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밥상 오를 만큼 흔했는데... 너무 안 잡히고 비싸져 먹기 힘든 겨울철 한국생선

서민 밥상 오를 만큼 흔했는데... 너무 안 잡히고 비싸져 먹기 힘든 겨울철 한국생선

위키트리 2025-01-09 16:4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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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묵 / 강릉시 제공

기후 변화로 인해 한국의 대표적인 겨울 생선인 도루묵의 어획량이 급감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동해안의 해양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며 도루묵뿐 아니라 명태, 오징어 등 전통적인 한류성 어종들이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해안 대표 겨울 생선으로 알려진 도루묵은 예전에는 동해안에서 손쉽게 잡히던 생선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도루묵 어획량은 172톤에 불과하다. 이는 전년도 433톤보다 60% 이상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어획량의 급감은 단순히 어업인의 경제적 손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겨울철 식탁의 풍경마저 바꿔놓고 있다. 구룡포에서 생선조림 가게를 운영하는 어민들은 도루묵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게 됐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2014년 12월 14일 강원 강릉지역의 방파제에서 낚시꾼들이 제철을 맞아 올라온 도루묵을 잡기 위해 바다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다. 당시 동해안 일대는 도루묵이 산란을 위해 얕은 바다로 올라오고 있으며 통발과 뜰채 등으로도 쉽게 잡혀 낚시꾼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 뉴스1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해안의 해수 온도는 지난 56년 동안 약 1.90℃ 상승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해수 온도 상승 속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온도 상승은 난류성 어종의 확산과 한류성 어종의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도루묵, 명태, 오징어와 같은 어종은 수온 상승에 취약한 까닭에 서식지 변화로 인해 어획량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도루묵은 특히 수온 변화에 민감한 어종이어서 해양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급격히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4년엔 도루묵이 이렇게 많이 잡혔다. / 뉴스1 자료사진

동해안에선 도루묵뿐 아니라 명태와 오징어도 비슷한 위기에 처해 있다. 명태는 이미 동해안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오징어 또한 10년 전 9400톤에서 작년 1300톤으로 어획량이 감소했다. 반면 방어, 전갱이, 삼치와 같은 난류성 어종은 점점 더 많이 잡히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온 상승으로 인해 동해안의 생태계가 열대 및 아열대성 어종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예측에 따르면, 2100년까지 동해의 수온은 최대 5℃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더 많은 한류성 어종이 사라지고 열대 어종이 대체될 것을 의미한다.

2016년엔 도루묵이 이렇게 많이 잡혔다. / 뉴스1 자료사진

어업인들 사이에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도루묵은 전통적으로 겨울철 별미로 인식되며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았던 생선이지만, 앞으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고급 어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수산 관련 기관들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선 알배기 도루묵 1㎏(10~13마리)이 1만6500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2022년 도루묵 평균 위판가격이 1㎏당 4000원대 초반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가격이 올랐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도루묵 구이 / 연합뉴스

도루묵은 페르카목 도루묵과에 속하는 어류로, 도루묵속의 유일한 종이다. 한류성 어종으로 동해, 일본 북서해, 러시아 오호츠크 해 등 차가운 바다에서 서식한다. 수심 200~400m의 모래펄 바닥을 선호한다. 주로 11월에서 12월 사이에 산란하며, 이 시기에 많이 잡힌다. 몸길이는 13~17cm로 크기가 작지 않다. 특히 도루묵의 알은 다른 어류에 비해 매우 단단해 천적들의 공격에서도 비교적 안전하다.

도루묵은 과거 값싼 생선으로 여겨졌지만 일본에 대량 수출되며 가격과 인기가 동시에 급상승했다. 남획으로 인해 1990년대 어획량이 급감했으나 자원회복사업이 성공하며 2009년 이후 점차 어획량이 회복됐다. 하지만 2016년 이후 기후변화와 남획 등으로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강원도 전역에서는 도루묵 산란철에 맞춰 축제를 열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도루묵의 이름은 조선시대 허균의 ‘도문대작’에 기록된 민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민담에 따르면, 전쟁 중 어느 왕이 이 생선을 맛있게 먹고 '은어'라는 고귀한 이름을 붙였으나, 이후 다시 맛보니 별로라며 "도로 묵어라"라고 해 현재의 이름이 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태조 이성계, 선조, 인조 등 왕과의 연관성을 두고 설이 분분하다.

도루묵 / 뉴스1

도루묵은 작고 가늘며 은빛이 도는 몸통과 크기에 비해 많은 알을 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알이 가득 찬 상태의 도루묵은 식감과 풍미가 뛰어나 겨울철 별미로 손꼽힌다. 먹을 때도 알을 주로 먹는다. 강원도에서는 구이나 찌개로 즐기며, 일본 아키타현에서는 도루묵을 숙성시킨 초밥인 '하타하타즈시'와 피시소스 '숏츠루'로 먹는다. 도루묵의 알은 점액질이 많아 호불호가 갈린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독특한 식감을 즐기며, 싫어하는 사람들은 비린 맛과 질감을 꺼리기도 한다.

도루묵은 이름에서 유래한 관용구 ‘말짱 도루묵’으로도 유명하다. 열심히 노력한 일이 헛수고로 끝날 때 쓰인다. 도루묵의 역사와 맛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익숙한 표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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