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짓는 서울 노원구 '서울원 아이파크'(1856가구)는 지난해 11월 1순위 청약 당시 1414가구 모집에 2만1129명이 몰려 평균 14.9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계약 포기 물량이 발생해 이날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
매력 없는 분양가에 대형사도 철저히 외면
━
서울원 아이파크의 무순위 청약 물량은 총 558가구다. 전용면적 74㎡(3가구)와 84㎡(111가구) 등 중소형 면적도 포함됐다. 전용 105㎡, 112㎡, 120㎡ 등 중대형 면적이 444가구로 대부분이다. 분양가는 ▲74㎡ 약 11억원 ▲84㎡ 약 13억원 ▲105㎡ 약 16억원 등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다른 사업장인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827가구)도 지난달 12일까지 청약 당첨 후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19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최초 청약을 진행한 지난해 5월 208가구를 모집하는 데 1969명이 몰려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됐지만 이후 미계약이 속출했다.
서울 도심에 분양한 대형 건설업체의 미분양은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사태의 가장 큰 배경에는 고분양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근 단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공급받아 수억에서 수십억원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이른바 로또청약의 광풍이 사라진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고금리로 시세가 낮아진 데다 공사비 상승에 분양가는 오르면서 갭이 줄어들거나 신규 분양가가 오히려 더 높아진 역전현상마저 벌어졌다.
한국부동산원의 매매 실거래가 조사에 따르면 서울원 아이파크 부지와 맞닿은 구축 단지 한진한화그랑빌(3003가구) 75㎡의 최근 매매 시세는 7억~8억2000만원이다. 서울원 아이파크의 비슷한 면적(74㎡)은 분양가가 이보다 3억원가량 비싼 약 11억원이다.
84㎡의 경우 한진한화그랑빌의 매매 시세는 7억6000만~8억8000만원에 형성된 반면 서울원 아이파크 동일 면적의 분양가는 5억원 이상 비싼 13억원대다.
대형 면적의 경우 한진한화그랑빌 115㎡ 매매 시세는 9억~10억5000만원이고 이보다 약간 작은 면적인 서울원 아이파크 105㎡의 분양가는 약 16억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역점 사업으로 진행한 대형 프로젝트인 데다 광운대 역세권에 위치한 입지 장점에도 고분양가에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다.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는 최근 8차 임의공급을 진행했다. 지난해 5월 1순위 208가구 청약 이후 94가구가 미달돼 무순위 청약으로 밀려났지만 해가 바뀌어도 청약자들이 외면했다.
이번 임의공급 물량은 총 15가구다. 타입별로 ▲59A㎡ 3가구 ▲75㎡ 2가구 ▲84A㎡ 7가구 ▲84B㎡ 1가구 ▲T84D㎡ 2가구이며 분양가는 7억9220만~11억7170만원이다.
중소형으로 구성된 인근 북한산 두산위브(1·2차 793가구) 시세가 7억2000만~7억80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역시 로또청약을 기대하기 힘든 분양가다.
이밖에 중랑구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은 98㎡이상 면적에서 총 53가구를 모집하는데 21명 청약에 그쳐 32가구가 미달됐다. 해당 면적대의 분양가는 13억5100만~18억2900만원대다.
로또청약 기대감이 낮아진 것과 함께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 여파로 대형 면적의 경우 자금 마련 부담이 커지진 점도 청약자의 관망세가 짙어진 요인으로 분석된다.
━
악성 미분양 증가에 자금 부담 커진 건설업체 울상
━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치솟는 추세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당 분양가는 1428만원으로 전월 대비 0.54% 상승했다. 3.3㎡(평) 환산 시 4712만원으로 사상 처음 4700만원을 넘어섰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원자재가격이 폭등해 기존 분양가로 공사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분양가 논란에 따른 미분양과 함께 완공 뒤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도 건설업체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분양대금 회수에 차질이 생기면 공사비 미지급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지난해 11월 말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4년4개월 만에 최대치인 1만8644가구로 집계됐다. 11월 말 전체 미준양 주택은 총 6만5146가구로 전월 대비 1.0% 감소하며 5개월 연속 줄어든 반면 준공 후 미분양은 2020년 7월(1만8560가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서울 내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523가구에서 603가구로 15.3% 뛰었다.
아파트를 다 짓고도 미분양이 쌓이면서 건설업체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도 커진다. 건설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악성 미분양마저 증가하며 삼중고를 겪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강남은 비싸도 더 오른다는 기대감이 있는 데다 수요 자체가 자금 마련에 부담을 덜 느낀다"며 "반면 비강남은 가격 상승 기대가 낮기 때문에 청약통장 효력의 상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Copyright ⓒ 머니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