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는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스크를 초래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 분석 등을 통해 지금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국내 정치적 리스크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부터 예정 수순이던 금리인하 기조를 한차례 꺾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달러 강세 기조를 키운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대외신인도 우려에 따른 영향이 컸던 셈이다. 한은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경기에 미칠 변수로 크게 보고 있다.
경기 위축에도 금리 동결한 한은
이달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3.0%로 동결했다. 경기 하방 우려에 따른 0.25% 인하 소수의견을 내놓은 신성환 위원에 대해 다른 위원들도 공감했지만 결국 동결이 우세했던 결과다.
가장 먼저 원인으로 거론된 건 국내 정치적 리스크 확대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금통위 이후 5.3% 절하됐는데 이는 주요국 통화 대비 절하 폭 가장 큰 수준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는 1470원대 환율을 기준으로 상승 요인별로 나눴을 때, 달러 강세라는 대외 요인을 제외한 국내 정치 요인으로 약 20-30원이 추가 상승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경제가 정치 프로세스와 별개로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는 걸 보여줘야 환율이 안정화될 거란 의견도 더했다.
정치적 리스크, 역대급 경제 변수로
한은은 연준 금리인하 속도, 트럼프 취임 등 대외 불확실성 요소와 함께 예상보다 더딘 내수 회복세로 낮아진 성장 전망 등도 감안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으나 국내 정치적 리스크를 가장 주목한 셈이다.
한은 조사국은 상방·하방 리스크 정도만 표현한 통상의 1월 경기 평가와 달리 이례적으로 지난 4분기 성장률과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 이후 예기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의 확대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다.
주력 수출산업에서의 글로벌 경쟁 심화,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말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 그리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겹침에 따라 경제주체의 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는 게 조사국의 진단이다.
조사국은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의 최고치보다 크게 상승했던 정치 불확실성 지수가 2차 탄핵안 가결 등을 거치며 등락하다가 최근에는 그보다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앞으로의 정치 불확실성 변화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시점 주목
한마디로 한은이 보기에도 정치 불확실성 자체가 경기에 미치는 최대 변수인 상황이다. 조사국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4분기 성장률을 0.5%, 연간으로는 잠재성장률 2.0%를 넘는 2.2% 성장을 예상했으나 올해에는 이를 하회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3분기 개선됐던 소비는 4분기 중 회복세가 다시 약화된 것으로 판단됐다. 카드사용액은 지난해 말부터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됐으며 고가 위주인 수입자동차 판매도 위축됐다. 건설투자 역시 아파트 분양실적이 당초 계획인 5만호를 17.2% 하회하는 등 부진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조사국은 올해 1월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 당시 지난해 4분기 국내 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0.2%나 이를 소폭 하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11월 전망치인 2.2%를 하회하는 2.0-2.1%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도 앞서 1.9%로 예상됐지만 이달 기준 1.6-1.8% 하향 조정될 것으로 판단됐다. 지난해 4분기 높아진 정치적 불확실성이 올 2분기 점차 해소되면서 회복된다는 걸 전제로 두더라도 올해 성장률은 내수를 중심으로 약 0.2%p 낮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도 올해 성장률에 대한 내달 전망 수치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시기와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전개 등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코스피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인 20일 2520에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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