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 겨울까지가 제철이다. 특히, 청어나 꽁치를 차게 말려 만드는 과메기는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깊은 맛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과메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생미역이다. 생미역은 과메기의 짭짤함을 중화시키고 감칠맛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전통적인 조합을 완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생미역 품귀 현상은 지난해 8월부터 울산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해역에 내려진 고수온주의보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수온 현상은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생미역 양식에 필요한 적절한 수온 조건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고수온으로 인해 생미역의 생육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이 변화하면서 미역의 채취와 출하가 늦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생미역을 제공하지 못하는 업체와 판매상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생미역은 겨울철 한국 국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반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식재료인 만큼 아쉬움이 크다. 생미역은 특유의 쫄깃하고 신선한 식감으로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초장에 찍어 먹는 간단한 밑반찬으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초장의 새콤달콤한 맛이 생미역의 바다 향과 어우러져 입안 가득 퍼지는 감칠맛은 겨울철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마트에서도 신선한 생미역을 찾기가 어려워지며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상일보에 따르면 마트를 찾은 한 40대 이 모 씨는 “매년 과메기를 주문해 먹는데 올해는 생미역이 빠져있어 의아했다”며 “이맘때쯤 생미역이 많이 나와 따로 마트에 사러 갔는데 마트에도 생미역을 팔지 않아 당황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소에 따르면, 생미역은 수온이 20℃ 이하일 때 어린 종묘를 바다에 적응시키는 ‘가이식’ 과정을 거친다. 이 작업은 일반적으로 9월에서 10월 사이에 이루어지지만, 지난해의 경우 9월 말까지 이어진 고수온 경보로 인해 이 작업이 지연되었다. 이로 인해 양식 시기가 뒤로 밀리면서 전체적인 생산 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생미역 생산량은 전년 동기 1002톤 대비 24.5% 감소한 757톤에 그쳤다. 12월의 생미역 생산량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하여 1만 4768톤에 불과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2만 3712톤보다 무려 37.7% 줄어든 수치다. 이러한 급격한 생산량 감소는 생미역 수급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며, 시장에서도 그 영향을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품목별 반입 물량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7일 사이에 반입된 생미역 물량은 1980㎏이었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동안 고작 980㎏만 반입되었다. 이는 생미역 공급에 있어서 상당한 차질이 발생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시 해황이 좋아지고 수온이 평년 수준으로 회복됨에 따라 생미역 생산량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생미역을 활용한 요리는 초장 무침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될 수 있다. 생미역을 얇게 썰어 각종 채소와 함께 샐러드로 즐기거나, 냉채 요리의 재료로 사용하면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생미역을 살짝 데쳐 참기름과 소금을 곁들여 무치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더할 수 있다. 생미역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식재료지만, 다른 재료와의 조화를 통해 다양한 요리로 변신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생미역이 겨울철 반찬으로 각광받는 이유를 건강과 맛, 두 가지 측면에서 찾는다. 겨울철 신선한 해조류를 섭취하는 것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생미역에 포함된 요오드와 칼슘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뼈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점 덕분에 생미역은 겨울철 많은 가정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주요 반찬으로 자리 잡았다. 생미역은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식문화와 건강을 동시에 담고 있는 중요한 식재료로 계속해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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