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은 공사비' 잇딴 증액에 갈등까지... 조합원 부담 늘고 분양가 인상 우려도

'천장 뚫은 공사비' 잇딴 증액에 갈등까지... 조합원 부담 늘고 분양가 인상 우려도

아주경제 2025-01-09 17:17:42 신고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 조합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시공사의 공사비 추가 인상 요구가 거듭되면서 조합 내부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이로 인해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어서다. 또 공사비 추가 인상은 향후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특히 올해부터 제로에너지 달성 기준 강화 등 정책 규제가 시행되면서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사업 지연 우려 등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오는 14일 공사비 증액 안건을 심의하기 위한 총회를 개최한다. 안건이 통과되면 당초 1조3229억원이었던 공사계약금액이 1조3818억원으로 588억원가량 증액된다.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앞서 2018년 8월 시공사인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한 이후 지난 2021년 12월에 한차례 공사비를 인상했으며, 2024년 7월에도 원자재 가격 인상과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증액한 바 있다. 

조합 측은 "이번 공사비 증액은 전반적인 재건축 단지에 조경 시설을 추가 설치하면서 생긴 비용"이라며 "조합원에게 비용 부담이 발생하다 보니 반대 의견도 없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경기 고양시 능곡2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시공사인 GS건설·SK에코플랜트와 도급 계약을 다시 체결하고, 기존보다 24% 늘어난 금액에 공사비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능곡2구역의 전체 총 공사비는 당초 공사비인 6917억원보다 1633억원이 증액된 8550억원으로 확정됐다.
 
해당 사업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 49-10번지 일원에 지하 5층~지상 36층, 25개동 규모의 공동주택 2933가구 및 부대 복리시설 등을 건설하는 공사다. 지난해 7월 공사의 시공사인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원자재 가격과 노무·인건비 급등을 이유로 조합에 공사비 1662억원을 증액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조합이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시공사의 요구액보다 낮춰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3.3㎡당 520만원 수준이던 공사비는 3.3㎡당 640만원대로 치솟게 됐다.

노량진뉴타운도 재개발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공사비 인상이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노량진8구역의 시공을 맡은 DL이앤씨는 3.3㎡당 498만원이던 공사비를 882만원으로 상향 제안했다.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에 따른 설계변경과 자재비 및 인건비 등 물가 상승이 이유다. 기존 대비 공사비가 77% 오른 수준으로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조합은 공사비 협상과 함께 내부 협의 중이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느티마을 4단지의 리모델링 시공을 맡은 포스코이앤씨도 최근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661만원에서 814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공사도급계약 변경에 대한 협의가 완료되지 않으면 오는 10일부로 공사를 중단할 수 있다고 조합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은신 느티마을 4단지 조합장은 "물가와 자재값 등 전문 업체의 검증을 거쳐 적정한 공사비를 제시할 것"이라며 "양측이 공사 중단까지는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향후 공사비 부담이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에 따라 올해 6월부터 민간 건축물에 대한 제로에너지건축물의 기준을 5등급으로 강화한다. 민간 공동주택에 층간소음 기준 미충족 시 민간 공동주택에 대한 준공을 불허하는 내용 등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 통과 여부도 변수다. 층간소음을 낮추기 위한 완충재 투입이나 콘크리트 추가 타설로 인한 두께 강화로 인해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인상에 따라 시장의 공급 일정 등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사비 인상에 따라 재건축 사업이 기약 없이 연기되면 향후 부동산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법적 구속력 있는 공사비 검증 제도와 함께 불어나는 이주비, 사업비 대출 이자를 줄이는 정책 등을 통해 공사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로 에너지와 층간 소음 저감에 따른 분양가 상승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는 향후 정비 사업에서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 요소"라며 "환율, 유가 등 대외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사비를 자극하기보다는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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