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 ON | 배우 김영대 화보와 인터뷰

KEEP ON | 배우 김영대 화보와 인터뷰

마리끌레르 2025-01-09 11:00:00 신고

3줄요약

멈출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지금 배우 김영대에겐 계속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다.

데님 재킷과 팬츠 모두 Maison Margiela, 부츠 Our Legacy.
그린 스웨터와 머플러 모두 Paul Smith.
네이비 카디건과 스카프 모두 Gucci, 슬리브리스 톱 Dries Van Noten, 링 Maison Margiela.

야외에서 찍은 컷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밖으로 나가긴 했는데, 유난히 추운 날이었네요. 괜찮았어요?

며칠 전 싱가포르에 다녀왔는데 날씨가 엄청 덥고 습했거든요. 그보단 추운 편이 낫다는 쪽이라서요. 그리고 드라마 촬영 현장은 훨씬 더 추워요. 견딜 만했습니다.

마리끌레르와 딱 2년 만의 만남이네요. 2년 전 이맘때 드라마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으로 박주현 배우와 호흡을 맞췄어요. 이후에도 다양한 작품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중이고요. 지난 시간 중 가장 선명한 기억 하나를 들려준다면요?

어떤 한 순간은 아니고요,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에 출연한 몇 달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무려 신민아 선배님과 같이 했다는 점에서요.(웃음)

팬심이 한껏 느껴지는 대답인데요.(웃음)

어릴 때부터 엄청난 팬인데 같이 작업하게 되어 영광이었죠. 심지어 부모님도 무척 좋아하셨어요. 그 사실만으로도 귀하다 생각했는데, 현장도 꽤 즐거웠고, 제가 연기한 ‘지욱’에게 배운 점도 많았거든요. 되게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작품을 하면서 느끼는 크고 작은 행복이 연기의 동력으로 작용하나요?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연기를 시작한 이래 잠시도 멈추지 않고 작품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최근에도 <손해 보기 싫어서>를 마치자마자 새 드라마 <친애하는 X> 촬영 소식을 알렸어요.

물론 잠시 멈춰 성찰하면서 무엇을 더하거나 바꾸고 발전시켜야 할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의 저로서는 쉼이 주어진다고 해도 그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저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자신도 없고, 그만큼 넓은 시각을 갖추지도 못한 것 같아서요. 아직은 바쁘게 일하면서 배우는 편이 좋겠다 싶어요.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리가 필요한 순간이 올 거라 생각하면서요.

계속함으로써 얻은 건 무엇인가요?

배우고 얻는 것들이 눈에 띄는 형태로 선물 상자처럼 탁 보이면 좋을 텐데 그렇진 않더라고요. 어느 순간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무언가를 대하게 될 때, 그래도 좀 나아졌나 싶은 느낌이 드는 정도이지 않나 싶어요. 성장이라는 게 다른 말로 적응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스스로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준비 기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채 저로서는 좀 갑자기 발을 들인 터라 모든 것이 낯설었고, 그래서 받아들이는 범위도 적었던 거죠. 그런데 이제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현장에서 더 넓게 받아들이고, 보다 편히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요즘 현장에선 어떻게 움직이고 생각해요?

조금 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해요. 예전에는 인사하는 것조차 낯설어 어떻게 인사할지가 큰 고민 중 하나였어요. 은근히 걱정이 많아 작은 행동에도 괜히 잘못한 건 아닌가 싶었고요. 지금은 현장과 좀 친해진 것 같아요. 그러고 나니 그곳에서 제 역할에 에너지를 잘 쓰게 된 거죠.

배우라는 직업과 가까워졌다는 말로도 들리네요.

어느새 7주년이에요. 7년이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남는 시간이잖아요. 배우로서 점점 제 색이 차오르는 시기 이지 않나 싶어요.

준비하는 시간이 적은 게 아쉬운 적도 있었나요? 더 일찍 이 세계에 빠졌더라면 하는 마음이요.

조금씩 데워졌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멀리서라도 관심 있게 바라볼 시간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저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시작했거든요. 이 일을 깊이 사랑하게 되고 나니 더욱 아쉬워요. 더 빨리 첫눈에 반했더라면… 그래서 쉼 없이 하는 건가 싶기도 해요.

그린 스웨터와 머플러 모두 Paul Smith.
그린 헤링본 코트와 레더 팬츠 모두 Hermès, 부츠 Lemaire.

브라운 코트와 와이드 팬츠 모두 Ami, 부츠 Lemaire, 장갑 Dolce & Gabbana.

소진된 부분은 없나요? 연기는 자신의 무언가를 끊임없이 내어놓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멘털이, 하하. 농담이고요. 소진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좋은 의미로든 그 반대로든 외부의 반응을 크게 받는 일이라 그 안에서 곧게 서 있기가 쉽진 않더라고요. 저를 기준으로 두기 위해 아직도 애쓰는 중인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요즘 체력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전에는 힘든 줄 몰랐거든요. 그런데 하다 보니 만만찮다 싶어요.

그래서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예요?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하긴 하는데… 네, 해야죠.(웃음)

골프도 시작했다면서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라운드는 한 번도 못 나가 봤고요. 이제 막 배우는 중이에요.

재미있어요?

아니요.(웃음)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하길래 시작했는데,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반복해서 공을 치다 보면 잡생각이 사라지긴 하더라고요. 그 점은 좋아요.

모두가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새해의 시작점이 다가오고 있어요. 과거와 미래 중 어느 쪽을 바라보는 편인가요?

미래를 바라보고 싶은 편이요. 몇 년 간 한 치 앞만 바라보면서 달려온 느낌이 들거든요. 그 너머로 넓게 바라봐야 현명한 사람이 될 텐데, 아직 거기까지 미치진 못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배우로서든 사람으로서든 계속해서 저라는 사람이 더 넓어지기를 바라요.

그럼 오늘의 시선은 어디에 머무는 중인가요?

내일이요. 그 정도의 한 치입니다.(웃음) 특히 촬영에 들어가면 그 작품만 보게 돼요. 지금은 <친애하는 X>를 촬영 중이라 당장 주어진 신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요. 잘해내고 싶은데 작품도 어렵고,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도 어려워서요. 신은 버틸 수 있는 시련만 준다는 말을 믿고 헤쳐나가는 중입니다, 하하.

어떤 어려움에 봉착한 건가요? 그 과정에서 또 얻는 게 있겠지만요.

제가 좀 조급증이 있었어요. 잘하고 싶을 때 더 그런 편인데, 잘 누르는 연습을 하는 중이에요. 그 과정에서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뭔가 꾸며내는 게 아니라 제 안 에 이미 존재하는 걸 많이 찾아주려 하시는데, 그러면서 조급해하지 않고 여유를 갖고 연기해도 괜찮다는 걸 배우게 됐어요. 그러고 보면 어려움에 봉착하는 게 꼭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이제 미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죠.(웃음)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나요?

잘 안 믿긴 해요. 그런데 멀리 보면 또 모를 일이죠. 당장 이루지 못했다 해서 실패는 아닐 거예요. 한참 시간이 흘러 바라던 마음이 잊힐 때쯤 이뤄지는 일도 있으 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소망을 남겨본다면요?새해 말고 아주 멀리 보고 바라도 좋겠어요.

언젠간 좋은 영화를 찍어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고 싶어요. 사실 꿈이라는 게 막상 이루고 나면 그다지 큰 감흥이 없잖아요. 제가 입시 준비를 할 때 꼭 들 어가고 싶은 대학교가 있어서 공부를 엄청 열심히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붙으니까 별거 없는 거예요. 그때 생각했어요. 꿈이나 목표는 거기까지 갈 수 있도록 노 력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진짜인 것 같다고요. 그래서 정확히 말하면 상을 받으러 갈 때까지 열심히 연기하는 게 진짜 소망이에요.

좀 더 가까운 소망도 있나요?

이탈리아에 가보고 싶어요. 여행으로 가도 좋겠지만 배우 김영대로서 갈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가서 대단한 뭔가를 하고 싶다 기보다는 그때의 저를 잘 기록해놓고 싶어서요. 이 얘기 나중에 마리끌레르와 다시 만나서 해보면 안 될까요? 그때 진짜 이뤘는지 물어봐주세요.

좋아요. 남우주연상, 그리고 이탈리아. 기억하고 있을게요.

아무래도 계속 쉬지 않고 열심히 해야겠는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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