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23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새학기(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 박사과정)가 시작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복학을 결정하기까지 고민과 걱정이 많아서 잠을 설칠 정도였지만 막상 복학해보니 시작이 좋았다. 오랜만에 지도교수를 찾아뵙고 인사드렸는데 따가운 충고가 아닌 내 건강을 걱정해주는 격려의 말과, 남은 학기 일정과 연구 계획에 대한 따듯한 조언을 들었다. 위축되어 있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됐다.
또 다른 선물과도 같은 일도 있었다. 타 교수로부터 문체부 인력양성 사업(디지털테크투어리즘) 연구원 참여 제안을 받았는데 경험과 소득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마침 직장이 없는 4대 보험 미가입자만 참여할 수 있었는데 발목 수술로 마땅한 생활비를 충당할 일을 할 수 없는 나로써는 안성맞춤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문득 불행에 너무 익숙해서인지 이런 좋은 일들이 생기면 퍼뜩 불안감이 든다. 얼마나 안 좋은 일이 또 닥치려고 이러는 걸까? 근데 새학기 시작부터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일희일비는 금물이다.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 수업이 하나 있는데 수강생의 90%가 원어민이다. 한국인 학생은 나 포함 단 4명 뿐인데 나는 영어 공포증이 있다. 첫날 오티 때 담당 교수께서 커리큘럼을 영어로 설명한 뒤 남은 시간 동안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도록 시켰는데 당연히 영어로 해야 했다. 정말 쥐구멍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순간이었다. 나는 한국말로 자기소개를 하더라도 낯가림이 좀 있어서 말을 유창하게 하기 어려워하는 편인데 하물며 영어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나마 영어를 읽고 쓰는 것이라면 잘 할 수 있지만 말하기는 너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가장 마지막 순서까지 미루고 미루다가 양해를 구하고 혼자만 한국말로 소개를 했다. 교수께서 내 소개를 듣고 외국인 학생들에게 영어로 통역 전달을 해줬는데 민망함에 닭살이 돋아 너무 힘들었다. 영어로만 이뤄지는 수업을 4개월간 감당할 수 있을지 앞으로 험난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20대 때 태국과 필리핀에서 일했던 경험(스쿠버다이빙 강사)이 있는데 왜 그때 자연스럽게 어학연수를 받을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인지 나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 이제 와서 너무 후회가 되지만 앞으로 영어 수업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해려고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이왕 할 거면 즐겁게 해보자. 해병대 부사관 출신으로서 “안 되면 될 때까지! 불가능을 모르는 전천후 해병대”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임하면 그깟 영어 하나 극복하지 못 할 일이 아니다.
참고로 나는 해병대 출신이라는 것에 자부심이 강해서 메일과 SNS 아이디를 전부 ‘marine’으로 쓰고 있다. 아직 새학기 초반이지만 분명 이번 학기 내내 영어 해프닝과 같은 장벽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해병대 정신으로 슬기롭게 대처해간다면 다 잘 될 것이라고 자기 암시를 걸어본다. 해병대 로보캅으로 불리는 이정구 교관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힘들 때는 많은 생각을 하지마. 누군가 날 보고 있다고 생각해. 부모 만큼은 나를 주시하고 있다. 나는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잘해야 된다. 뒤처지면 안 된다. 이런 생각들을 가져야 한다.
뼈에 새기고 싶을 만큼 공감하는 말이다. 그렇다. 여전히 나는 종종 이중학적(성균관대 법학 석박사통합과정을 병행하고 있지만 이번 학기는 휴학) 그거 뭐 하러 해? 왜 굳이 사서 고생하면서까지 박사학위 2개를 취득할 필요가 있어? 이런 부정적인 말들에 노출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을 떠올린다. 여전히 날 위해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나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당장 이번 학기를 잘 마치는 것이 단기 목표다.
과거 해병대 부사관 훈련 과정을 마치고 하사 임관식이 열리던 날 부모님께서 직접 정복에 계급장을 달아주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장남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미소가 잊혀지지 않는다. 다시 한 번 그 미소를 보고 싶다. 법학과 관광학 모두 박사학위를 취득해서 두 전공을 접목한 나만의 특기를 살려 대학 강단에 서고 싶다. 그렇게 아버지의 자랑이자 어머니의 자부심이 되고 싶다. 평범한미디어 독자들도 힘들고 지칠 때면 부모님 만큼은 지금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여기고 포기하지 마시길 바란다. 잠시 넘어지고 쓰러지더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길 응원하겠다. 우리 모두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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