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K-푸드 수출 규모는 성장세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국내 주요 식품사들은 해외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위기에는 혁신과 쇄신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왼쪽부터)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 각 사
유통·식품그룹 최고경영자들이 전한 신년사의 공통 키워드는 '위기·혁신·쇄신'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론이 대두됐던 연말 상황을 언급하며 "혁신 없이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체질 개선을 통해 재도약의 토대를 다져야 한다. 변화와 혁신은 두려움과 고통을 수반하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단계 성장하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고물가·불경기 상황을 언급하며 "혁신하고 변화할 적기"라며 "우리의 본업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전례 없는 위기'를 언급하며 "기존의 경영 방식을 답습하는 기업은 위기를 맞아 도태될 것"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각 사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회장은 "국내 사업에서 내실을 다지며 글로벌 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미래 성장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다수의 유통·식품사는 글로벌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지난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글로벌 식품시장 2025년 전망'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농림축산식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2% 성장한 8조9000억달러로 예상된다.
수출 역시도 호황이다. 지난 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K-푸드 산업 수출액이 전년 대비 6.1% 증가한 130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정인교 산업통산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올해는 수출이 7000억달러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통상정책 로드맵에서 수출 목표를 세계 5위로 잡았는데 올해는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커지는 수출 규모만큼이나 식품사들은 해외 생산시설을 확대하며 세계 무대 장악에 나서고 있다.
현재 경남 밀양에 2공장을 짓고 있는 삼양식품(003230)은 2027년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도 첫 해외 생산기지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북미 일부 유통 채널에서는 삼양식품 제품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삼양식품의 중국 공장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설립·가동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중국 공장 가동이 시작된다면, 향후 해외 실적 증가세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삼양식품의 해외 사업은 수출 물량 생산 위주의 경영 전략과 증설을 통한 물량 증가와 고마진 국가향 수출 비중 증가로 인한 평균판매단가 상승으로 음식료 업종 내에서 실적 성장에 대한 가시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 사우스다코타 공장 착공식 현장. (왼쪽 두번째부터) △크리스티 노엄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브라이언 쉬에그 슈완스 대표 △박민석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097950)은 현재 유럽 헝가리와 미국 사우스다코타에 2027년 신규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로써 CJ제일제당은 미국, 유럽, 일본 등 기존 해외 공장과 더불어 총 35개의 공장으로 늘었다. 두 공장을 통해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제품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의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 착공식에는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가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노엄 주지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지명한 인물로 최측근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달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대비한 해외 진출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CJ푸드빌도 북미와 동남아시아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미국 조지아주에 베이커리 공장은 연내 완공할 것을 목표하고 있다. 규모는 주요 베이커리 제품을 연간 1억개 생산할 수 있으며 공장 설립에 약 5400만달러(한화 약 700억원)을 투입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진출을 위해 지난 8일 CJ푸드빌은 '스트림 엠파이어 홀딩스'와 마스터 프랜차이즈(MF) 계약을 체결했다. 뚜레쥬르는 이미 인도네시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말레이시아 시장까지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뚜레쥬르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기반으로 한 공급망을 통해 매장 수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2023년 뚜레쥬르 인도네시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비 20%, 27% 상승했다.
지난 8일 뚜레쥬르의 말레이시아 진출을 위한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 체결을 기념하며 (왼쪽부터) 저스틴 임(Justin Lim) 스트림 엠파이어 홀딩스 대표와 정수원 CJ푸드빌 인도네시아 법인장이 촬영하고 있다. ⓒ CJ푸드빌
농심(004370)은 부산 녹산에 연간 라면 5억개를 생산할 수 있는 수출 전용 공장 착공도 돌입했다. 2026년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완공 시 농심의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량은 기존의 부산공장과 합쳐서 연간 10억개가 된다. 이는 현재 생산량보다 2배이다.
또한 농심은 지난해 4분기부터 해외법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전년대비 31.1% 증가한 4200억원이 될 것으로 봤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북미 법인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까지 유의미한 성장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남미로 커버리지 확대 및 신제품 '신라면 툼바' 등 라인업 확장 효과까지 포함하면 매출액이 전년비 17.6%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롯데웰푸드(280360)는 2018년 인도 현지 브랜드 하브모어(Havmor)를 인수하고, 지난해 인도 현지법인 롯데 인디아의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올해 1분기까지 롯데웰푸드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시에 위치한 빙과 신공장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이번 신공장은 기존 하브모어 공장의 2배 규모로 330억원 투자한 빼빼로 생산라인도 올해 하반기에 가동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출 호황과 해외 생산기지 확장이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악재로 떠올랐기에 한류 위상이 흔들릴 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도 올해 국내 농식품 수출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수출 환경이 좋은 상황은 아니다"며 "올해 농식품 수출 목표 설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고,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늦어도 다음 달까지는 목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식품사 최고경영진이 말한 것처럼 국내 식품사들은 이 같은 위기에 혁신·쇄신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