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유럽 전기차 시장이 올해 들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와 완성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가격 조정 정책이 주요 원인란 분석이다.
1월 유럽 전기차(BEV+PHEV) 판매량은 23만2000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0.3% 증가했다. 특히 BEV(배터리 전기차)의 판매량은 35.4%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EU는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2025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규제는 신차 평균 배출량을 93.6g/km로 제한하며, 이를 초과할 경우 제조사에게 과징금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 가격을 인상하고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ID.5 쿠페 SUV를 약 1675만원 할인하는 등 대대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스텔란티스 그룹의 푸조는 e-2008 모델 가격을 26.5% 낮췄고, 시트로엥도 e-C4X 모델의 가격을 23.6% 인하했다.
정 연구원은 “유럽 완성차 제조사들의 이러한 가격 조정은 전기차 판매 촉진과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 달성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5일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액션 플랜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EV 구매 보조금 통합, 충전 인프라 확대, 배터리 및 부품 생산 지원 등이 포함됐다. 특히 기존 내연기관 퇴출 목표(2035년)를 유지하면서도 완성차 업체들에게 3년간의 배출 목표 유예 기간을 부여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정 연구원은 “전기차 가격 인하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내연기관차 가격 인상이 전체 판매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이차전지 업종도 유럽 전기차 시장의 호조세에 따라 단기 트레이딩 구간에 진입했으나, 북미와 유럽 수요의 불확실성과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로 인해 장기적인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국내 이차전지 업종에 대해 ‘비중축소’ 의견을 유지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강화된 규제와 기업들의 재고 소진을 위한 전략적 대응이 맞물린 결과로 평가되며, 향후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 확보가 주요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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