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33)의 1년 재계약 옵션을 발동하면서 그간의 헌신은 인정하지 않고, 이적료만 회수하려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5-2016시즌 바이어 레버쿠젠(독일)을 떠나 EPL 무대에 입성한 손흥민은 10년 동안 토트넘에서만 뛰어왔다. 8일 오전 기준 공식전 통산 431경기에 출전해 169골 90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에 눈에 띄는 업적도 쌓았다. 2021-2022시즌에 토트넘 소속으로 EPL에서 23골을 기록하며 모하메드 살라(33·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가 EPL에서 득점왕에 오른 건 손흥민이 최초다. 또한 2020년 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시상의 영예를 안았고, 2016-201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EPL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토트넘 소속 선수로는 EPL에서 역대 가장 많은 도움(68개)을 올리기도 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의 주장 완장까지 받았다. EPL에서 한국 선수가 공식 주장으로 선임된 건 지난 2012-2013시즌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서 뛴 박지성(44)에 이어 손흥민이 2번째였다. 올 시즌에도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주장 완장을 받을 정도로 토트넘의 핵심 선수가 됐지만, 손흥민의 재계약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당초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은 올해 6월 30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지난 2021년 재계약 당시 계약 내용에 포함돼 있던 1년 연장 옵션 발동에도 관심이 쏠렸으나, 2025년 새해가 밝아도 관련된 얘기는 없었다. 이후 손흥민은 보스만룰에 의거해 1월부터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이적을 협상할 수 있는 단계에 돌입했다.
손흥민이 유럽 명문 팀들과 이적설이 불거지자, 토트넘도 움직였다. 1년 연장 옵션을 7일(이하 한국 시각) 발동했다. 토트넘은 “계약은 2026년 여름까지 유효하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우리와 함께하는 동안 '글로벌 스타'가 됐고, 현시대 토트넘의 위대한 선수가 됐다. 여러 상징적인 골을 넣으며 우리의 역사에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2026년 여름까지 동행한다. 하지만 토트넘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지금까지 보여준 성과와 충성도를 고려했을 때 손흥민은 장기 재계약 제안을 받을 수 있었지만, 토트넘은 결국 1년 연장 옵션만을 발동해 손흥민의 헌신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기량이 하락하는 30대 중반에 다가서는 손흥민과 긴 동행을 할 의사가 없다고 해석할 여지도 충분하다.
토트넘의 1년 재계약 옵션 발동은 결코 손흥민을 공짜로는 팔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히기도 한다. 토트넘은 이번 계약 연장으로 손흥민을 1년 더 묶어두고, 7월 여름 이적 시장에서 손흥민의 판매 이적료를 챙기는 걸 선택할 수도 있다.
만약 토트넘이 옵션을 발동하지 않았다면 손흥민은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이적료 없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었다.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은 유럽 명문 구단들을 움직이게 만들었고, 실제로 손흥민은 최근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과 연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올해 안에 손흥민을 영입하려는 구단은 토트넘 측에 이적료를 지급해야 한다. 손흥민 영입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남은 계약 기간 구단에 헌신을 약속했다. 그는 재계약 발표 후 토트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년 계약 연장에) 매우 기쁘다. 토트넘에서 지낸 10년 동안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1년 더 토트넘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EPL 구단은 어린 시절 모든 아이들이 꿈꾸는 무대다. EPL 팀의 주장을 맡은 순간부터 더욱 많은 발전을 이루고,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책임감도 필요하다. 때로는 정말 힘들지만, 계속해서 스스로를 향해 요구해야 하는 부분이다”라면서 “좋지 않은 시기를 겪을 때마다 늘 ‘바닥을 찍은 뒤에는 다시 반등할 시간이 온다’고 생각한다. 나쁜 시간을 보낸다는 건 다시 좋은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뜻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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