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종식' 한미약품, 신약 임상 모멘텀 '기대감'

'경영권 종식' 한미약품, 신약 임상 모멘텀 '기대감'

뉴스웨이 2025-01-10 16:49:37 신고

3줄요약
그래픽=박혜수 기자
경영권 분쟁을 실질적으로 마감한 한미약품의 임상 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서 한미약품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은 2526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년 대비 14.45% 증가한 수치다. 매출 추정치는 1조5882억원으로 전년 대비 6.53% 늘어났다.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대로 발표된다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한 대웅제약(1466억원), 종근당(1117억원)과 1000억원 넘게 차이 나는 수치로 5대 제약사 중 영업이익 1위를 기록하게 된다.

4분기 실적 일시 부진···"경영권 분쟁 불안 요소"


10일 DS투자증권은 한미약품의 지난해 4·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및 영업이익을 3436억원, 307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7%, 56.2% 감소한 수치다. 이날 보고서를 발표한 증권사 전망치 중 매출액과 영업익 모두 가장 낮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별도 기준 매출액은 약 27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 줄고, 영업이익은 약 268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줄어들 것"이라면서 "로수젯 및 아모잘탄 등 주요품목의 매출은 견조하나 작년 동기 대비 마일스톤이 부재해 기저효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경영 불안정 등의 요인이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미약품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히던 경영권 분쟁은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지난달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분쟁을 거듭하던 '4인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라데팡스) 측에 자신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5%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상호 간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도 합의했다.

임 이사 지분 5%는 신 회장과 킬링턴 유한회사로 각각 3%, 2%씩 넘어갔다. 이로써 4인 연합 합산 지분은 54.42%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과반을 확보했다. 대표 해임, 정관 변경 등 특별결의 요건이 아닌 일반 안건은 모두 통과시킬 수 있다. 여기에 임종윤 이사 잔여 지분인 6.79%에 더해 추가로 소액주주, 기관투자 지분 10%만 더하면 특별결의 안건도 통과시킬 수 있다.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1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그 딸인 임주현 부회장이 한미약품그룹과 OCI 그룹 통합을 추진하며 시작됐다. 당시 송 회장 아들인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통합에 반대하며 1차 분쟁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당초 형제 편을 들었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 측과 연합하며 2차 분쟁이 시작됐다.

서로 고소와 고발을 이어가는 등 극한 갈등으로 치닫던 싸움은 결국 임시주주총회 표 싸움으로 이어졌다.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는 무승부가 나며 분쟁이 장기화하는 듯했지만, 지난달 한미약품 주총에서는 4인 연합이 승리를 거두며 형제 연합 측 패색이 짙어졌다.

임종윤 이사까지 4인 연합 측과 '화합'을 결심하며 경영권 분쟁 종식은 사실상 홀로 남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선택에 달린 상황이다.

현재 임종훈 대표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신년사도 송 회장과 임 대표가 따로 배포하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

송 회장은 '구각을 탈피하고 전열을 재정비해 글로벌로 힘차게 전진하자'는 제목의 신년사를 내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자는 뜻을 암시했다. 임 대표 역시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신년 메시지를 통해 "회사 안팎으로 그룹사 경영 방향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이어져 임직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대표이사로서 마음 깊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모든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표이사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자 '재정비'와 '정상화'를 주요 키워드로 삼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자신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영 체제를 확립하자는 의미가 담긴 '동상이몽'인 셈이다.

만약 임 대표가 분쟁을 이어간다면 여전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도 5대5 구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 분쟁 종식 여부는 내년 3월 열릴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임 대표가 그 전에 4인 연합과 협의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반격 카드가 남아있지 않아서다.

2025년 R&D 모멘텀 집중


한미약품은 올해 연구개발(R&D) 모멘텀이 연달아 예고된 상태다. 특히 비만치료제 등 주요 신약에 대한 임상이 연내 마무리된다.

한미약품은 지난 2023년 9월 비만 치료 모든 주기에 걸친 '맞춤형 치료제'를 순차적으로 선보이는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 임상을 개시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승인을 받고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6월 미국당뇨학회(ADA)에서 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한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5275'(LA-Triple agonist)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잇는 혁신형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임상 1상 결과는 올해 6월 ADA 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HM15275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1상 진행을 승인받았는데, GLP-1·인슐린 분비 자극 펩타이드(GIP)·글루카곤에 동시 작용하는 기전으로 개발에 성공하면 혁신신약(First-in-Class)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선천성고인슐린혈증 치료제 '에페거글루카곤 (HM15136)'도 올해 상반기 글로벌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유럽소아내분비학회(ESPE)에서 에페거글루카곤 임상 2상 경과를 발표했다. 당시 안전성과 내약성이 우수했으며,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부작용이나 특별히 우려할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용화 되면 세계 최초 주 1회 투여 제형으로 환자의 투약 편의성 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미국 머크(MSD)에 기술 이전한 지방간염(MASH) 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MSD 개발명 MK-6024, 한미약품 개발명 HM12525A, dual agonist) 임상 2b상은 올해 12월 종료될 예정이다.

MSD는 MASH로 인한 간경화 환자에서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2상,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 환자를 대상으로 2주 1회 투약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임상2상을 새롭게 추가하는 등 개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MSD가 지난 2020년 한미약품에서 도입한 MASH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해당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머크가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 전체 계약 규모는 8억7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한미약품은 현재까지 계약금 1000만달러(약 138억원)와 단계별 기술료 1400만달러(약 193억원) 등 2400만달러(약 331억원)를 수령한 상태다.

예정대로 올해 12월 임상 2b상이 종료되고 2026년 1분기 내 결과발표가 이루어지면 한미약품은 MSD에 약 400억원의 마일스톤을 지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근손실 방지 비만 치료제 'HM17321'(UCN2 Analog)도 올해 하반기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개최된 '미국비만학회'에서 임상 연구 결과 2건을 포스터로 발표했다. 연구 결과 비만 동물 모델에서 HM17321 투약 시 GLP-1 기반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와 유사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제지방량과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차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지훈 LS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에 따른 여파가 2024년 4분기까지 지속된 가운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보유지분 5%를 매각하며 경영권 분쟁은 어느 정도 일단락 되는 국면으로 보인다"면서 "연내 다수의 핵심 R&D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만 치료부터 체중 감소 이후 관리까지 비만 전주기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라면서 "향후 임상 성과에 따라 기술이전(L/O)도 기대한다"고 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이 원만히 해결된 이후 국내 및 북경한미의 영업 정상화를 바랄 수 있다"며 "경영권 안정화에 따라 밸류에이션 정상화와 하반기 R&D 파이프라인 가치 상승을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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