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신동훈 기자(방콕)] 충북청주에서 새 도전에 나선 송진규가 꺼낸 이야기는 진중하고 깊었다. 자신답지 않은 모습에서 성숙함이 보였고 이는 은퇴 결심까지 이어졌다. 생각을 바꾸고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와 태국에서 훈련 중이다. 달라진 사고를 갖게 된 송진규의 진정한 도약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송진규는 충북청주에 새 둥지를 틀었다. 수원 삼성 유스에서 성장한 송진규는 2019시즌 1군에 올라와 7경기를 소화했다. 이후 안산 그리너스로 기회를 찾아 떠났고 3시즌 동안 36경기 5골 4도움을 기록했다. 2022시즌 핵심 선수로 활약을 하면서 K리그2 26경기에 추전해 5골 3도움을 올렸다.
부천FC1995로 이적했다. 2023시즌 19경기에 나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는데 2024시즌엔 종아리, 발목 으로 거의 한 시즌을 아예 날렸다. 2024시즌 종료 이후 송진규는 은퇴까지 고민했지만 손을 뻗은 충북청주로 향했다. 미드필더가 필요했던 충북청주로 간 송진규는 선수 경력 새 페이지를 열게 됐다.
방콕에서 만난 송진규는 은퇴 관련 질문에 의외의 답변을 했다. 부상 정도는 은퇴까지 고민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답지 않은 모습'을 발견했고 이 생각이 은퇴 결심까지 이어진 거라고 했다. 확고한 결심은 충북청주의 러브콜과 권오규 감독이 내놓은 비전으로 인해 꺾이게 됐고 방콕으로 와 훈련을 하고 있다. '인터풋볼'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하 송진규와 인터뷰 일문일답]
-충북청주에서 전지훈련을 보내고 있는데.
지난 시즌 종료 후 은퇴를 생각했기에 운동을 아예 하지 않았다. 2~3주 정도 내려 놓고 운동을 안 했다. 이후 방콕으로 와 몸을 끌어올리고 운동을 하는데 정말 힘들더라. 지금도 힘들긴 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본 포지션은 미드필더이나 더 공격적인 역할을 주문 받아 뛰고 있다. 확실히 재미를 느낀다.
-은퇴까지 고민한 이유가 무엇인가? 부상이 심했나?
아니다. 부천에서 지난 시즌 많이 다친 건 맞다. 시즌 시작 후 종아리가 찢어지고 복귀한 후 발목 인대가 다쳐 1년 동안 경기를 제대로 못 뛰었다. 재활이란 걸 축구 시작 후 가장 오래 했다. 그러면서 느낀 게 인간적으로 성숙해졌다고 느꼈다. 과거라면 불평을 하고 조급함도 느꼈을 텐데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재활을 오래 하면서도 별로 안 힘들었다. 나만의 방식을 찾아서 이겨냈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면서 축구가 아닌 다른 길을 택하는 게 맞다고 여겨졌다.
-오히려 성숙해졌다고 느끼면 더 이어가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축구선수로서 마음이 조급해야 하고 그러는 게 당연한데 축구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느껴졌다. 인간적으로 성숙해진 건 맞지만 여러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들었다. 이런 마음가짐이면 축구를 안 해도, 다른 삶을 살아도 잘 살아아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영민 감독을 비롯해 에이전트, 가족들에게 은퇴를 한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다 말렸다. 다치긴 했지만 은퇴를 생각할 수준은 아니며 몇 개월을 오랫동안 쉰 것도 아니기에 지금 나이에 은퇴하기엔 아깝다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난 확고했다. 은퇴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축구계를 떠나 다른 길로 가려고 했다.
-생각을 바꾼 이유가 있을까?
은퇴 후 삶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에이전트가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팀을 알아봐주셨고 충북청주와 연결이 됐다. 그런데도 고민이 됐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제주도에 10일 정도 있으면서 은퇴를 결심한 상태였고 축구를 할 생각이 없었다. 이 마인드로 1년을 보내느니 다른 길을 찾아 노력하고 투자하고 싶었다.
주위에 많이 물어봤다. 권오규 감독님은 부천에 코치로 계셔서 주위에 아는 사람이 많았다. 들어보니 내가 하고 싶었던 축구와 매우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직접 들었을 때도 그랬다. 감독님이 이런 축구를 하신다면 1년 정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을 다잡았고 충북청주와 계약 후 오게 됐다.
-본인이 느끼기에 이전에 선수 송진규는 어떤 선수였나?
미성숙했다. 운동장이나 생활적인 면에서 '티'를 되게 많이 냈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도 많았고 고집도 컸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게 많다. 물론 나보다 더 경험을 한 형님들이 충북청주에도 많지만 한 발 자국 물러서서 나를, 상황을 보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 어리숙한 행동을 부천에서도 했지만 부상, 재활을 겪으면서 스스로 깨달았고 마인드를 바꿨다. 내려놓는 법을 알았다. 나를 더 찾았고 나를 더 알게 된 느낌이었다.
충북청주로 오니 더 경험 많은 형들이 있어 더 배울 게 많다. 운동장에서, 생활에서 많이 배우고있다. 어린 선수들과 소통하는 법도 계속 노력을 하시는 것 같고 그러니 나도 더 노력을 해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운동을 하지 않고 태국으로 와 전지훈련이 많이 힘들 것 같다.
체력적인 부분은 많이 올라왔다. 부상은 완전히 회복됐고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감독님이 축구적으로 굉장히 디테일하다. 소통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말씀하신다. 최대한 어려움 없이 소통을 하면서 분위기를 형성하는 걸 원하신다. 아직 부족한 게 있긴 하지만 계속 노력을 하다 보면 될 거라고 확신한다. '피라냐 축구'를 이야기하시는데 다같이 밀어붙이고 하는 게 K리그2에선 맞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업다운이 크시지 않다. 크게 소리를 치기보다는 선수들한테 조곤조곤 말씀을 잘 해주신다. 그래서 더 받아들이고 리스펙하게 되는 게 있다.
-개인적 목표는?
없다. 목표를 세우면 더 안 되더라. 팀적인 목표만 있다. 승격하는 팀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레스터시티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한 것처럼 축구에서 안 되는 일은 없다. 모든 경기 다 뛰면 좋겠지만 팀의 일원으로서 이 팀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1년이 지났을 때, '맞아, 이 선수가 이때 이런 도움을 줬었지, 저때 그렇게 도움을 줬지'라는 생각을 팬들이 할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한다.
-그 생각이 앞으로의 선수 송진규의 지향점일까.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당연히 승부욕이 크고 순간 감정적으로 올라올 수 있으나 그걸 줄이고 내가 가진 생각대로 시즌을 치르고 경쟁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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