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낸 ‘KFA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음을 알리는 서울중앙지법 고시문이 당초 회장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던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다목적회의실 입구에 부착돼 있다. 남장현 기자
혼란과 혼돈의 연속이다.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선거 중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축구계가 ‘카오스’에 빠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제55대 KFA 회장 선거를 하루 앞둔 7일 “선거 공정성이 현저하게 침해됐고, 그로 인해 선거 절차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만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며 지난달 30일 허정무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낸 ‘KFA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로써 4연임에 도전하는 정몽규 회장,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 허 전 감독의 3파전으로 8일 치러질 예정이던 회장 선거는 전격적으로 중단됐다. 허 전 감독 측은 ▲불투명한 선거운영위원회 구성 ▲일정 및 절차가 제때 공고되지 않은 불공정한 선거 관리 ▲규정(194명)보다 21명 부족한 선거인단 구성 등을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의 핵심 지적 사항은 크게 2가지다. 선거인단 다수가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추첨) 절차를 통해 구성됐고, 위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KFA 선거운영위원회가 KFA 정관상 선거관리 규정에 부합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KFA 선거운영위원회는 곧바로 내부 논의를 거쳐 각 후보자 캠프에 법원 지적 중 일부를 보완해 12일 선거를 진행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7일 늦은 오후 발송했다. 우선 12일을 선거일로 잡은 것은 허 전 감독의 나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KFA 회장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모든 후보자는 선거일 당일 만 70세 미만이어야 한다. 허 전 감독의 호적상 생년월일은 1955년 1월 13일이다.
개인정보동의서 제출에 응하지 않아 최초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제외된 21명 중 (재차 동의한) 18명을 추가하겠다는 것이 공문의 요지였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줄어든) 21명의 표는 결선 투표에 오를 후보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적시했다.
허 전 감독과 신 교수 측에선 즉각 거절 의사를 전했다. ‘범야권’ 후보들은 모든 것이 ‘깜깜이’로 이뤄져 공정하지 않으니 선거 절차를 새롭게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선거인단도, 선거운영위원회 구성도 다시 이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KFA는 난감하다. 선거운영위원회 명단 공개와는 별개로 선거인단 대상자만 15만여 명에 달해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다시 받아 선거인단 재추첨을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버겁다고 본다. 또 신 교수 측이 제안한 ‘회장 선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탁’에 대해서도 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렵다고 판단한다.
한편 정 회장 캠프는 “많은 분에게 죄송하다. 재판부 결정을 존중하며 제기된 절차상 하자를 보완해 조속히 선거가 실시되기를 요청한다. KFA 선거운영위원회가 결정하는 방법과 일정에 따라 규정을 준수해 선거에 변함없이 매진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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