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핵심 혐의는 시세조종과 사기적 부정거래로, 금감원이 일부 정황을 포착해 지난해 말 관련 내용을 이첩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4일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 주가가 이들이 제안한 공개매수가(83만원)에 근접한 시점에 의문의 대량매도가 이어지며 주가가 급락했다.
금감원은 당시 시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장가 매도 행위가 자본시장법 제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와 제176조 2항·3항(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일반적으로 기관의 대량매도는 시장가가 아닌 지정가 매도를 사용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해당 거래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혐의는 MBK가 고려아연의 미공개 컨설팅 정보를 적대적 M&A에 악용했다는 의혹이다.
MBK는 과거 고려아연으로부터 이차전지·친환경·재활용 등 신사업 분야와 기업가치를 전망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 관련 컨설팅 자료를 제공받았으나, 이를 경영권 분쟁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MBK 측은 내부 부서 간 정보교류를 차단하는 ‘차이니즈 월(Chinese Wall)’을 통해 정보를 보호했다고 주장했으나, 금감원은 조사 과정에서 이와 상반된 정황을 확인하고 검찰에 이첩했다.
경영권 인수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와 투자부서 간 차이니즈 월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비밀유지계약(NDA)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자본시장법 제54조(직무관련 정보의 이용 금지)를 위반한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고려아연은 MBK가 과거 일본 아코디아 골프와 중국 렌터카 업체 CAR 인수 당시에도 바이아웃과 스페셜 시추에이션스 두 부문이 공동으로 투자 활동에 관여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사태에서도 유사한 방식이 반복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MBK와 영풍이 가처분 심문 기일 등을 거론하며 시장에 불확실성을 조성한 뒤 주가 하락 상황에서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했다는 의혹도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금감원은 이들이 고려아연 주가를 눌러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조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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