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 주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22년 19만 건에서 2023년 24만 7541건으로 처방이 늘었다. 그런데, 키가 작다고 해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꼭 맞아야 하는 걸까?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치료 아냐…승인 여부부터 확인해야
우선 성장호르몬 주사는 단순히 키가 작을 때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치료가 아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또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긴 성장 장애를 치료하는 의약품이다.
아이의 키가 느리게 자라면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생 시 체중이 300백분위수 이하로 태어난 아이가 4세까지 평균 키를 따라잡지 못하면 성장호르몬 치료가 승인된다.
유아기 동안 키 퍼센타일(같은 성별·나이에서 아이의 키, 몸무게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나타내는 단위)이 점차 감소하거나 1년에 4cm 이상 자라지 않으면 소아내분비과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원인은 성장호르몬 결핍 검사와 추가 평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치료는 어릴 때 시작할수록 효과적이다.
중앙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다혜 교수는 "아이의 키가 300백분위수 이하이거나 발달 지연 등의 이상이 있을 때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증부터 당뇨까지…꼭 고려해야 하는 부작용
성장호르몬 주사를 함부로 투여해선 안 되는 이유는 부작용 때문이다. 성장호르몬 제제 사용량이 늘면서 식약처에 보고된 관련 이상 사례는 2023년 1626건이었다.
흔한 부작용으로는 주사 부위 통증, 발적, 부종, 가려움증 등이 있다. 보통 이러한 증상은 수일 내에 사라지지만, 며칠이 지나도 호전이 없거나 악화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초기 투여 시에는 두통, 시각 장애,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드물지만 이러한 증상과 함께 두개내압이 증가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될 수 있어 약물 투여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우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면 증상이 개선된다.
또한 성장호르몬 주사는 혈당 변화나 내분비계의 뇌하수체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주사를 맞는 경우 정기적인 혈당 모니터링이 필수다.
김화영 교수는 "성장호르몬이 인슐린 작용을 억제하고 혈당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뇨병 가족력이 있거나 아이가 비만인 경우 더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 어린이 1만 1000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은 아이들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8.5배 높았다.
또한 성장호르몬 주사는 척추측만증이나 고관절 탈구 같은 골격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아이의 자세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성장호르몬 치료 중 급속한 성장으로 기존 척추측만증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심한 골반이나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걷지 못하면 응급실로 가야 한다. 심한 경우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다른 상황에서는 소아내분비 전문의나 소아과 의사와 상담해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성장판이 열려 있는지, 종양 발생 징후가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 교수는 "키가 1년에 2cm 이상 자라지 않으면 성인 키에 거의 도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X선 사진에서 성장판이 닫힌 경우 과도한 성장호르몬 투여는 손, 발, 얼굴뼈만 자라는 말단비대증을 초래할 수 있다. 종양 치료 이력이 있는 경우 의료진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굳이 주사에 의존할 필요 없어…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이 더 중요
특별히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는 성장호르몬 주사에 의존하기보단 충분한 수면과 운동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다.
이 교수는 "종양 재발 위험이 있거나 유전적으로 종양 발생 징후가 있는 경우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매년 4cm 이상 자라는 일반 아이들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아내분비학회에서도 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습관으로 휴대전화나 컴퓨터 게임을 과하게 하지 않기,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기, 매일 8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 취하기, 세 끼 골고루 잘 먹기를 권장하고 있다.
음료수나 과다한 설탕, 인스턴트 음식은 피해야 한다.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약 중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거나 성분을 알 수 없는 영양제는 함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오히려 뼈 나이가 빨라져 성장이 일찍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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