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3월 1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한때 주식 시장을 강하게 지지하며 "트럼프 효과"를 자랑했지만, 현재는 월스트리트에 대한 언급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징벌적 관세, 인플레이션 상승, 경제 전망 악화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며, 일부 대형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트럼프 취임식에는 미국 증시의 '빅7'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 기업들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여기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증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이 포함된다. 애플 CEO 팀 쿡은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바로 뒤에 앉아 두터운 친분을 과시했다. 애플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으며, 300만 주를 보유한 쿡도 큰 손실을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예외였다. 테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비용 절감 조치에 직격탄을 맞아 주가가 폭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이후 머스크의 재산은 약 1,480억 달러 감소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CEO 순다르 피차이도 취임식에 참석했으며, 구글의 기업 분할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백악관에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알파벳의 주가는 트럼프 취임 이후 15% 이상 하락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또한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했으나, 그의 재산은 약 290억 달러 줄어들었다.
트럼프는 페이스북을 ‘국민의 적’으로 비난하며, 모회사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를 감옥에 가두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메타는 과거 트럼프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차단한 적이 있었으나, 현재는 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백악관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저커버그의 재산도 트럼프 취임 이후 50억 달러 감소했다.
한편, 모든 대형 기술 기업이 트럼프와 가까운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의 CEO 황인훈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무역 전쟁 우려로 엔비디아의 주가는 최근 몇 주 동안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취임 후 불과 몇 주 만에 일부 주요 미국 기업들은 그의 당선 이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트럼프와의 친분이 기업들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다만 트럼프는 머스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직접 운전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결정이 테슬라의 위기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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