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본회의 재표결에 부쳐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은 총 300명 투표에 가결 183표, 부결 115표, 무효 2표가 나와 부결됐다. 재표결에서 통과하려면 재적의원(300명)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즉, 300명 투표 참여시 찬성은 200표 이상 나와야 하지만, 요건을 넘지 못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증언감정법을 비롯해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 농업4법, 국회법 개정안 등 8개 쟁점법안에 대해 반대를 표명하며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은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기업활동의 자유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겠다는 헌법 유린 선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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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법안은 모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입법한 것으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려보내진 쟁점법안이다.
이중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은 국회가 증인 참고인을 강제할 수 있는 범위와 절차를 확대하고 국회의 권한도 기존 법령보다 강화했다. 개인정보 보호와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서류 제출과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 없고, 해외 출장과 질병 시에도 화상 연결 등을 통해 국회에 원격 출석하도록 했다. 특히 국정감사뿐 아니라 중요 안건 심사와 청문회에 불출석할 경우 증인에게 동행명령을 할 수 있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재계에서는 증감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기업 영업 기밀 노출 가능성과 경영 활동 위축 등을 우려했다. 서류제출을 요구받으면 개인정보보호 또는 영업비밀보호를 이유로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 때문이다. 국정감사와 청문회를 가리지 않고 동행명령장 발부 범위를 확대하면 수시로 기업인을 소환할 수 있어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증언감정법은 이번 부결로 폐기를 맞게 됐지만, 야당 주도로 재발의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온 일명 ‘노란봉투법’과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의 쟁점 법안들은 같은 달 29일 국회에서 재표결에 부쳐졌지만 통과하지 못해 결국 폐기됐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은 곧장 해당 법안에 대한 재발의에 착수해 방송4법 등 일부 법안을 이미 발의한 상태다.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잇달아 재발의한 방송4법의 경우 폐기된 법안과 틀은 같으나 21명까지 늘었던 이사 수는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반영해 13~15명으로 줄었다. 이외에도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한 노란봉투법 역시 재발의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쟁점법안 야당 강행처리→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국회 재표결 및 폐기→야당 재발의’가 도돌이표 처럼 반복되는 것을 놓고 사회적 갈등과 손실만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탄핵정국에서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된 법안을 야당 주도로 다시 재발의해 ‘정치적 쟁점화’ 하는 것을 놓고 기업들의 우려도 크다”며 “기업이 본연의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국정 안정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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