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색 외벽의 단층 건물로, 정문에는 BMW그룹 소속임을 알리는 간판이 달려 있다.
이 시설은 BMW 코리아가 2015년 인천 영종도 소재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운영하던 R&D 시설을 확장 이전한 곳이다. 5296㎡의 대지에 연면적 2813㎡ 규모로 지었다.
크진 않지만 차량 정비와 인증 시험, 전기차 충전기 시험, 연구실 등 알차게 구성된 핵심 시설이다.
BMW가 한국에서 이처럼 별도의 R&D 시설까지 만든 이유는 한국이 BMW에게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크고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에게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 소비자만을 위한 R&D를 지속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결심이 이 시설로 이어졌다.
이후 BMW 코리아는 2023년 8년 만에 경쟁자를 제치고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작년에는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장기 집권의 기반을 다졌다.
수입차 시장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지만 BMW가 유독 돋보이는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도 바로 R&D 역량 덕분이다.
BMW 청라 R&D센터는 지난해 4월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약 60명의 인력이 제품 개발과 차량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중 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제품 개발이다. 한국 소비자 요구 사항과 시장 역동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차량 개발을 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독일 본사의 설계 및 엔지니어링 부서와 협력해 내비게이션, 음성 인식, 연결성, 충전, 운전자 지원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차원 높은 현지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 출시 전 시제품 운영과 유지·관리 체계 구축, 국내 공급업체와 개발 협력도 이곳의 중요한 업무다.
BMW 코리아 관계자는 “청라 R&D센터에서는 국내 시장 출시 전 국내 법규에 완벽히 충족하는 차량을 선보이기 위한 다양한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2027년쯤에는 자체적으로 인증 시험을 진행하는 시설도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BMW R&D센터는 국내 기업, 스타트업, 연구기관, 대학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우수한 한국 기술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도 맡고 있다. 센터 내 ‘BMW 스타트업 개러지’를 설치하고 자동차 분야 기술 발전과 판로 개척을 원하는 한국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BMW 그룹이 ‘스타트업 개러지’를 운영하는 국가는 독일, 미국, 중국, 이스라엘, 일본, 한국 등 세계 6개국에 불과하다.
BMW 코리아는 이렇게 발굴한 한국의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고객 의견 분석 및 시각화 시스템도 도입한 바 있다. AI가 고객 의견이나 불만 사항을 빠르게 분석하고, 해결 방안까지 찾아줘 고객 서비스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BMW R&D 센터 코리아는 향후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 독일 BMW그룹이 개발 중인 첨단 기술을 한국 시장에 접목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BMW그룹은 이미 2022년 독일 바이에른주 딩골핑 소재 공장에서 ‘i팩토리’란 이름의 자동화 사업을 시작했다. 딩골핑공장은 자율주행 레벨4 인증을 받았고, 이곳에서 만든 5시리즈와 7시리즈 신차는 현재 1㎞ 이상의 무인운전이 가능하다.
이 공장에서는 완성된 차량이 운전자 없이 스스로 조립 구역에서 테스트 트랙을 거쳐 마무리 구역으로 이동한다.
BMW그룹은 올해부터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등 다른 생산 시설로 자율주행 기술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BMW그룹은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겨와 협업해 공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개발 중이다. 이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실제 생산 환경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는 실험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피겨 로봇을 이용해 판금 부품을 특수 고정 장치에 넣는 데도 성공했다. 이 로봇은 정밀하고 역동적인 조작과 복잡한 손동작 등 인간과 유사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무엇보다 스스로 판단해 움직인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어렵고 힘든 작업에서 인간 작업자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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