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9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K-퀀텀 스퀘어 미팅'에서 "올해 CES가 한창 열리고 있는데 '양자기술이 곧 비즈니스(Quantum Means Business)'가 특별 세션 주제"라며 "양자과학이 실험실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IT박람회인 CES 2025에서는 양자컴퓨터가 인공지능(AI)과 함께 주요 기술 트렌드로 떠올랐다. CES 주최측인 CTA는 양자컴퓨터를 새로운 주제로 추가하며 관련 세션도 여럿 진행했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은 양자컴퓨팅에 대해 향후 5~10년을 이끌 혁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IBM·구글·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은 자사 양자컴퓨터 시스템과 양자 칩 등을 CES에서 나란히 선보이며 시장 공략 의지를 나타냈다.
양자컴퓨터는 영자역학의 원리가 적용된 컴퓨터로 기존 슈퍼컴퓨터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연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령 구글은 지난달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슈퍼컴퓨터로도 약 10자년이 걸리는 문제를 새로 개발한 양자 칩 '윌로'를 탑재한 양자컴퓨터로 단 5분 만에 풀 수 있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10자는 10의 24제곱(septillion)에 달하는 큰 숫자다. 연산 속도가 차원이 다른 만큼 학습·추론을 위해 막대한 정보 처리가 필요한 AI와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이창윤 차관은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가 최근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 부분을 언급하면서도 "대체적인 중론은 10년 정도 되면 산업적 성과가 시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그러면서 "2025년이 양자과학 기술의 산업화 원년이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양자전용사업 예산이 2024년 대비 54.1% 증액된 1981억원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토대로 정부가 양자 생태계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양자전용사업은 양자 기술을 활용하거나 양자 기술 발전에 중점을 둔 사업을 의미한다. 이 중 R&D 관련 예산은 1825억원으로 총 21개 사업에 투입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전체 1981억 중 기술개발에 1120억원을 투자한다. 구체적으로 양자컴퓨팅(479억원), 양자통신(377억원), 양자센서(209억원), 양자공통기술(56억원) 등에 분배한다. 인프라에는 417억원을 투입한다. 개방형 양자팹(100억원), 시험·검증을 위한 통신망 테스트베드(79억원), 양자 플랫폼 지원(88억원) 등이다. 국제협력과 인력양성에도 444억원을 투자해 장기적 생태계 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를 토대로 과기정통부는 올해 △투자 확대와 R&D 전략화 △인력양성·플랫폼 구축 △글로벌 협력 △산업화 촉진 등을 중점 추진한다.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은 252억원을 투입하는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이를 통해 1000큐비트(양자컴퓨터의 단위) 양자컴퓨터 개발, 양자메모리 기반 양자인터넷 개발, 양자센서 기술 개발·상용화 등에 박차를 가한다.
장기적인 계획 마련에도 나선다. 지난해 11월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양자기술산업법)이 시행되면서 양자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양자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앞으로 양자 산업 진흥 전략을 담은 계획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올해 1분기 중으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양자전략위원회 가동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한국이 양자 강국으로 전환하기 위한 로드맵을 밟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양자 플래그십 프로젝트 착수, 양자종합계획 수립 등 주요 사업·정책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며 "특히 2025년을 우리나라 양자 산업화 원년으로 삼아 초기 상용화·실증, 인프라·장비 구축, 기업 지원 등 양자기술의 산업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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