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보다 중요한 게 LG의 미래…모두가 원하는 재계약 대상 되면 더 좋고"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사령탑 계약 마지막 해'를 시작하며 염경엽(56) LG 트윈스 감독은 '두 가지 마음'을 품었다.
염 감독은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 2025년 선수단 신년인사회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올해는 육상과 성적을 모두 잡아야 한다"고 운을 뗐다.
재계약 여부가 걸린 해에 1군 사령탑은 '성적'을 가장 우선순위로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염 감독은 "내 재계약도 중요하지만, 재계약을 하지 못하더라도 '팀에 도움이 된 감독'이 되고 싶은 게 내 솔직한 심정"이라며 "내년에 팀을 이끄는 감독이 내가 되든, 새로운 감독이 되든, LG 트윈스가 지속적인 강팀이 되는 길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육성과 성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 염 감독의 재계약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염 감독은 "2023년 LG에 왔을 때 '팬과 구단이 내 재계약을 바라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재계약 여부는 내가 정할 수 없다. 내 철학에 따라, 올해는 육성과 성적을 모두 잡는 시즌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LG는 1990년대 이광환·천보성 전 감독 이후에는 '재계약'에 성공한 사령탑이 없다.
염 감독을 자극하는 기록이다.
염 감독은 "모두가 바라는 재계약 대상자가 되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LG는 2023년 정규시즌 정상에 오르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승리해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2024년에는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고 플레이오프에서 한 해 일정을 마감했다.
2025년 LG는 다시 우승을 향해 뛴다.
염 감독은 우승에 도전하면서, 육성의 토대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2023년 우승을 하면서, 마무리 캠프를 거의 하지 못했다. 기존 선수를 주축으로 시즌을 치르고, 새 얼굴을 발굴하지 못하면서 지난해를 실패한 시즌으로 보냈다. 시즌 막판에 주축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다"고 곱씹은 뒤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2024시즌이 끝나고, 정밀하게 시즌을 돌아본 뒤에 마무리 캠프를 전략적으로 치렀다.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즌 구상도 전했다.
염 감독은 "앞으로의 3년을 위해서 올해 야수와 중간 계투의 성장이 절실하다. (최원태의 이적으로) 5선발 자리도 비었다"고 '육성이 필요한 부문'을 짚었다.
LG는 외국인 투수 두 명(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요니 치리노스)과 임찬규, 손주영으로 1∼4선발을 구성했다.
5선발을 놓고는 송승기, 우강훈, 이지강, 최채흥이 경쟁한다.
염 감독은 "올해 6월 중에 이정용이 전역하니, 그때 되면 5선발 걱정은 줄어든다. 하지만, 전반기 안에 5선발 요원이 성장해 자리 잡으면 LG는 올해 이후에도 선발진을 탄탄하게 갖춘 강팀이 된다"고 강조했다.
LG는 2023년 불펜 평균자책점 1위(3.43)에 올랐지만, 지난해에는 이 부문 6위(5.21)에 머물렀다.
염 감독은 "2023년에 박명근, 백승현이 성과를 냈는데 지난해에는 부진했다. 지난해의 부진이 올해에는 성장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허용주는 당장 승리조가 되지 못해도, 승리조를 노릴만한 불펜으로 자리 잡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작년보다는 확실하게 새 얼굴이 등장할 것이고, 불펜 쪽에서는 성공적인 시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구원진의 반등을 자신했다.
야수 중에서도 외야수 최원영, 내야수 이영민, 구본혁, 포수 이주헌, 김범석 등을 언급하며 "올 시즌에는 (이들에게) 확실히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염 감독은 '2025년에는 뒤로 갈수록 강해지는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수술받은 불펜 함덕주와 유영찬이 후반기에는 돌아올 것이다. 전역하는 이정용을 포함해 기존 선수들이 지칠 시점에 새 전력이 들어오는 건, 2025년 우리 팀이 가진 강점"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염 감독은 LG가 2025년에도 강하고, 2026, 2027년에도 강팀으로 군림하길 바랐다.
염 감독은 "기존 선수를 새로운 선수가 대체하면 현상 유지에 그친다. 내가 바라는 건, 기존 선수들이 기량을 유지하면서 새 얼굴이 등장해 전력이 더 상승하는 것이다. 2024년 챔피언 KIA 타이거즈가 그런 길을 걸었다"고 짚었다.
2023년의 영광과 2024년의 실패를 통해 염 감독은 2025년과 그 이후를 위한 교훈을 얻었다.
염 감독은 "마무리 캠프부터 준비를 착실하게 했다. 다음 계획도 꾸준하게 실천하면, 우리의 목표인 육성과 성적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스프링캠프에도 구단의 배려로 많은 선수를 데리고 간다.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는 한해, 미래를 위한 투자가 이뤄지는 한해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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