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9일 2차 체포작전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한남동 관저주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대신 조사 없이 불구속 기소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윤 대통령 측 요구에 대해서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한 뒤 2차 체포영장 집행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9일 "경찰과 구체적인 체포영장 시점과 방법에 대해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점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공수처는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해 실패가 없도록 신중하게 집행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 이후 사정 변경이 없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섣불리 집행에 나서기보다는 신중하게 영장집행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고, 예상대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1차 집행 시도가 실패한 지 벌써 일주일이 돼가는 만큼, 공수처와 경찰이 머지않아 두 번째 시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왜냐하면 체포영장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 질수록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요새화'하는 대통령 경호처 작업도 그만큼 강화될 수 있는 데다, 12·3 비상계엄에 연루된 군경 지휘부가 이미 대부분 구속기소된 상황에 윤 대통령 수사만 마냥 손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한남동 관저 주변에 탄핵 찬반 집회 인파가 몰리는 주말보다 평일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2차 체포영장 집행 시기는 이르면 10일이나 아니면 13일쯤이 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차 체포작전 윤곽...경호처 지휘부 소환 등으로 와해하는 전략 적극 검토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맡은 경찰은 경호처 지휘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을 먼저 체포한 다음, 윤 대통령을 체포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주도할 경찰 국수본은 2차 집행에 앞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입건된 박종준 처장 등 김성훈 차장 등 지휘부 4명을 먼저 체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종준 처장은 법 집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라고 지시했을 뿐 아니라 내란 가담 혐의도 받고 있다.
국수본은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방해한 혐의로 박 처장과 김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등 4명을 피의자로 입건해 연이어 소환을 통보했다. 박 처장의 경우 이미 변호인 선임 등을 이유로 두 차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상태로 10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3차 소환한 상태다. 김 처장 역시 두 번 소환에 불응해 11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고 재차 통보했다. 이광우‧이진하 본부장에겐 각각 10일, 11일 오후 2시까지 나오라는 2차 출석요구서가 발송된 상태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현장에서 집행 방해를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이 가능하며, 경호처 지휘부를 먼저 와해시켜 경호원들에 대한 부당한 지시를 원천 봉쇄함으로써 무력 충돌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박 처장이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경찰은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관저에서 체포할 방침이다. 박 처장이 경찰 조사에 응해도 경찰은 긴급체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호처는 대통령과 가족만 경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경호원들이 경호처 지휘부 체포를 막을 근거는 없다. 그럴 경우 수장이 없는 경호처를 상대로 주말 사이 윤 대통령 체포작전을 펼 수 있게 된다.
경찰은 한남동 관저를 요새화하는 데 공헌한 인간벽으로 세운 일반 경호원들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채증 영상을 확보했고, 다시 막으면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공수처와 경찰 국수본은 경호처를 압도할 수 있도록 투입 인력을 늘리기로 하고 방호복과 방패 등 진압 장비도 준비하고 있다.
'尹 체포 저지' 軍소속 55경비단 빠진다...경호처 "국방부 요청 존중"
공수처와 경찰 국수본의 2차 체포영장 집행 준비에 발맞춰 국방부도 대통령 경호처가 55경비단을 투입할 경우 장관 직무대행 권한으로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부대인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이 윤 대통령의 체포저지에 동원되지 않은 가능성이 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8일 ‘추가 영장집행 과정에서 해당 장병들이 심리적·물리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전에 적극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국방부 장관은 경호처를 지원하는 부대의 원 소속 기관장으로서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될 때 해당 부대의 임무를 취소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다”고 답했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국방부는 관저 경계를 맡은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5경비단, 33군사경찰대 병력이 사법기관의 법 집행 저지에 얽히는 것 자체가 임무 범위를 넘어선다는 입장이다. 이는 관저 외곽지역 경계라는 부대 본연의 임무를 벗어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사병 동원 의혹을 받는 경호처를 향한 국방부의 사전 경고 성격으로 볼 수 있다.
국방부가 이렇게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한 것은 궁지에 몰린 경호처가 군 병력을 앞세울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1차 체포영장 집행 때 경호처는 “대치 격화에 대비해 병사들은 후방 근무로 전환했다”고 주장했지만, 1차 저지선에 경호처 직원 50여명과 군부대 인력 30∼40명으로 '인간띠'가 구성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찰 역시 채증을 통해 사병이 투입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이뤄진 지난 3일 국방부 장관 대행을 맡고 있는 김선호 차관은 경호처에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데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란 입장과 함께 55경비단이 경찰과 대치하지 않도록 박종준 경호처장에게 요청했고, 이후 경호처가 김 대행의 요청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회신을 했다고 복수의 정부소식통이 전했다.
국방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데 사병을 투입하는 게 ‘위법’ 내지는 '부당'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취소하거나 정지시킬 것이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1차 체포영장 저지한 55경비단 병력 "적법하지 않은 지시 거둬달라"반발도
더구나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일부 병력이 지휘부에 "적법하지 않은 지시를 거둬달라"며 반발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9일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당시 공수처를 가로막은 1차 저지선은 경호처 직원 50여명과 55경비단 병사 등 군부대 인력 30∼40명으로 구성된 '인간 방패'였다. 55경비단은 대통령 관저 외곽경호를 담당하는 부대로, 대통령경호법 등에 따라 경호처에 배속돼 지휘·통제 권한이 경호처에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이 1차 저지선에 동원되자 "적법하지 않은 지시를 거둬달라"는 요청이 나왔다고 복수 관계자들이 밝혔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군 병력이 대거 동원되자 비판적 여론이 일었던 것을 지켜봤던 55경비단 장병 사이에서 이같은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55경비단은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빠졌지만 이후 3차 저지선에 다시 동원돼 경호처 직원과 33군사경찰경호대, 55경비단 병사 등 200여명이 '인간 방패'를 만들었다는 게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던 경찰의 판단이다.
관저외곽 경비맡은 경찰 소속 202경비단 "적법한 영장집행엔 협조해야"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경호처에 서울경찰청 직할 경호부대인 202경비단을 파견한 경찰 역시 “적법한 영장 집행엔 협조해야 한다”란 지휘부의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1차 집행 시도 때도 이런 입장에서 경찰 202경비단 경비 구역인 1ㆍ2차 저지선을 열어준 것”이라며 “공수처가 막힌 건 3차 저지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경비단 인원이 현장에 나간 건 공수처와 국수본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변의 불특정 다수 시위대가 진입하는 등의 우발 상황에 대비하는 게 경비단의 임무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근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호처가 지난 7일 서울경찰청에 “101ㆍ202 경비단의 원활한 협조를 바란다”라는 내용으로 경비 업무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경찰은 “별 다른 의미가 없다”며 일축했다. 101경비단은 용산 대통령실 본청 경비 업무를 맡고 있어 관저 경비 업무와는 무관하다.
국수본, 2차 체포시도에 300명 이상 대규모 인원, 기동대, 장갑차, 헬기 등 검토
이처럼 경호법에 따라 관저외곽 경호를 맡은 55경비단 군병력은 국방부가 체포영장 집행저지에 나서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관저외곽 경비를 지원하는 서울경찰청 직할 경호부대인 202경비단에 대해서는 경찰청이 이미 공문으로 지시를 내려보낸데다, 그리고 경호처 지휘부의 소환 및 체포로 지휘부를 와해하게 되면 2차 체포영장 집행은 한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한남동 관저를 요새화해놓고 있는 상황에서 체포작전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간방패와 버스를 동원한 경호처 철벽을 어떻게 뚫느냐에 달려있다.
체포영장 집행 주체는 공수처이지만,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공수처 결정으로 무산된 만큼 2차 체포영장 집행엔 국수본이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수본은 2차 체포영장 집행 때는 1차 때보다 대규모 인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차 때는 이대환 수사 3부장 등 공수처 검사·수사관 30명과 경찰 특수단 120명 등 150명이 관저로 향했으나, 이 중 80명만이 1·2차 저지선을 뚫을 수 있었다. 3차 저지선까지 지나며 관저 인근에까지 도달한 인원은 공수처 검사 3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국수본은 기존 투입 인원에다 광역 수사를 맡는 형사기동대를 추가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 소속 형사기동대만 해도 210여명에 달하며, 전국적으론 1300명 이상의 형사기동대 인원이 있다. 경호처가 가용할 수 있는 인원으로 알려진 200~250여명보다도 많은 인원을 동원해 단계별 저지선을 뚫어내겠다는 의미다.
경호처의 저항은 1차 집행때보다 훨씬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일 이후 관저 철문에서부터 대형 버스를 벽처럼 촘촘하게 배치해놓았고, 산길 등 주변엔 원통형 철조망을 설치했으며, 보조 출입문은 쇠사슬로 봉쇄했다. 관저로 향하는 길 곳곳에도 볼라드(길말뚝)가 설치돼 차량 진입을 막아놨다.
이에 따라 1차 집행 때 질서‧안전 유지 등의 목적으로 투입된 2700여명의 기동대 45개 부대를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동대 장비인 특수 견인차와 장갑차를 동원해서 차 벽 및 철조망을 부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각에선 대테러부대인 경찰특공대와 헬기 투입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선 경찰특공대 투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경찰특공대가 체포영장 집행 업무에 투입될 경우 공공안전‧테러 방지 등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경찰청과 경찰서의 조직 및 사무분장 규칙’을 보면 경찰특공대는 각종 테러 등 특수범죄 진압 및 인명구조 등을 임무로 한다. 또 특공대를 투입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유혈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수처와 윤 대통령측, 2차 체포영장 집행두고 명분쌓기 한창
이처럼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수처와 윤 대통령 측 사이에 명분 쌓기를 위한 삿바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8일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기자 간담회를 열고 "(조사 없이) 기소를 하든지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검토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변호사 선임계도 안 들어왔고 피의자가 조건을 건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이라면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 변호인 측도 이날 공수처에 면담을 요청하기위해 방문했지만 공수처가 사실상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신임검사 면접 등으로 면담할 상황이 되지 않았다"면서 "민원실에 내거나 우편 접수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같은 대형 사건 수사에서 검찰이 변호인과 아무런 연락 없이 선임계를 우편 접수나 민원실을 통해 받은 사례는 흔치않다. 이는 결국 윤 대통령 측이 변호인 선임과 출석 조율 과정을 명분으로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게 공수처의 분석이다. 공수처 입장에서는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변호인과 조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윤 대통령 측이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체포영장 효력을 부정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구속영장을 인정하겠다고 주장한 데 대해 공수처 안팎에서 "법원 쇼핑"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어떻든 출석 요구를 세 차례 무시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중범죄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특정한 수사 방식을 요구하며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히는 건 형사사법 시스템 내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요구일 뿐 아니라,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처사에 해당된다는 비판이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