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서울 강남에 위치한 원앤제이갤러리에서 김하나, 김한솔, 현정윤 작가가 참여하는 단체전 ‘After Hours’가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동시대 미술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작업실에서의 창작 과정부터 관람객의 작품 감상에 이르기까지 미술을 향유하는 전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즉흥성’에 초점을 맞춘다.
전시에서 말하는 즉흥성은 단순히 개인이 제멋대로 드러내는 태도가 아니라 주어진 조건과 구조, 그리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개인의 감각이 유연하게 변주되는 특성을 의미한다.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시대성에 맞춰 진동하며, 예술가들에게는 중요한 창작 동력이 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거창한 담론이나 기념비적인 완결성보다는 과정 중심적인 접근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즉흥적 제스처들을 선보인다.
제목인 ‘After Hours’는 1940년대 미국 뉴욕에서 비밥(Bebop)이 태동했던 After Hours Session에서 착안했다. 빅밴드 공연을 마친 연주자들이 모여 즉흥적이고 격정적인 리듬을 즐겼던 그 시간처럼, 이번 전시 역시 기존의 미술 문법에서 벗어난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장이 될 전망이다.
관람객들은 전시 공간에서 작가들이 발휘한 즉흥성을 포착함으로써 기존 미술 문맥과 동시대성 속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예술적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를 기반으로 취약한 감각을 탐색하는 김하나, 패션·텍스타일의 구조를 통해 사회적·역사적 의미를 재구성하는 김한솔, 매체와 공간 사이에서 주체·타자의 경계를 다층적으로 보여주는 현정윤이 참여해 각각 독자적인 작업을 선보인다.
김하나는 폴리에스터 담요와 같이 물감이 잘 스며들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거나, 절제된 색 사용으로 작품 속 섬세한 감각을 조율한다. 때론 완성되지 않은 듯한 여백을 남기면서도 새로운 화면을 구성해내는 과정에서 즉흥성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김한솔은 사회·경제·역사적 변화에 따라 옷과 패턴이 지닌 상징을 재해석해 작업 전면에 재구성한다. 특히 카모플라주 패턴을 활용한 신작에서 위장 기능으로 탄생한 카모플라주의 형태·색상·문양이 끊임없이 가변되는 방식을 통해 동시대적 유동성과 즉흥성을 드러낸다.
끊임없는 우열과 경계의 이분법적 구조를 넘어서는 방식을 모색하는 현정윤은 상호주체적으로 연결된 대안적 전시 공간을 제안한다. 작가에게 전시장은 작품이 스스로 움직이며 관람객·다른 작품·공간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장이 된다. 타자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주체가 되는 새로운 존재 방식을 향한 시도가 작품 전반에 녹아 있으며, 관람객은 그 과정을 능동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서로 다른 매체와 시선으로 ‘즉흥성’을 풀어낸 세 작가는 원앤제이갤러리의 공간에서 다채로운 리듬과 변주를 펼쳐 보인다. 이들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통해 관람객들은 동시대 미술이 가진 열린 가능성과 생동감을 한층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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