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밸류업 본공시 기업은 코스피 83개사, 코스닥 11개사로 94곳, 예고공시 각각 2개사, 6개사로 총 102곳이 참여했다. 비율로 확인해보면 코스피는 상장사의 41.5%, 코스닥은 2%다.
지난해 정부는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의지를 밝혔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의 가치 상승을 유도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증시 위상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 일환으로 같은 해 5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각자 핵심지표를 선정해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기업 자율성 보장에 방점이 찍히면서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다. 또한 구체적인 세제지원의 부재와 기업에게 강제성이 부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금융당국은 밸류업을 재차 강조, 기업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밸류업 지수, 기업 세제 인센티브 등 추가적인 혜택 마련에도 나섰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도 금융위는 '기업 밸류업 간담회'을 개최해 밸류업 과정을 평가하며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이 같은 노력에 지난 하반기 들어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 계획을 잇달아 공시, 이에 따라 자사주 취득은 전년 대비 2.3배 증가한 18조8000억원, 자사주 소각은 약 3배 늘어난 1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금배당 역시 45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상승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배당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이 기세를 힘입어 정부는 올해도 밸류업 정책 추진을 지속할 계획이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025년 새해에도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히며, "밸류업 세제지원 방안을 여·야 의원과 함께 다시 추진하고, 우수기업 선정과 인센티브(유인책) 제공, 공동 기업 홍보(IR)' 등 밸류업 확산을 위한 정책을 차질 없이 이행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장폐지 요건과 절차를 강화하는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 과 공모가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IPO 제도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도 국회와 적극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는 인센티브는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 대해 해당금액의 법인세 5%를 세액 공제해주고, 주주환원을 크게 늘린 상장사로부터 개인이 받은 배당 증가금액은 저율 분리과세를, 개인종합사잔관리계좌(ISA) 납입 및 비과세 한도 확대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지난 연말 정치적 혼란에도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자 정부의 정책 연속성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지난달 31일) 정부가 자사주 제도 개선 시행령도 시행하면서 관련 공시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자사주 제도 개선 시행령은 ▲인적 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제한 ▲5% 이상 자사주 보유시 보유현황 및 처리계획 공시 ▲자사주 처분 시 처분 상대방, 주가에 미치는 영향 등 기재 ▲자사주 취득, 처분과정에서의 규제 차익 해소 등 제도상 미비점 개선 내용을 포함한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나 시스템적인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펼치는 기업에 대한 기대감 유효할 전망"이라고 평가하면서 "자사주 매입, 소각 관련 계획을 이미 공시했거나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자사주를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자사주 추가 소각 유인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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