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영 공경진 기자) 출산율 0.7명. 이 숫자는 대한민국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그런데도 현실의 위기를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 주변에도 아이를 낳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지만, 이는 단순한 개인적 경험이 아니다. 실제로 2030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집 한 채 마련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겠다며 출산 장려금을 늘리고,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만이 아니다. 주거, 일자리, 육아 부담, 그리고 사회적 인식까지 맞물려 있다. 단순한 지원금 지급이 아니라, 출산과 육아가 부담이 되지 않는 사회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 출산율 하락의 원인, '안정성'이 없다
서울에서 20평대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을 모아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20년 동안 월급 한 푼 안 쓰고 모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신혼부부 전세대출 같은 정책이 있지만, 수도권에서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아이를 낳으려면 먼저 부모가 안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나 2030세대에게 지금 대한민국은 ‘살 곳도, 일자리도, 미래도 불안한 나라’다.
주거 불안만큼이나 육아 부담도 크다. ‘아이 한 명 키우려면 집 한 채 값이 든다’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기저귀, 분유 값부터 시작해 어린이집 비용, 사교육비까지 부모의 통장은 쉴 틈이 없다. 더욱이 맞벌이 부부에게는 공공 보육시설이 부족한 현실이 더 큰 장벽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사립 어린이집은 비용이 부담스럽다. 결국 육아 공백은 고스란히 여성의 몫으로 돌아오고, 출산은 곧 경력 단절로 이어진다.
이런 현실에서 출산율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을까? 청년들에게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커녕, ‘아이를 낳을 여유조차 없는 사회’를 만들어놓고 출산율 걱정을 하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 육아휴직과 경력 단절, 여성에게만 떠넘겨진 출산의 부담
법적으로 육아휴직이 보장되어 있다고 하지만,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돌아올 자리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출산은 여성의 커리어를 포기하는 선택이 되고, 직장 내에서도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불이익이 존재한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여전히 낮은 것도 문제다. 육아는 여성만의 몫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남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한가한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다. 선진국에서는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당연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눈치 게임’이다. 육아휴직이 보장되는 환경이 아니라면, 아이를 낳으라는 말 자체가 공허할 수밖에 없다.
■ 출산율 반등을 위한 현실적인 해법
출산율을 높이려면,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실질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출산율 0.7명’이라는 숫자가 주는 충격만큼, 정책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첫째,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직장과 가까운 곳에 신혼부부 맞춤형 공공주택을 확대하고,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실질적인 금리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월세 부담이 큰 청년 가구에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택 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다.
둘째, 육아휴직과 기업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
육아휴직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도록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대해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시하도록 하고, 육아휴직을 적극 보장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활성화해야 한다.
셋째, 공공 보육시설과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맞벌이 부모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24시간 돌봄 서비스’ 같은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대폭 확대해,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넷째, 다세대 공동 거주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함께 거주하며 육아를 지원하는 다세대 공동주택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도 이 같은 모델을 도입해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육아를 돕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이 0.7명대로 내려갔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30~40년 내에 지금과 같은 사회 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노동력 감소, 연금 고갈, 경제 성장 둔화는 이미 예상된 미래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 지금과 같은 대책으로는 출산율 반등을 기대할 수 없다.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면 주거 안정, 육아 지원, 경력 단절 문제 해결, 기업 문화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다시 활력을 찾으려면, 이제는 진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늦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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