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소설'블러핑'79] 명동파 신상사가 삼청교육대로 끌려가자 정열을 찾아온 지수는.....

[팩션소설'블러핑'79] 명동파 신상사가 삼청교육대로 끌려가자 정열을 찾아온 지수는.....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01-09 04:40:00 신고

3줄요약
삽화=윌리엄리
삽화=윌리엄리

 1980년 5월 17일에 실행되었던 5·17 쿠데타는 전두필이 군을 장악한 다음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이미 계획된 시나리오였고,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는 쿠데타의 신호탄이었다.

 이에 저항하는 광주 시민들을 전두필과 신군부 세력이 무력으로 짓밟은 사건이 5·18 민주화운동이다.

 4월 하순부터 학생들의 시위가 격화되자 하나회 멤버들은 미리 짜 놓은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하였다.

 5월 초 전두필 보안사령관은 보안사 정보처장인 권정해를 불렀다.

 “이 어린 학생 놈들이 나를 딱 지목해서 저리 난리들이니 수습 방안을 빨리 세워. 이러다가 다 된밥을 남의 아가리에 퍼 주게 생겼어.”

 “수습은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다음 국회를 해산하면 됩니다.”

 “그게 쉽게 되나?”

 “사령관님께서 모든 걸 장악하고 있는데 그깟 정치인들이 무슨 걸림돌이 되겠습니까? 문제없습니다. 국무회의에 상정해서 합법적으로 처리하면 됩니다.”

“사회 혼란으로 인한 북한의 남침 위기를 내세우면 계엄령을 확대하기도 쉬워지겠지.”

 “그 후에 국가보위 비상기구를 만들면 됩니다. 군인 신분으로 국정에 개입할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여 사령관님이 위원장이 되시면 됩니다.”

“그래?”

 전두필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계엄 업무를 지휘, 감독함에 있어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가를 보위하기 위한 국책사항을 심의한다는 명목으로 설치하고, 이걸로 사령관님이 정권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의장은 일단 최규호 대통령으로 하지만 그건 허울뿐이고, 실권은 상임위원장인 사령관님이 쥐게 됩니다.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들, 중앙정보부장, 대통령비서실장, 합참의장, 각 군 참모총장, 보안사령관 등 우리 쪽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면 국정에 자동으로 직접 개입할 수 있습니다.”

 “좋은 계획인 것 같군! 즉시 실행에 옮기도록 해!”

 권정해는 청와대 내부 계단과 복도에 무장 군인들을 배치하여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고, 신현확 국무총리 주재로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관들이 참석한 확대 국무회의가 열렸다. 공포에 싸인 장관들과 수석 비서관들은 10분도 안 되어 전국 비상계엄 선포를 의결할 수밖에 없었다.

 국보위를 국가보위입법회의로 개편한 뒤 국회와 모든 정당을 해산시키고 국가보위입법회의에 국회의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입법권까지 완전히 장악하였다.

 모든 것이 전두필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계엄포고령 10호에 따라 5월 18일 새벽부터 정치 활동이 전면 중단되었고 정치적 집회나 시위도 전면적으로 금지되었다. 이어서 모든 대학에 휴교령을 선포하고 학생운동 세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군부대가 주둔하였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재야인사를 검거하기 시작했고, 33사단 병력이 국회의사당을 완전하게 봉쇄하였다.

 제도권 정치 세력인 김대중, 김영삼, 김중필 등 3김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었다. 김대중을 연행하여 내란음모 조작 혐의로 사형 선고를 내렸고, 김영삼은 가택 연금하였으며, 김중필은 보안사령부에 감금하였다.

단 하루 만에 모든 정적을 제거한 것이다.

 1980년 9월 1일 전두필 국보위 상임위원장이 제11대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정치는 실종하였고 민주화 세력들은 무력했다. 사회 정화를 앞세운 국보위의 대규모 숙청과 삼청교육대, 언론 통폐합 등 치명적인 사건이 연속적으로 터졌다.

 1980년 8월부터 1981년 1월까지 국보위 위원장이었던 전두필이 치안을 명분으로 설립한 삼청교육대는 범죄자 외에도 무고한 시민과 언론인, 노조 간부들에게도 불법적인 인권 유린을 자행했고, 초법적 징벌기구로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도구로 적극 활용하였다.

 삼청교육대는 육군에서 운영했으며 수용자들은 고문에 가까운 집체훈련과 진압봉으로 무자비하게 구타를 당했고, 탈출을 시도하면 가차 없이 사살했다. 조직폭력배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 상사와 구달웅의 뒤를 이어 명동파의 두목이 된 홍인수와 하지수가 흑석동으로 정열을 찾아왔다. 암실 작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나오는데 지수가 보였다.

“여기는 웬일이야?”

“급하게 부탁할 일이 생겨서…”

“형님도 오셨네요.”

정열은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정문 앞에 있는 블랙스톤으로 이동했다.

“학교까지 찾아오고, 웬일이야?”

“오빠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갔어.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가. 북한 정치범 수용소보다 가혹하다는데 나이가 오십이 넘어 어떻게 그런 데서 버틸 수가 있겠어?”

“우리 형님을 구할 방도가 없겠나?”

“형님이 끌려갔는데 무조건 구해야지요. 내가 알아볼 테니 넌 걱정 말고 있어.”

 정열은 청하 누나에게 부탁했다.

 경기 파주 1사단 산하 삼청교육대, 8월 햇볕에 뜨겁게 달아오른 연병장을 벌거벗은 몸으로 기기 시작했다. 땅바닥에는 모서리가 날카로운 돌멩이들이 뿌려져 있어 등과 가슴, 허벅지가 사정없이 찢겼고, 피와 땀이 범벅 되어 온 몸을 뒤덮었다.

 기관총을 단 장갑차가 연병장에 있었고, 삭발한 수련생들은 하루를 구타에서 시작하여 구타로 끝났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밤 10시 취침 시간까지 유격훈련, PT 체조, 목봉 체조 등 무자비한 훈련에 원산폭격, 한강철교 같은 기합에 각목 구타는 일상이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젊은이도 견디기 힘든데 신 상사는 유격훈련에 바로 이어진 목봉 체조에 숨이 턱에 찼다. 다친 어깨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힘이 빠지는 바람에 목봉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교관의 구타가 이어졌고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30초의 저녁 식사가 끝나자 대대장이 신 상사를 불렀다.

“두목답게 역시 대단한 뒷배를 가진 모양입니다. 오늘 석방이니까 라면이나 먹고 가시오.”

 벌레 취급을 하다가 갑자기 존댓말을 해서 어리둥절했으나 허겁지겁 라면을 입속으로 들어부었다.

 그때, 허문평 중앙정보부 비서실장이 직접 신 상사를 데려가기 위해 삼청교육대를 찾았다. 부대가 비상이 걸렸다. 실세 중의 실세인 허문평 실장이 뜬 것이다.

“당신이 명동의 황태자 신상현이요?”

“제가 신상현입니다만…”

“상부의 지시로 제가 직접 왔습니다. 부대 앞에 동생분이 기다리고 있으니, 거기까지 데려다 주겠습니다.”

부대 앞을 나서자, 여동생 지수와 홍인수, 정열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은 수척했고, 머리에 동여맨 붕대에 묻어 있는 피를 보고 지수는 놀라 신 상사를 부축했다.

“난 괜찮아. 어떻게 된 거야?”

“정열이가 손을 썼어, 오빠.”

“형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너무 늦게 알아서…”

“오빠, 일단 차를 타고 가면서 이야기해요.”

차에 오르자, 홍인수가 눈물을 글썽이며 신 상사의 팔을 잡았다.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너도 고생 많았다.”

“이 친구가 많이 도와줬습니다.

“학교는 어쩌고?”

“잘 다니고 있습니다. 학교 분위기는 어수선하지만…”

“허문평 비서실장과는 어떤 사이야?”

“부산 선배인데 누나 도움을 좀 받았습니다.”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 언제 자리를 같이했으면 좋겠어.”

“조만간 자리를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지수는 신 상사의 팔을 꼭 끼고 앉았지만 시선은 정열에게 쏠려 있었다.

 

[팩션소설'블러핑'80]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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