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업계 줄다리기 거쳐 지난달 개정안 발의…보완시공 '권고'→'의무화'
골조공사 중 중간검사 도입…1등급 바닥인정구조 시공하면 사후 성능검사 면제
기준 미달해도 입주 지연시 준공 허용 등 예외기준도 담겨…건설업계는 비상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공동주택 층간소음 성능 강화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이 정부와 건설업계의 줄다리기 끝에 지난달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됐다.
이 법이 통과되면 아파트 준공 전 성능검사에서 층간소음이 기준치에 미달하면 보완시공이 의무화되고, 기준에 도달할 때까지 준공(사용검사)을 불허하는 등 건설사의 시공 책임이 대폭 강화된다.
준공 직전 보완시공에 현실적인 제약이 많음을 고려해 바닥공사 완료 전에 중간 성능검사가 도입되고 1등급 사전인정바닥구조로 시공해 성능검사 기준을 통과하면 사후 성능검사를 면제하는 인센티브 방안도 시행된다.
건설업계는 층간소음 해결이라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가뜩이나 공사비 증가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건설사의 부담이 커지고 분양가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한다.
◇ 층간소음 보완시공 의무화, 사용검사와 연계…손해배상은 삭제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권영진 위원(국민의힘)을 통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했다.
현재 2022년 8월 4일 이후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한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은 층간소음 성능 사후 확인제에 따라 사용승인 전에 정부 지정기관이 층간소음을 측정하고, 4등급 기준치인 49dB(데시벨)을 넘으면 사용검사권자(지자체)가 사업주체에 보완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후 성능검사 대상 아파트는 올해 입주 예정 단지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진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지난 2023년 12월에 발표한 정부의 층간소음 강화대책에 따라 층간소음 성능검사 기준 미달 시 사업주체의 보완시공을 의무화한 것이다. 그러면서 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사용검사(준공)를 하지 않도록 했다.
손해배상 방식을 통한 피해 보상은 주택법에서 제외했다.
손해배상은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 배상 여부와 배상금액이 결정되는 것인데 행정부가 행정법에서 불법을 전제하고 손해배상을 강제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법조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정부가 마련하기로 했던 손해배상 금액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는다.
국토부는 다만 보완시공 등에 따른 공사 지연으로 입주 예정자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에는 소음 기준에 미달해도 승인권자가 사용검사를 해줄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신설했다. 구체적인 예외 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한다.
준공 직전에 보완시공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층간소음 중간점검도 허용한다.
사업주체가 골조 공사 중에 중간점검을 진행할 수 있고, 층간소음 성능기준에 못미치면 보완시공을 진행해야 한다. 소음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마감재 등 후속 공사는 중단된다.
국토부는 중간점검은 10층 이상 중고층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되, 층간소음 측정이 가능한 2층 바닥 시공 후 주택형별로 최소 1가구 이상의 표본에서 중간점검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준공 전에 하는 사후 성능검사는 전체 가구 수의 5% 이상을 표본으로 하되, 중간점검에서 표본 검사 개수를 늘리면 그만큼 사후 검사 표본을 줄여줄 방침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자치단체·지방공사 등이 짓는 공공아파트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LH는 올해 하반기 설계에 들어가는 공공주택부터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전면 적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성능검사 결과를 준공과 연계하는 것에 반발하는 건설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다양한 예외 조항도 신설했다.
우선 처음부터 일정등급 이상의 사후인정바닥구조로 시공하고, 중간점검에서 이에 상승하는 소음 기준을 충족할 경우에는 준공 시점에서 사후 성능검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등급 기준은 시행령에 담기는데 현재 1등급 사전인정바닥구조를 사용하는 경우에 대해 해당 조항을 인센티브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 경우 중간점검에서 1등급 소음기준인 '37dB'을 충족하면 사후 성능검사 없이 준공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건설사가 사후 성능기준 미달로 보완시공을 할 때 사용검사권자가 국토부 장관이 고시하는 '보완시공 가이드라인'을 충실하게 이행했다고 판단하면 성능검사 결과를 제출받지 않고 사용검사권자 판단하에 준공을 내줄 수 있도록 했다.
반복된 보완시공으로 인한 입주 지연과 공사비 증가 등으로 입주자와 사업주체의 피해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타협안인 셈이다.
국토부는 보완시공 가이드라인과 시공 상세도를 별도 고시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로부터 시행하며, 시행일 이후 사업계획승인 신청 단지부터 적용한다.
◇ 설상가상 중소 건설업계…"기획소송 늘고 사업 장기화 우려"
개정안 발의로 건설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층간소음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금리 인상과 PF 부실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비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성능기준 미달로 인해 보완시공이 계속되면 사업 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업계는 우려한다.
한 건설사의 임원은 "성능검사 기준을 맞추기 위해 바닥구조를 강화하면 초기 공사비가 종전보다 3%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시공 과정에서 전보다 훨씬 더 정밀함을 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재·인건비가 늘고, 이렇게 늘어난 공사비 증가분은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층간소음 강화에 대비해온 대형 건설사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1∼2년 전부터 자체 기술연구소를 통해 1등급 바닥구조를 개발하고 실제 건설현장에서 시범 적용하며 정책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는 앞으로 설계부터 1등급 바닥구조를 적용해 사후 성능검사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자체 기술개발 능력이 없는 중소 건설사들이다.
한 중견 건설사의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기술개발연구소가 있고, 성능기준 충족을 위해 실험실 내에서 다양한 시험을 해볼 수 있지만, 중소 건설사는 그런 능력이 없다"며 "종전보다 강화된 바닥구조를 썼다고 해도 공사 관리에 큰 비용이 들고, 대형 건설사보다 높은 분양가를 받기 어려운 중소 업체들은 주택사업 추진 자체가 위협받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정부가 층간소음 기준 미달에도 준공 허가를 내줄 수 있는 다양한 예외 조항을 마련했지만, 실제 사용검사권자인 지자체가 이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보완시공이 권고 사항인 현재도 많은 지자체가 성능기준 충족 때까지 보완시공을 요구하거나 일부는 인허가 조건 자체에 바닥충격음 성능 기준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결과적으로 사용 검사만 무기한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의 한 소규모 아파트(도시형생활주택) 1곳이 입주 전 실시한 층간소음 사후 확인 검사에서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자 세 차례의 하자 보수를 거쳐 겨우 사용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는 이번 보완시공 의무화 법안 발의로 사후 성능검사 대상 아파트지만 아직 의무화 대상이 아닌 단지들에도 준공을 전제한 지자체의 보완시공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배상 기획소송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한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손해배상으로 보완시공을 대체할 수 없다면 성능기준을 맞추기 위해 보완시공을 얼마나 더 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막대한 배상을 기대하는 기획소송이 빗발치는 등 분쟁이 더욱 장기화할 것"이라며 "주민 반대와 민원 때문에 성능 검사에 미달했는데 보완시공 가이드라인만 지켰다고 준공을 내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시민단체 등에서는 보완시공 의무를 피해 갈 수 있는 다양한 우회로가 마련돼 층간소음 강화 대책이 당초 정부 안보다 느슨해졌다는 비판이 커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층간소음 기준을 더욱 강화하려는 시민단체와 이에 반대하는 건설업계의 이해가 충돌하면서 최종안 도출까지 논란이 많을 것 같다"며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건설사들을 위해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고, 층간소음 시공 상세도 등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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