는 시스템에서도 원활한 공기 흐름을 보장하며, 수냉 쿨러와 그래픽카드의 발열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데 유리하다. 심지어 대형 그래픽카드 장착시에도 간섭은 1도 없다. 그만큼 넉넉한 내부 공간 확보가 가져오는 이득이다.
덕분에 조립 과정에도 한층 수월하다. 충분한 내부 공간 덕분에 부품을 장착하는 과정에서 좁은 틈 사이에서 손이 긁히는 불편함이 없으며, 후면과 측면 공간이 넉넉해 케이블 정리도 수월하다. 별다른 케이블 정리를 하지 않고도 정돈된 내부 구성을 유지할 수 있어 조립 경험이 적은 사용자도 부담 없이 조립할 수 있다.
RGB 조명 효과도 강점이다. 총 66가지 조명 모드를 제공하는 전용 버튼이 있어 복잡한 ARGB 소프트웨어 설정 없이도 원하는 색상과 패턴을 즉각 변경할 수 있다. 쇼케이스형 튜닝 PC를 고려하는 사용자에게 직관적인 조작 방식은 상당한 장점으로 작용하며, RGB가 강조된 하이엔드 시스템 빌드와의 조합에서도 뛰어난 조형미를 제공한다.
◆ 테스트 환경
① CPU - INTEL Core Ultra 9 285K, AMD Ryzen 9 9950X3D
② M/B - ASRock B860M LiveMixer WiFi, ASRock B850 LiveMixer WiFi
③ RAM - 마이크론 Crucial DDR5-6400 CL38 PRO Overclocking
④ SSD - 마이크론 Crucial P310 M.2 NVMe 2TB 대원씨티에스 NVMe SSD
⑤ VGA - ALIT 지포스 RTX 5080 GAMEROCK OC D7 16GB 이엠텍
⑥ 쿨러 - 이엠텍 레드빗 ICE 360 ARGB / ICE 240 RGB 수냉 쿨러
⑦ 파워 -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850W 골드 풀모듈러 ATX3.1
⑧ OS - Windows 11 Pro 23H2
** 편집자 주 "완성도를 넘어선 가격 경쟁력"
오랜만에 기대할 만한 파노라믹 케이스가 등장했다. 사실 지금까지 언급한 다양한 특징을 갖춘 제품들은 많지만, 공통점이 있다. 높은 완성도와 독창적인 설계를 갖춘 대부분의 제품은 고가라는 점이다. 하지만 싸이번 Edge CV-Z9는 10만 원대 초반이라는 가격대로 형성되었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제품이 갖춘 요소를 다시 정리해보면, 고급스러운 곡률 디자인, 측면 흡기 방식의 냉각 구조, 대형 그래픽카드와 수냉 쿨러까지 여유롭게 수용할 수 있는 내부 공간, 그리고 화려한 RGB 튜닝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단순한 보급형이 아닌, 상위 모델들과 견줄 만한 상품성을 확보했다.
특히,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인해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준비를 마쳤다. 단순히 한 제품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싸이번은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군을 예고하고 있으며, 이번 제품이 보여준 완성도를 감안할 때 향후 출시될 모델 역시 높은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현재 PC 케이스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과거와 달리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했고, 각자의 강점을 내세워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었다. 싸이번은 이 시장에서 차별화된 접근법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생 브랜드의 최대 강점은 틀을 깨는 도전과 혁신적인 시도에서 나온다. 앞으로 싸이번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또 어떤 도전을 시도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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