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에 대한 반항?
간신치 회장은 왕자구 회장 측이 그를 고려산업개발로 발령 내면서 주장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의 인사발령 이유인 휸다이전자 주가조작 사건으로 인한 업무정지, 계열사 주가 하락 책임 문제 등은 근거 없다고 주장했다.
간신치 회장측 말이다.
“간신치 회장의 업무정지 기간(3개월)은 오는 24일자로 모두 끝난다. 또 휸다이그룹 계열사 주가 하락은 지난해 부채비율(200%)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증자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투자자들이 굴뚝산업(제조업체)을 외면하고, 코스닥시장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간신치 회장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다.”
특히 왕자헌 회장 측은 “대주주(왕자헌 회장)가 해외에 체류 중인 상태에서 상관 없는 사람(왕자구 회장)이 전문 경영인을 발령 낸 것은 쿠데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왕자구 회장 측은 “이는 창업자 에 대한 반항”이라며 거칠게 몰아세웠다.
왕자구 회장 측이 간신치 회장 인사 발표를 언론에 흘린 이날 오후 8시쯤.
왕자헌 회장 측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간신수 본부장은 즉각 서울 잠원동의 간신규 사장 집으로 달려갔다.
왕자헌 회장 측 말이다.
“나는 밖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간신수 본부장으로부터 왕자구 회장이 간신치 회장의 인사발령을 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서울 잠원동의 간신규 사장 집으로 달려갔다. 마침 그곳에 간신수 본부장이 있었다. 휸다이그룹의 사실상 ‘망명 지휘부’같았다.
이날 간신규 사장이 먼저 미국에 있는 왕자헌 회장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왕자헌 회장은 연락이 안됐다. 그래서 그의 가까운 친구로 휸다이상선 미주본부에 있던 박수기 전무를 찾았다. 그는 왕자헌 회장의 보성고 친구로 2003년 왕자헌 회장이 자살 직전까지 함께 술을 먹었던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그런데 이날은 결국 왕자헌 회장과 통회를 못했다. 간신규 사장 집에서 자정 넘게 전화를 기다렸으나 허사였다. 과일을 먹으면서 기다리다가 지쳐 일단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음날 새벽.
간신규 사장 집으로 왕자헌 회장의 전화가 걸려왔다. 간신규 사장은 그에게 전날 밤의 상황을 설명했다.
“ 말도 안되는 소리 !”
왕자헌 회장의 첫마디였다.
간신규 사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펄쩍 뛰었다. 무척 화난 목소리였다. 간신치 회장은 내 회사에 있는, 내 사람인데 형(몽구 회장)이 왜 인사를 하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너무 섭섭하다는 표현을 썼다.
왕자구 회장이 간신치 회장을 내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왕자헌 회장은 형(몽구 회장)이 휸다이그룹의 실권을 다시 장악 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였다.
간신치 회장이 주도해 간신용 회장을 휸다이자동차 회장으로 보냈을 때는 반대로 왕자구 회장이 섭섭해했다. 그때는 왕자구 회장이 자기 몫 회사인 휸다이자동차를 동생(왕자헌 회장)이 빼앗으려는 음모라고 펄쩍 뛰었었다.
결국 두 형제 회장은 서로 자기 몫과 자기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내심 경계했던 셈이다. 이 사건은 왕헌 회장과 왕자구 회장이 형제라는 같은 식구에서 완전히 둘로 갈라서는 촉매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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