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는 게 무서워" 잇단 줄취소…가족 해외여행 '고민'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제주항공 참사로 인해 광주·전남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겨 관광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직장인 등은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해외여행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9일 광주 관광업계에 따르면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을 물론, 설 명절 황금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이들의 취소 문의가 잇달았다.
활주로가 폐쇄된 무안공항을 비롯해 인천·김해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여행상품마저 줄취소가 나는 상황이다.
희생자 대부분이 연말을 맞아 가족끼리 함께 여행을 다녀온 광주·전남 지역민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행객이 한창이 시기에도 지역 관광업계는 막막하기만 하다.
41년째 광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손철오 대표는 "오는 2월에 인천공항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대규모 예약이 전면 취소되는 등 무안공항이 아니더라도 해외여행 환불 문의가 계속 쏟아지고 있다"며 "다들 사고를 보고 비행기 타는 게 무섭다며 취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연초에 황금연휴까지 껴서 평소라면 손님을 데리고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을 텐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무안공항 항공편과 취항지가 점점 늘면서 하늘길이 막혔던 코로나 시기를 이겨내고 일어설 수 있겠다는 여행업계의 희망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참사 트라우마로 인해 장기간 여행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김기남 소장은 "당장에 활주로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가장 피해자가 많은 광주에서는 대다수가 여행을 마다할 것"이라며 "극성수기인데도 줄초상이 난 지금 상황에서 판촉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코로나를 겨우 이겨내고 무안공항을 이용하는 광주 여행객들이 점점 느는 추세였는데 한순간에 사라졌다"며 "다시 여행수요를 회복하려면 적어도 몇 년은 걸릴 것이다"고 우려했다.
직장인 김모(28) 씨는 3월 여자친구와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했다.
김씨는 "무안공항 사고 때문에 부모님과 여자친구가 하도 불안해해서 여행을 미루기로 했다"며 "직장에서도 설 연휴에 휴가를 붙여서 해외여행을 가려고 연차를 낸 동료들이 있었는데 다 못 가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사고 직후 무안공항 활주로를 지난 1일 오전 5시까지 폐쇄하기로 했다가 2차례 연장해 오는 14일 오전 5시까지 기한을 늘렸다.
한미 합동조사팀이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현장 보존을 위해 폐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사고로 파손된 로컬라이저 등 공항 시설 정비를 마치고 재개장까지 최소 수 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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