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과 한국에서 전혀 다른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매출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강성 노조가 존재하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딜러를 통한 오프라인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구매 수요가 증가하자 현대자동차는 2021년 '현대 클릭투바이(Hyundai Click to Buy)'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온라인 구매 플랫폼은 현대차 공식 웹사이트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모델과 사양을 선택하고 금융 상품과 계약 서류 작성까지 간단히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플랫폼은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2020년 판매량은 63만8653대였으나, 2021년에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78만7702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는 판매량이 8% 감소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는 이러한 온라인 판매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과의 협력을 통해 '아마존 오토스(Amazon Autos)'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아마존에서 자동차 모델과 사양을 검색하고 금융 서비스를 신청하며 계약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소비자는 딜러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차량의 모델과 트림, 색상, 기능 등을 한 곳에서 검색할 수 있다. 사측은 차량을 선택한 뒤 몇 번의 클릭만으로 금융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고 전자 서명 서류를 작성하는 등 간편한 절차를 통해 빠르게 주문을 끝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인도 역시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위치한 딜러 매장에서 가능하다.
실제로 현대 클릭투바이 딜러들은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구매했을 때 해당 차량을 준비하고 점검한 뒤 고객들에게 인도한다. 소비자가 요청할 경우에는 차량을 직접 배송하기도 하며 이 과정에서 딜러들은 필요한 서류를 전달한다.
구매 후에도 차량의 유지보수 및 수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정기 점검과 워런티 관련 서비스도 제공한다. 온라인 구매 고객도 오프라인 구매 고객과 동일한 수준의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현지 딜러의 역할은 구매 후에도 지속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현대차의 온라인 판매 서비스 도입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고용안정성 저하를 이유로 한국 시장에서 온라인 차량 판매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될 경우 딜러들의 역할 축소로 이어지는 만큼 노조는 자신들의 고용 유지를 위해 온라인 판매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유통 구조의 특수성도 온라인 판매 걸림돌로 지목된다. 한국의 자동차 유통 구조는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딜러 중심의 전통적인 유통망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가 한국과 미국에서 다른 판매 전략을 취하는 배경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는 가격과 기술력 등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 현대차에 대한 인기가 높다보니 온라인 판매 실적도 잘 나타나는 것 같다"며 "팬데믹 당시 비대면 구매를 원했던 미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잘 파악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한국의 경우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불리는 현대차 노조 탓에 미국의 사례만 보고 한국에서도 온라인 구매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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