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 정부가 올해 1월 한국을 ‘민감 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추가한 것이 공식 확인된 가운데,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답했다.
15일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미 정부 관계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간 에너지, 과학기술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적극 교섭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미국 에너지부(DOE)는 “이전 정부(바이든 정부)는 2025년 1월 초 한국을 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에 추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임기가 끝나기 직전 한국을 이 목록에 집어넣은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어 에너지부는 “현재 한국과의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다”며 “목록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많은 지정국은 우리가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 방지, 비확산 등 다양한 문제에 있어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들”이라고 했다. 이 목록에는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인도·대만 등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감국가는 국가 안보와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등 정책적 이유로 특별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는 나라로 분류된다. 이들 국가 리스트는 에너지부 산하 기구인 정보방첩국(OICI)에서 관리한다. 통상 민감 국가 출신 연구자들이 에너지부 관련 시설에서 근무하거나 연구에 참여하려면 더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물론 이 민감국가 리스트는 ‘위험국가’(중국, 러시아)나 ‘테러지원국가’(북한, 시리아, 이란), ‘기타지정국가’로 구분되는데 한국이 최하위 범주인 만큼 제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미 양국 연구진의 밀착 협력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에너지부가 관장하는 원자력 분야나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은 한미 간 주요 협력 분야로 꼽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내 핵무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2023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하든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발언으로 당시 국내에서는 핵무장에 찬성하는 여론이 목소리를 키웠고, 미국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민간국가 지정에 따른 조치는 내달 15일 발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현재 미국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리스트에 포함된 게 두 달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알려진 만큼 늦장 대응에 대한 지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아직 ‘민감국가’ 분류가 최종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미 에너지부의 검토 사항을 ‘비공식 경로’를 통해 알게 돼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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