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삶에서 영감을 주는 많은 것들이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풍경과 대상은 감각적 양분이 된다. 매일 지나치는 모습일지라도 미세하게 변화하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면 무심함 속에서 다양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이수빈 작가는 삶과 소통을 나누고 깊은 유대를 형성하는 존재에 관심을 가지며 각 소재가 가지는 상징과 특성을 작품으로써 전한다. 가령 풍경은 시각적 형상으로 색감과 채도, 모양을 시시각각 달리하며 빛의 반사와 투과를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단순한 물리적 빛의 움직임이 아닌 우리가 내적으로 자각하는 관점과 삶의 태도가 외부 환경과 만나며 교류함에 주목한다. 특히 벽과 선이 내재하는 이면 속 흐름과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어 인간이 자리하고 생활하면서 공유하는 양상을 살핀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생의 굴레에서 복합적인 관계를 주고받으며 얽히고설킨 요소를 작품으로 유연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빛은 여러 빛깔로 주변 사물을 비춘다. 광선을 흡수하거나 반사하면서 나타나는 총천연색의 각종 색감은 밝고도 흐리게 교차한다. 빛이 모였다가 퍼지면서 파생하는 모습은 그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머물지 않고 불시에 사라진 후 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동한다. 빛의 영역에서 작가는 존재의 의미와 불변하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모색한다. 다채로운 시도로 표현되는 빛은 작품에서 벽, 선들과 어우러진다.
작가는 벽을 구조물로써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시공간의 흐름을 담은 표상으로 받아들인다. 벽의 거칠거나 부드러운 질감은 지난 흔적이 고스란히 반영된 세월 그 자체가 담겨 있다. 장소를 구분 짓고 경계하는 벽은 물질적인 역할 너머 서늘해 보이는 겉모습 속 누적된 기억들로 이면의 가치를 지닌다. 바깥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지금의 표면은 과거의 자취가 있었기에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 현재가 조각하는 지금의 일들 또한 지속적으로 쌓이며 훗날 미래에서 감각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이 모든 것들을 갖추는 선을 통해 인간과 자연, 정신과 육체, 겉과 속이 서로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은 관계성의 본질을 내포한다. 고등과 하등의 수직 구조가 아닌 동일 선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를 주고받으며 발전하는 상생은 작품의 바탕을 이루는 근본적 개념이 된다. 작품은 이처럼 이미지의 일시적 현상을 단계적으로 연구한 시각적 표본이 되는 동시에 우리 삶과 맞닿아 있는 지점을 궁극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더하여 실용과 기능의 부분에서 다룰 수 없는 필연적 조화를 꾀한다.
숱하게 마주하는 풍경과 자연 그리고 특정한 무언가는 섬세한 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고 누구도 언급하지 않지만 낯설지 않은 익숙한 구조를 띠는 주변의 것을 통해 우리는 삶을 비로소 되돌아볼 수 있다. 단조롭고 일관된 측면이 아닌 진솔한 삶의 내적 의의를 헤아리는 자세는 작품에서 가감 없이 투명하게 노출된다.
작가는 사소하고 친밀한 것들을 그저 스쳐 가기보다는 깊은 시선을 보내며 한층 더 밀도 있는 예술의 영역으로 인도한다. 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공존의 진정성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작품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도움을 주고받으며 유대감을 키우고, 협심과 결속이 가리키는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다양한 화면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외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다방면으로 상징할 수 있는 내면에 대해 재고해 보기를 바란다.
이수빈 작가의 ‘선의 시선’展은 3월 19일부터 25일까지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글=최서원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사진=갤러리 도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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