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가벼워지는 옷차림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이번 봄에는 지난해 사둔 슬리브리스를 기필코 착용하리라 마음먹어서다.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옷을 입어본 순간, 툭 삐져나온 겨드랑이와 팔뚝살이 들뜬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다. 분명 살은 빠졌건만, 팔과 겨드랑이는 여전히 두툼하다.
“살이 쉽게 빠지지 않는 부위가 겨드랑이예요. 다른 부위에 비해 근육이 상대적으로 적고, 근육량이 적은 곳은 지방을 태우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사마리아한의원 장정현 원장은 겨드랑이 부위에 지방을 태울 만한 대근육이 부족한 이유와 함께 원활하지 못한 림프 순환이 부종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미르테 바이 혜정 박혜정 원장 역시 이에 동의한다. 림프계의 중요한 역할은 체내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 그중에서도 신체의 가장 큰 림프절은 목과 쇄골,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밀집돼 있는데 이곳의 순환이 매끄럽지 않으면 독소가 쌓이고, 심하게는 뭉치고 딱딱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상체 림프 중 대부분이 쇄골 위에서 만나 심장으로 향하는데 겨드랑이, 즉 ‘액와’라 불리는 부분은 쇄골로 모이기 전 팔뿐만 아니라 가슴, 등, 배꼽 위의 림프절과 연결돼 있는 집합소다. 이 부분은 다시 순환의 영역을 나눠 림프를 내보내는 통로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겨드랑이는 독소를 배출하는 핵심 부위로 꼽힌다. 상하체에서 모인 림프액이 순환되지 못해 겨드랑이에 노폐물과 독소의 농도가 높아져 생길 수 있는 문제도 다양하다. 체액이 세포 밖으로 빠져나와 세포와 세포 사이에 과도한 수분이 축적되면 결국 몸이 붓는 현상까지 초래하게 되는 것. 부기가 계속되면 신진대사가 저하되는 것은 기본, 군살이 증가하고 불편한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단순히 육안으로 느껴지는 변화 외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몸이 잘 붓고 개운하지 않은 피로감과 컨디션 난조가 지속된다면, 겨드랑이 림프 순환의 문제를 의심해보라는 이야기다. 부풀어 있는 겨드랑이는 비단 림프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변동적일 경우, 특히 생리 주기나 임신, 폐경 등으로 인해 호르몬 변화가 클 때 이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부유방’도 호르몬의 작용으로 생긴 현상. 유선 뿌리가 생기는 길인 ‘밀크라인’은 태아가 약 5주 됐을 때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성장하면서 가슴 위만 남고 모두 없어진다. 하지만 일부 여성은 부수적으로 남아 있는 유선 뿌리가 임신과 출산 등의 영향으로 퇴화하지 못해 유선이 겨드랑이에도 발달한다. 이와 같은 경우는 유방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며, 결과에 따라 수술로 유선 조직을 제거할 수도 있다. 다만 개개인의 체형에 따른 맞춤 치료가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진행할 것을 권한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림프는 어떻게 순환시킬 수 있을까? 아쉽게도 림프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물리적인 작용이 필수다. 물이 공급되는 경로를 생각하면 쉽다. 혈액순환이 수도 공급망이라면, 림프계는 펌프가 없는 배수로다. 물이 막힘 없이 흘러야 잔여물이 제거되고 맑은 물이 되듯, 펌프가 없는 림프를 원활하게 움직이게 해줄 보조 장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식이요법, 생활 습관 개선, 수분 보충 그리고 마사지를 대표적인 방법으로 꼽는다. 림프 순환을 방해하는 염증을 줄여줄 오메가-3, 연어, 고등어와 같이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 섭취 그리고 림프액의 흐름을 순조롭게 해주기 위해 충분한 물을 마시는 것이 대표적. 그 외에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근육의 수축이나 압박 등으로 림프액이 잘 순환하도록 돕는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꼽는다. 방법도 간단하다. 언제 어디서나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따라 할 수 있고, 별다른 도구도 필요 없어 간편하다. 겨드랑이부터 이어지는 팔 라인을 자극해 불균형한 근육을 재배치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원리. 하루 5분 투자만으로도 이번 봄에는 탄력 있고 매끈한 겨드랑이 라인을 기대할 수 있을 테다.
Check & Remember!
내 겨드랑이는 건강할까? 순환 체크리스트
▢ 손 전체로 겨드랑이를 감싸 잡으면 멍울이 잡힌다.
▢ 겨드랑이를 지그시 눌렀을 때 불편감이 느껴진다.
▢ 육안으로 보기에 겨드랑이가 도톰하게 부어올랐다.
▢ 겨드랑이에서 과도한 땀 배출이 일어난다.
▢ 겨드랑이에서 악취가 난다.
▢ 자주 피로하다.
▢ 면역력이 저하됐다.
▢ 겨드랑이 주변이 차갑다.
▢ 얼굴이 자주 붓는다.
▢ 팔이 화끈거리고 쑤신다.
건강한 마사지의 핵심!이것만은 꼭 주의하세요!
1 과도한 강도의 마사지나 압박은 피할 것
강한 압력을 가하는 마사지는 림프절에 부담을 주고, 오히려 림프액의 흐름을 방해한다. 림프계는 혈액과 달리 자체 펌프 역할이 없기 때문에 과도한 압은 일시적으로 림프의 흐름을 차단하거나 역류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2 잘못된 방향으로 마사지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림프는 심장 방향으로 흐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마사지할 땐 겨드랑이부터 목과 가슴 쪽으로 순차적으로 압을 가해야 하며, 반대로 하체나 팔꿈치 쪽으로 압박하면 림프 순환을 역행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3 필요 이상의 발한 유도는 조심할 것
겨드랑이 부위는 땀샘이 많고 발한을 통해 체온 조절과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하지만 과도한 사우나로 땀을 내는 경우 체내 수분과 염분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사우나는 65℃ 안팎의 온도에서 한 번에 15~20분이 적당하다.
4 적절하지 않은 화학물질은 사용하지 말 것
화학 성분이 포함된 강한 제모제나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피부의 민감도를 증가시킨다. 이는 염증을 유발하거나 림프 순환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자극적인 화학 성분의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막힌 림프 흐름을 깨우자! 10초 겨드랑이 마사지 가이드
1 한쪽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
2 반대편 손으로 들어 올린 팔의 팔꿈치부터 겨드랑이까지 지그시 쓸어내린다.
3 겨드랑이의 움푹 파인 부분을 반대편 손이나 공을 이용해 가볍게 문지른다.
4 반대쪽 겨드랑이도 같은 방법으로 마사지한다.
집에서 하는 간단 겨드랑이 스트레칭
1 옆으로 누워 겨드랑이에 폼롤러를 낀다. 아래쪽 다리는 쭉 펴고 위쪽 다리는 무릎을 세워 발바닥으로 지면을 지그시 누른다.
2 겨드랑이 아래에 폼롤러를 대고 몸통을 앞으로 숙였다가 뒤로 젖히는 동작을 반복한다.
3 가장 자극이 되는 스폿에서 5초 동안 지그시 눌러주는 것도 추천.
4 반대쪽 겨드랑이도 같은 방법으로 10회 정도 스트레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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