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약 있어도 약국 뺑뺑이?···역대급 독감에 ‘성분명 처방’ 재부상

대체 약 있어도 약국 뺑뺑이?···역대급 독감에 ‘성분명 처방’ 재부상

이뉴스투데이 2025-01-15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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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확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붐비는 서울 한 병원.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독감 환자가 연일 증가세를 띠고 있는 가운데 ‘성분명 처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약사계에서는 성분명 처방이 법제화될 경우 감기약 품귀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며, 장벽에 가로막힌 ‘대체조제’ 문제도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주(12월 22일~28일) 전국 인플루엔자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 중 독감 증상을 보인 의심환자 수를 나타내는 독감 의심환자(ILI)분율은 73.9명이었다. 전주 대비 136% 급증했으며,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러자 약사계에서는 성분명 처방이 법제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 제도권에 안착한다면 반복되고 있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점이다. 성분명 처방 관련 내용이 담긴 ‘약사법 개정안’에도 환영 의사를 보내는 이유다.

성분명 처방은 처방전에 의사가 특정 회사 약을 상표명으로 기재하는 상품명 처방 대신 성분명으로 바꿔 처방하는 형태다. 가령 ‘비아그라’라는 상품명 대신 ‘실데나필’이라는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방식이다. 약사가 성분명만 보고 오리지널과 제네릭 의약품 중 고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약국 현장 데이터 분석 서비스 케어인사이트에도 수급 불안정 현상이 반영돼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조제 건수는 전주 대비 3.6%, 판매 건수는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기약 관련 일반의약품(OTC) 판매는 최대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내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A씨는 “최근 독감이 유행하면서 감기, 기침, 인후통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방문이 늘어난 게 체감된다”면서도 “이전부터 감기약 품귀현상이 지속돼 왔지만 재고는 한정적이라 당장 약이 바닥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수급불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대체제조가 어려운 구조도 성분명 처방 법제화를 촉구하는 이유가 된다. 현행법상 대체조제 자체는 가능하지만 의사에게 최대 3일 내 통보하게 돼 있다. 그러나 약사들은 처방권한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환자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관련 질환의 제네릭의약품이 있더라도 처방전에 기재된 내용과 상이할 경우 처방전에 적힌 약이 있는 약국을 찾아 전전해야 하는 처지다. 보통은 처방한 병원 인근 약국이 해당 품목을 구비하고 있지만 품귀현상이 유행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현재 22대 국회에는 성분명 처방 관련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에는 ‘수급불안정의약품’ 개념을 신설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급불안정의약품 동일 성분의 의약품 생산·활용 촉진을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돼 있다.

처방전 기재 사항에 국가필수의약품 등의 성분명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국가필수의약품 등의 판매·수입 시 성분명 사용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한다. 성분명 사용으로 특정 제약사 제품의 품귀현상이 예견될 경우 발생하는 사재기 등 부작용의 예방도 추진한다.

그러나 성분명 처방의 법제화는 의사계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의사계에서는 성분명 처방을 극심히 반대하는 양상이다. 제네릭의약품은 환자마다 약효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무분별한 대체조제가 이뤄진다면 약화사고의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이유를 내걸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서도 후보들은 잇달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최안나 후보는 지난달 13일 입장문을 내고 “분명 처방의 목적이 약의 낭비를 막는 것이라면 원내제조로 해결할 수 있다”며 “약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제조는 국민에게 합리적인 제도”라고 주장했다.

주수호 후보도 지난달 27일 입장문을 통해 “약사가 어떤 회사의 제네릭의약품을 고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약화사고의 책임을 의사가 모두 지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성분명 처방이 시행되면 약제비가 증가해 건강보험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된 김택우 후보도 당시 같은 자리에서 “의약분업 이후 조제권을 약사에게 주면서 성분명 처방을 못하는 걸로 이야기가 됐다”면서 “결국 성분명 처방은 허구이며 의료접근성이 좋은 국내 환경에서는 시스템 재검토가 우선”이라며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같은 양상에 대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앞으로 비대면진료가 본격화되면 대체조제도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성분명 처방은 방향성이 아닌 시점을 논해야 할 문제”라면서 “성분명 처방은 요즘과 같은 의약품 수급 불균형 문제에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성분명 처방 도입 시 환자 부담 경감을 주안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성분명 처방 도입 혜택이 특정 의약단체가 아니라 국민에게 돌아가는 게 명확해질 때 도입의 명분과 필요성이 인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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