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말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MBK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이학영 국회부의장의 질의에 "MBK연합은 모두 국내법인이나 실질적으로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MBK의 주요 주주가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해당 건을 외국인 투자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산업부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MBK에 따르면 외국인인 김병주 회장이 지분 17%, 해외 사모펀드인 다이얼캐피털이 지분 16.2%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미국시민권자인 김병주 회장은 최근 의사결정기구인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유일하게 거부권(비토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고려아연의 인수 결정을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을 (외국인이)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결정한 사람이 곧 외국인인 김 회장이라는 해석이다.
이처럼 주요 주주가 외국인이고 의사결정 과정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도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MBK는 '외국인이 지배하는 국내법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MBK의 고려아연 인수 행위는 관련 법에 따라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금융투자(IB)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국인'이 단독으로 또는 '외국인이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과 합산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려 할 때는 '외국인 투자'로 판단해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득해야 한다.
다만 관련 조항에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어 '외국인이 지배하는 국내법인도 외국인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을 명확하게 담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입법조사처도 "산업부 장관의 승인 등 심판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국내 법에 의해 설립됐으나 외국인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법인을 외국인 범위에 명시적으로 추가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입법조사처 답변에 대해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외국인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법인의 국가기간산업 지배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가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함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국가기간간업 보호를 위한 국회와 정부의 역할을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지난달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발맞춰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해당 계획에서 "외국인의 범위와 지배권 취득 기준에 대해 실질적 지배권 행사 여부와 타법 사례 등을 고려해 조정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법을 참고하겠다고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국가기간산업과 관련한 또다른 법인 항공사업법을 참고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항공사업법 제54조에서는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외국인이 대표 등기임원인 법인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사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해당 규정으로 MBK는 지난해 상반기에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인수전에 참여하지 못했다. 최근 고려아연 적대적 M&A 시도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MBK는 외국인인 김병주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표 등기임원 2명 중 1명(부재훈 부회장) 또한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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