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과도한 비급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관리 급여 도입 등이 포함된 개혁방안을 내놨다. 다만 의료계 및 소비자단체는 비급여 치료 자체가 불필요한 행위로 인식돼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9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비급여 관리개선방안 ▲실손의료보험 개혁방안 등 두 가지 발제와 관련 패널토론으로 진행됐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노연홍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비급여는 의료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환자의 다양한 치료 선택을 돕는 순기능도 있지만 일부 비급여는 의료적 필요도를 넘어서 남용되고 실손보험의 보상체계와 결합해 어렵고 힘든 필수의료보다 손쉬운 비급여 진료가 훨씬 더 보상받는 기형적 구조를 낳고 있다”며 “이에 의료개혁특위 산하 전문위원회와 소위원회에서는 비급여 관리 개선 방안에 대해 비급여의 가격, 진료기준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고 상시적 모니터링과 투명한 정보공개가 가능한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발제자로 나선 서남규 국민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장은 ‘비급여 관리개선방안’ 발제를 통해 “비급여 진료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증가하면서 2023년 기준으로 20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영양제 주사 등 비중증 분야로 인한 국민의료비 증가로 환자부담이 늘고 건강보험 보장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료비 부담 완화 및 필수의료 강화 목표를 위한 4가지 과제로 ▲건강보험 역할 강화 ▲비급여 사용관리 강화 ▲비급여 관리체계 강화 ▲비급여 관리기반 혁신을 꼽았다.
서 실장은 “꼭 필요한 치료는 건강보험 관리체계를 통해 안심 진료를 받도록 건강보험 급여 전환을 추진하고, 집중 관리가 필요한 비급여는 ‘관리급여’ 신설로 진료기준·가격 등을 설정해 관리해 나가겠다”면서 “비급여 표준화를 위해 주성분에 맞춰 명칭을 통일하는 등 선택 비급여 명칭·코드를 표준화하고, 진료비 실태조사 표본기관 및 비급여 보고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 항목별 가격 위주 정보 공개에서 총 진료비를 비롯한 종별·지역별 세부 진료, 안전성·유효성 평가 결과, 대체치료법 등으로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며 “국민 측면에서는 비급여 가격이나 안전성 등의 정보들을 충분히 보고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의료 공급 생태계의 건전한 조성과 함께 필수의료 분야 보상이나 인력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보험과장도 실손보험 개혁방안 발표에 나섰다. 실손보험으로 인한 의료 남용과 시장 교란 방지, 필수의료 기피 해소 등 의료체계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소수 가입자의 불필요한 비중증 비급여 이용을 차단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대폭 낮추고 중증 중심으로 보장을 개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비급여 보장에 있어서도 오남용 우려가 크고 일부 가입자 혜택 편중이 큰 주요 과잉·남용 우려 비급여에 대해 분쟁조정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암, 심뇌혈관, 희귀질환 등 중증 위주 비급여 보장으로 상품을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에서는 비급여가 아닌, 비급여의 과잉진료가 가장 큰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험사 관계자는 “비급여 관리 방법과 관련해 비급여 과잉공급을 억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빠져 있다”며 “특히 도수치료 등 필수적인 치료가 아닌 비중증 과잉 비급여를 반드시 급여화해 관리 필요, 구체적인 가격 상한, 치료횟수, 치료주기 등에 대한 기준이 신속히 복지부 고시로 발령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계 또한 비급여 관리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부 정책이 실손보험과 관계가 깊은 비급여에 대한 관리에 집중된 점, 비급여가 치료에 불필요한 과잉진료로 여겨지는 점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양문술 부평세림병원장은 “비급여 통제가 안 되고 남용이 되어서 이들이 주범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등이 필수의료라 할 수는 없지만 필요성이 없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 종사자로서 이런 치료는 새로운 방법이 생기면서 하나의 무기가 생긴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봉근 의사협회 보험 이사는 “비급여는 의사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며 필수의료라고 언급되는 급여 물리치료의 수익은 1000원에서 2000원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부족한 수익을 비급여를 통해 채우는 구조를 만들고 의사 없이 비급여 관리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시작 단계부터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대표 등 협회 회원들은 “정부가 보험회사 편을 들어 소비자를 저버렸다”, “건보공단도 복지부도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다”며 정부 개편안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