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미국대사가 임기를 마치고 한국을 떠난 가운데, 한국계 조셉 윤(한국명 윤여상)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 주재 대사대리로 인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한국 주재 대사 공백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리대사는 기존의 대사 임기 만료 등의 이유로 공석이 되면 임시로 대사 직무를 대신하는 고위급 외교관이다. 다만 대리대사는 대사는 아니기 때문에 아그레망(주재국의 임명 동의) 절차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주한 미국대사를 임명하기 전까지는 윤 전 대표가 대사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주한미국대사로는 한국계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 전 연방하원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미 보수 매체 뉴스맥스에 따르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에게 스틸 전 의원을 주한미국대사로 지명해 달라고 비공개 요청했다.
윤 전 대표와 스틸 전 의원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윤 전 대표는 1954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나 1964년 세계보건기구 소속인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나이지리아에서 살았다. 중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영국에서 공부하고,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이후 1985년 미국 국무부에 입사했다.
스틸 전 의원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사태를 계기로 한국계의 정계 진출 필요성을 느꼈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스틸 전 의원은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장을 지낸 남편 숀 스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선출 위원,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행정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는 4년간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으나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600여표 차이로 석패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윤 전 대표가 대리대사로 임명된 것에 대해 "지금 우리 국내 정치 상황이 복잡하니까 외교적으로 서로 핸들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마 대리대사라도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을 갖다 놓고 어느 정도 이쪽 돌아가는 상황도 잘 파악을 해야 될 거고, 좀 안정적으로 관리를 하겠다고 신경을 쓴 것 같다"고 했다.
최 교수는 대리대사, 차기 주한미국대사 등 한국계 미국인들이 언급되는 것과 관련해 "아무래도 공화당 안에 인적 네트워크가 작동했을 것 같다"며 "특히 (스틸 전 의원은)공화당 내에서도 지금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괜찮고 한국계고 해서 서로 추천을 하는 등 연결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주 정확하게 정책적으로 어떤 고려 사항이 있어서 스틸 전 의원을 확실하게 선택했다는 건 아니다.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아직 불안한 상황 속에서 한국을 그래도 아는 사람을 선택하려 한 것 같다"며 "탄핵 정국 속에서 양국 고위 채널을 유지는 해야 된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버락 오바마 정부, 트럼프 1기 때 주요직을 맡았던 한국계 인사를 투입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윤 전 대표는 오토 웜비어 석방을 이끌어낸 인물이며 조심스럽게 보면 미·북 회담의 주역이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또 여러 가지 (북·미 대화) 시그널이 보이고 있지 않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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