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제왕적 대통령제가 만든 '위헌·불법 비상계엄'에 개헌론 '꿈틀'

[이슈] 제왕적 대통령제가 만든 '위헌·불법 비상계엄'에 개헌론 '꿈틀'

폴리뉴스 2025-01-08 16:38:35 신고

위헌·불법적인 12·3 비상계엄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 해결을 위해 분권형 개헌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헌·불법적인 12·3 비상계엄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 해결을 위해 분권형 개헌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위헌·불법적인 12·3 비상계엄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 해결을 위해 여야 원로들로 구성된 헌정회를 중심으로 '분권형 개헌'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개헌 필요성을 강조해 온 헌정회는 조만간 여야 대표를 만나 개헌 공감대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은 개헌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변화를 주도하여 '계엄의 강'을 건너겠다는 정치적 의도 때문이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은 개헌 보다 탄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어서 개헌 논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임기단축 개헌'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국민 여론 다수는 개헌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개헌의 방향을 놓고는 4년 중임제, 내각제 등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어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헌정회 '先 개헌 後 대선'.. "尹탄핵심판 기간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최근 여야 원로를 중심으로 개헌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12·3 비상계엄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 되거나 기각될 경우 국정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개헌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준다. 탄핵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이 실시됨에 따라 다시 보수와 진보의 진영 대결로 흘러갈 것이고, 기각된다면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식물 대통령'으로 남은 임기 2년을 보내야 한다. 

이에 탄핵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개헌으로 국론을 뭉치자는 것이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는 지난달 24일 개헌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탄핵정국'은 개헌의 적기"라며 '선(先) 개헌 후(後) 대통령선거'를 제안했다. 

정 회장은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 파국 상황이고, 안보·치안·외교·경제 등 전 분야에 걸쳐 위기"라며 "총체적 난국 돌파를 위해 국민 총의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것은 개헌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권력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춘 '원포인트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통령 4년 중임제, 양원제 등을 골자로 한 헌정회의 개헌 초안을 반영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후 지난달 31일에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기간 중 권력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춘 개헌을 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헌정회는 이날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정당 대표들과 긴급 간담회를 가진 뒤 이러한 내용의 결의안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원기·문희상·정세균·박병석·김진표 전 국회의장, 정운찬·이낙연 전 국무총리, 서청원·황우여·손학규·전병헌 등 여야 정당 전직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최근 반복되는 대통령 탄핵 정국의 근본적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과 단원제 국회의 충돌을 중단·조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헌법상 전무하기 때문"이라며 "여야 정치권은 이 기회에 분권형 국가권력 구조에 관한 개헌을 추진해 극단적·소모적 정쟁을 해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선(先) 개헌·후(後) 정치 일정'의 원칙하에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간 중 개헌을 마무리해 실종된 정치 질서를 회복, 제7공화국의 새 질서를 열어가달라"고 당부했다.

헌정회는 국민투표까지 포함해 빠르면 한 달, 늦어도 두 달 내에는 개헌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탄핵 심판이 사건 접수 후 180일 안에 이뤄지고 탄핵 인용 시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져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탄핵 심판과 조기 대선 전에 충분히 개헌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지난 9차 개헌(1987년) 당시 4개월 만에 여야가 개헌을 완성했다"며 "결심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도 "이번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가 (개헌의) 최고의 기회다. 뒤로 미루면 안 된다"며 "여야 합의만 하면 1∼2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헌정회는 이번 주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 개헌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국힘, 개헌으로 '계엄의 강' 건너나.. 대선주자들도 한목소리로 "개헌"

주호영 "개헌 거부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

개헌 논의에 대해 국민의힘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 개혁'을 내세워 '계엄 책임론'을 벗어나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최형두 비상대책위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정당 스스로 뽑은 대통령을 두 차례나 탄핵하게 하고 당원이 함께 뽑은 당 대표를 둘러싼 분열과 혼란으로 자중지란을 거듭한 우리 정당의 책임이 크다"며 "탄핵소추 기간에 여야가 헌법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비대위원은 "연초에 모든 국내 언론이 개헌과 정치개혁을 주장하고 있고, 원로·학계·시민사회에서도 개헌을 통해 광복 80주년에 대한민국의 새로운 토대를 쌓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우리 당도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 대대적인 구조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1987년 체제가 만든 제왕적 대통령제는 유통기한이 지난 것으로 판명됐다"며 "자신의 정치 스케줄이나 이익에 사로잡혀 개헌을 거부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여야 정치 원로들의 모임인 대한민국 헌정회는 '권력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춘 개헌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여권 대선주자들도 개헌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3일 "승자독식 의회 폭거와 제왕적 대통령제를 허용하는 이른바 87헌법 체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위기를 기회 삼아 정치권 전체가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계엄 사태 직후 '중임제 개헌안 추진'을 언급하는 등 탄핵 정국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력구조의 개헌만이 이런 불행한 국가 상황의 반복적 폐해를 막아낼 수 있다"며 대통령의 임기단축 개헌을 촉구했다.

나 의원은 "이제 87년 헌법의 종언을 선언하자"라며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종언을 고하자. 어떤 견제도 없는 무소불위의 의회 권력도 제한하자"라고 주장했다.

민주 "지금은 탄핵이 우선" "개헌은 내란동조"

尹 탄핵 기각 대비 '임기단축 개헌' 논의

반면 민주당은 지금은 탄핵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는 입장이다. 여권의 개헌 주장을 '국면 전환용'이라고 보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CBS 라디오에서 "개헌의 '개'자를 꺼내는 것은 일종의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전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개헌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22년 대선 당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했고, 이후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4년 중임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지난 5월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4년 중임제 개헌 시점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87년 체제'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 확인된 만큼 개헌을 비롯한 정치 개혁은 피하기 어려운 시대적 과제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야권이 '임기단축 개헌'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사저널은 야5당(민주당‧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의원 41명으로 구성된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탄핵의원연대)'가 대통령 탄핵 불발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탄핵의원연대 소속 혁신당 의원들은 개헌을 통해 '5.18 민주주의' 정신 전문을 헌법에 수록하는 동시에, 부칙으로 '비상계엄' 내란을 일으켜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 윤 대통령의 임기를 즉각 종료한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여론 다수는 "개헌 찬성", 개헌 방향은 제각각.. 지자체는 "지방분권 개헌" 

국민 여론 다수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으나 그 방향이 제각각이라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KBS가 지난 1일 공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1%였고,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의 여론조사에서도 '개헌 논의를 빠르게 시작해야 한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 방향으로 4년 대통령 중임제가 가장 높게 나타나지만 과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12월 첫째주(3~5일) 여론조사 결과 '4년 중임 대통령 중심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46%였고, '의원내각제' 18%, '분권형 대통령제' 14% 등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4년 중임제' 43%, '의원내각제' 10%, '이원집정부제' 2% 등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분권형'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의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향후 국내 정치 안정을 위해 차기 대통령 선거를 하기 전에 개헌이 필요하다"면서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한 대통령 권한 축소와 현행 중앙정부 중심의 국정 운영을 지방 정부의 분권 강화 방식으로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시장은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의 정치 구도에 따른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통한 여야 균형 유지가 필요하다"며 "50여개 지역의 광역 단위에서 선출하는 상원제를 두는 양원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개헌을 통해 선출되는 대통령은 2028년 양원제 국회 개헌 전까지로 임기를 제한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지금이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할 적기"라고 말했다.

부산시와 울산시, 경북 등 지방소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지방분권 확대 요구가 더욱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도정 성과 및 브리핑에서 "개헌에 국토 균형발전과 중앙권한 지방이양 등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을 넣으면 지역 균형 발전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 "이재명, 제7공화국 여는 지도자 되어야"

정치 전문가들도 12·3 불법 비상계엄에서 드러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확인한 만큼 분권형 개헌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일 진행한 폴리뉴스 1월 정국진단에서 "이번에 윤석열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끝났다.', '지금 현재처럼 하는 제왕적 대통령은 안 된다'에 거의 다 공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차 교수는 현재 정치 지형을 감안하면 개헌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교수는 "1%의 확률로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서 살아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개헌을 논의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이 진정성이 있다면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언제까지 윤을 자진 하야시키겠다'라고 로드맵을 제시해야 민주당도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도 조기 대선이 될 경우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99%인데 이 상황에서 임기를 단축시키고, 권한을 축소시키는데 흔쾌히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윤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다면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만큼 그때가 되면 민주당도 개헌에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7공화국 개헌은 이재명 당대표에게 달려 있다"며 "7공화국 개헌이라는 우리 헌정사의 숙원 사업을 풀면 비호감 세력의 최소한 반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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