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기조에 국내 산업 전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효과에 대한 기대감보다 원자재 수입비용, 해외투자비 상승에 따른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주요 업종별 협회 12곳과 함께 ‘고환율 기조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바이오·반도체·배터리·철강·석유화학·정유·디스플레이·섬유패션·식품산업의 경제기상은 ‘흐림’, 조선·자동차·기계산업은 ‘대체로 맑음’으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우 원료의약품 수입의존도가 높고 해외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위탁개발생산 업체의 수출분에 대해선 환율 효과가 있기도 하지만 국내 기업 대부분은 원료의약품 및 소재부품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아 수입 원가가 상승하고 해외 임상비용 상승 등 R&D 투자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원료의약품 국내자급률은 2023년 기준 25.6% 수준이다.
철강업은 수요산업 부진에 따른 수출단가 인하, 높은 원자재 수입 비중으로 인한 어려움이 크고 석유화학산업은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업황 악화를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기초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정유산업 역시 주요국 경기 부진과 수출경쟁 심화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고환율 지속에 따른 채산성 및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고환율에 따른 제조원가 및 해외투자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고 배터리산업 역시 대규모 해외투자에 따른 외화부채와 리튬, 흑연 등 핵심 원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로 인해 우려를 표했다.
디스플레이산업 기상도 ‘흐림’으로 전망됐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현재 추진 중인 베트남 등 해외 제조공장의 건설비와 장비 구매액이 늘면서 업계부담이 커지고 국내에선 노광장비 등 수입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의 구매비용이 증가한다”고 우려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수요기업의 사전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방식으로 수출량 변동이 적어 환율상승 시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섬유패션산업은 10인 미만 영세업자가 많아 환율 상승에 따른 타격에 더 민감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식품산업도 원자재가격 상승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제품 가격 인상으로 상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조선, 자동차, 기계산업의 경우 고환율의 긍정적 측면을 더 크게 보지만 이들 역시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원가상승에 따른 판매가 상향, 수요시장 위축, 물류비 상승 등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이종명 산업혁신본부장은 “트럼프 2기에서 관세인상, 금리인하 속도조절 등이 시행되면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경제가 고환율 파고에 휩쓸리지 않게끔 환헤지 등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미국 등 주요국과 통화 스와프라인 확대 추진, 환율 피해 산업에 긴급 운영 자금 및 금융지원 제공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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