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12·3 비상계엄을 시작으로 최근 체포영장 불응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아전인수식 법 해석이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인 법치주의 붕괴와 파괴로 귀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위헌·불법적인 12.3비상계엄을 선포를 시작으로 불법적인 내용의 포고령을 승인했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표결을 거친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는 '계엄은 대통령 권한'이라며 '탄핵결정에 불복'하고 있다.
이후 관련 수사가 이어지자 공수처의 소환 통보를 3번 거부했고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이 불법이라며 정면으로 거부하며 이의신청을 했다.
또, 합법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거친 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군과 경호처의 무력 동원, '한남산성'이라는 관저 요새화를 구축하며 방해했고, 오히려 영장 집행을 한 수사기관을 고발하고, 영장 발급 법원을 믿지 못하겠다며 다른 법원에서 발급받으라는 황당 논리까지 펴고 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심의판결에 갖가지 이유를 들어 헌재의 탄핵심판서류 수취 거부, 헌재 출석 거부, 계엄에 헌재심판 필요없다는 등 사실상 헌재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 현장을 총괄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소준섭 판사와 헌법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관 이미선 수명재판관까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법치'의 의무를 지켜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그런 그가 '법치 파괴'에 최전선에서 앞장서고 있다. 한마디로 윤 대통령은 검찰, 경찰, 공수처, 법원, 헌법재판소까지 모든 국가기구의 법적 결정을 모두 부정하고 무시하며 법질서를 파괴하고 흔들고 있다.
여기에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 44명은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임에도 체포명령장에 '내란수괴 혐의자'로 적시된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체포명령장 집행에 집단 방어벽을 치고 저지하고 나서면서 '법치 파괴'에 동참하고 있다.
이에 보수층에서도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윤 대통령을 향해 '보수 궤멸자'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법치' 강조해 오던 尹, '위헌·불법' 비상계엄 선포
윤 대통령이 출마 선언을 할 때부터 대통령으로서 가장 강조한 것은 '법치'였다.
지난 2021년 6월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그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공정과 법치는 필수적인 기본 가치"라고 말했고, 공식 석상에서 발언을 할 때마다 '법과 원칙'이라는 표현은 빠지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달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도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윤 대통령의 행보는 법치와 거리가 멀다. 우선 법학자들은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불법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비상계엄의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고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절차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계엄포고령 1조는 명백한 위헌이다. 헌법과 계엄법에 국회의 활동을 금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법에 보장된 국회의 계엄 해제권 행사를 막기 위해 군을 동원해 '발포', '체포' 명령을 내리면서 '내란 수괴' 혐의를 받기에 이르렀다.
체포영장에 이의신청? 경호처 동원 영장집행 방해
尹 측 "서울서부지법 발부 영장은 무효.. 서울중앙지법이 발부해야"
비상계엄이 해제된 후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은 앞다퉈 '내란죄' 수사에 나섰다.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도 당연히 수사 대상이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자의적인 법 해석'으로 법치주의를 흔들고 있다.
먼저,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소환 요구에 특별한 사유 없이 3차례나 불응했다. 이에 공수처는 법원에 체포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신청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한다.
이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의신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압수 등에 불복해 법원에 제기하는 제도이다. 즉, 체포된 뒤 적부심사를 청구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체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의신청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당연히 기각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대법원에 재항고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일에는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자 대통령 경호처를 동원해 이를 저지했다. 양측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자 공수처는 결국 집행을 중단하고 물러서야 했다.
이에 대해 오동운 공수처장은 7일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경호권을 통해 저항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비판받아야 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오히려 영장 집행에 나선 공수처 등 150명을 고발하는 '적반하장' 행태를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장은 수사지휘권이 없음에도 경찰 특수단을 지휘해 위헌·위법인 영장 집행에 착수했다"며 "이 과정에서 군사보호구역시설인 정문을 부수고 침입했고 경호처 직원들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청과 국방부가 관저 지역에 경호·경비부대 배치를 늘려달라는 박종준 경호처장의 요청을 거부했다며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등도 고발했다.
최근에는 "무효인 체포나 수사에 응할 수 없다"며 "기소를 하거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이 발부되어야 따르겠다는 주장까지 했다.
내란 수괴 혐의자가 형사·사법절차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이 역시 당연히 법적 근거가 없다.
윤 대통령 체포 방어 나선 국힘 의원 44명.. 법치 파괴 불사
여기에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동참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윤상현 의원은 5일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체포영장 불응에 대해 "헌법과 법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정당한 영장이라면 당연히 응하겠지만 위법한 영장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놨다.
또, 국민의힘 의원 44명은 지난 6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 집결했다.
이 자리에서 김기현 의원은 "원천 무효인 사기 탄핵이 진행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싸워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헌법재판소와 공수처 등을 직접 공격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헌재가 대통령 탄핵 심판을 편향적이고 불공정하게 진행한다"며 헌재를 저격했다.
판사 출신인 조배숙 의원은 "헌재가 너무 정치 편향적이다.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는 발언도 했다.
국민의힘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경찰청·국가수사본부를 잇따라 방문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무효"라고 목청을 높였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에서 "공수처가 현재 정국을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며 사법체계의 공정성을 크게 흔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란죄 철회' 논란을 일으켜 탄핵에 불복하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국회 탄핵소추단이 헌재 탄핵 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따지지 않기로 하자 국민의힘 내에서 일제히 "내란죄를 제외한 탄핵은 무효"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보수언론도 "법치 흔들리고 있어" 조갑제 "尹, 보수 궤멸자"
정동영 "법치주의 사망".. 경찰 내에서도 "용산, 법치주의 파괴"
이와 같은 행태에 보수 진영 내에서도 '법치주의 파괴', '보수 궤멸자'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7일 국회에 출석해 "적법하게 절차를 따라 이뤄진 (영장)재판에 대해서는 일단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동아일보는 8일 사설에서 "재판의 일종인 영장 심사를 거쳐 발부된 영장의 효력을 인정하고 따라야 한다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라며 "법원행정처장에게 누구나 알 만한 원칙들을 묻고 확인받아야 한다는 건 그만큼 한국 사회의 법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의 불법성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을 두고 "이런 식이라면 법 절차를 통한 문제 해결은 불가능해진다"며 "영장 집행 차원을 넘어 법치의 훼손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법과 법원을 존중하지 않는 풍토가 확산되면 무법과 탈법이 횡행하는 사회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중앙일보도 같은날 사설에서 "우리 현행법은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에 대해 별도의 항고 절차를 두지 않고 있다. 일단 승복하고 영장실질심사나 구속적부심 등에서 다투도록 돼 있다. 피의자가 누구든지 편의대로 고를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원로 보수 논객으로 꼽히는 전 월간조선 편집장 출신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윤석열 때문에 어디서 내가 보수라고 말하기가 어렵게 됐다"며 "보수가 분열되고 축소됐는데, 윤석열이야말로 최고의 보수 궤멸자"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법치의 사망'이라며 보다 강도 높은 비판을 내 놓고 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6일 4선 이상 중진 간담회에서 "법치의 사망을 목격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법은 죽었다'고 통탄하고 있다"며 "제 2의 내란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경찰 내에서도 윤 대통령의 법치주의 파괴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택수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수석부위원장은 7일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과 권력의 주인은 국민인데, 용산은 그 법과 권력을 자신의 것인 양하는 태도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국민이 경찰에 기대하는 것은 모든 범법 행위를 예방하는 것과 이를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이라며 체포 영장 집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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