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실제로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최근 급등세를 이어오던 양자컴퓨팅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유용한 양자컴퓨터, 20년쯤 되어야 가능”
그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자리에서 월가 분석가들과 만나 양자컴퓨터 시장의 미래를 언급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황 CEO의 발언이 “양자컴퓨팅의 무용론”으로 해석돼 주가 폭락을 유발했다고 비판했으나, 업계에서는 “시기적 문제일 뿐, 기술 가치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이 나오고 있다.
황 CEO는 8일(현지시간)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진행된 질의응답 세션에서 “매우 유용한(useful) 양자컴퓨터가 언제 상용화될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15년으로 잡으면 약간 이른 단계, 30년이라면 꽤 늦은 단계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20년이라는 시점이 많은 사람에게 현실적이라 여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 직후 뉴욕증시에서 아이온큐(IonQ), 리게티(Rigetti), 디웨이브(D-Wave Quantum) 등의 주가는 10~30% 가까이 급락했다. 중국 시장에 상장된 양자컴퓨팅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으며, 구글 모기업 알파벳 역시 개장 전 거래에서 소폭 하락했다.
실제로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원리를 기반으로, 기존 컴퓨터와는 차원이 다른 연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오류 정정” 등 핵심 기술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구글, IBM, 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미래를 낙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구글은 지난달 “10자 년(10의 24제곱 년)이 걸리는 문제를 5분 만에 해결 가능한 양자컴퓨터 시제품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개발 오래 걸려도 가치 훼손 아냐”… 뜨거운 투자 열기 지속
황 CEO의 발언에 대해 “양자컴퓨팅이 당장 쓸모없다거나 무용하다”는 취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황 CEO는 “엔비디아도 양자컴퓨팅 개발에 참여 중”이라며, 기술 연구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양자컴퓨팅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고조된 상태다. 미국 증시에서는 아이온큐, 리게티, 디웨이브퀀텀 등 순수 양자컴퓨팅 플레이어들이 지난 1년 새 수백에서 수천 퍼센트까지 주가가 상승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부품·장비 업체들이 ‘양자’ 테마로 묶이면서 단기 급등한 사례가 적지 않다.
CES 2025에서 별도의 ‘양자컴퓨팅 부문’이 신설됐을 정도로, 업계 전반에선 해당 기술이 앞으로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차세대 대형 혁신’이라는 공감대가 확산 중이다. 문제는 상용화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 않으며, 핵심 기술이 해결될 때까지 ‘뜀박질하는 주가’와 ‘가시적인 결과물’ 사이의 괴리감이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양자컴퓨터가 궁극적으로 적용될 분야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 금융 투자 전략, 자율주행 등에 활용될 가능성을 꼽는다. 극도로 복잡한 최적화 문제를 순간적으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 조정과 오해를 넘어, 기술의 실제 성과가 나타나는 시점에 맞춰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번 폭락으로 양자컴퓨팅 관련주가 일부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수십 년 뒤 진짜 유용해질 테니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은 여전히 강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런 시점에 투자를 확대해 선도 기술력을 확보하는 기업이 미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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