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규격에 '딱 맞춰' 조성"…대다수 아이스링크보다 여유 공간 부족
체력 좋고 경기 후반 강점 보이는 한국 선수들에 불리…적응 최대 관건
(하얼빈=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아웃코스 추월'은 한국 쇼트트랙의 주특기다.
레이스 초반 뒤에서 체력을 아끼다가 결승선을 한두 바퀴 남기고 바깥으로 나가서 앞선 선수들을 제치는 플레이에 강하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에이스 박지원(서울시청)과 여자 대표팀 간판 최민정과 김길리(이상 성남시청)는 모두 '아웃코스 추월' 기술을 발판으로 세계 정상에 섰다.
이 기술은 경쟁 선수들과 몸싸움을 피할 수 있어서 변수 없이 안정적으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선 한국 대표팀의 시원시원한 '아웃코스 추월' 기술을 자주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장 트랙이 상대적으로 좁기 때문이다.
두 차례 현지 공식 훈련에 참여한 쇼트트랙 대표팀 관계자는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의 아이스링크는 국제대회를 치르는 다른 경기장보다 작은 편"이라며 "트랙이 너무 좁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메이저 국제대회를 치르는 대부분의 경기장은 정식 규격보다 크게 아이스링크를 얼리는데, 이곳은 정해진 규격에 딱 맞춰 조성한 느낌"이라며 "트랙이 좁아서 원활한 플레이를 하기가 어려운데,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정한 쇼트트랙 국제 경기장 규격은 가로 60m, 세로 30m다.
대부분의 국제 경기장은 이보다 넓게 얼음을 얼린 뒤 보호 펜스 등을 설치한다.
트랙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선수들이 원활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의 링크는 다른 국제대회 유치 경기장보다 작은 편이다.
국내 빙상계의 한 관계자는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이스링크를 크게 얼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좁은 트랙은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불리하다.
트랙이 좁을 경우 앞선 선수가 아웃코스로 추월하려는 선수들을 막기 쉽기 때문이다.
체력이 좋고 레이스 후반 강점을 내는 한국 선수들이 제 기량을 펼치기 어렵다.
아웃코스 추월이 어려워지면 인코스를 파고들어야 하나, 이 경우 불가피하게 경쟁 선수들과 접촉이 벌어지기 쉽다.
심판 판정에 따라 불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경쟁 선수들의 반칙 작전에도 휘말릴 수 있다. 부상 위험도 있다.
국내 빙상계 관계자는 "대표팀 선수들은 불리한 경기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며 "특히 심리적으로 흔들려선 안 된다. 하던 대로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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