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트레이더스가 2023년에 이어 또다시 가품 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는 스투시라는 의류 브랜드 가품이 판매됐는데 몽클레어 가품 사태에 이어 두 번째다. 이마트는 즉각 환불 조치를 결정했지만 일각에서는 환불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품 판매에 대해서 선진국들과 비슷한 수준의 법적 책임 물을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튜브에서 '상자의 신발장사'라는 채널을 운영 중인 A씨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구입한 스투시 맨투맨 티셔츠가 한국명품감정원으로부터 '가품'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30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에서 회색 스투시 맨투맨 티셔츠를 9만9000원에 구입했는데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이 의심돼 한국명품감정원에 진품 감정을 의뢰했다. 해당 맨투맨의 홈페이지 정가는 17만9000원으로 8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감정 결과는 '가품'이었다. 한국명품감정원은 해당 제품에 대해 △로고 마감 △메인 라벨 △케어 라벨 △구성품이 정품과 상이하다며 위조품으로 소견 된다고 밝혔다. A씨가 구매한 제품은 병행수입제품으로 국내 정식 수입업체를 통하지 않고 판매되는 수입제품이다. 유통 경로가 다를 뿐 정품으로 인식되지만 공식적인 유통망을 거치지 않은 만큼 가품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A씨는 본인의 유튜브를 통해 "신세계라는 그룹을 믿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믿고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장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마트측은 "어떤 이유가 됐든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제품과 영수증을 같이 가지고 오면 모두 환불해 주겠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현재 문제 제품 판매를 즉각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단순 환불 대응이 부족하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품 판매는 상당히 무거운 논란인 만큼 그에 걸맞은 조치와 책임이 필요하단 것이다. 특히 가품 판매에 대한 처벌이나 책임이 가볍게 끝난다면 또다시 이런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가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12월에도 고가의 명품 패딩 '몽클레르'가 가품으로 의심돼 회수된 역사가 있다. 당시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병행수입 제품이 가품으로 의심돼 판매된 30개 상품을 모두 회수하고 전액 환불 조치 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이마트 가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내 처벌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처럼 가품을 판매해도 단순 환불로 끝난다면 해당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기 힘들단 설명이다.
실제로 가품 판매에 대한 처벌 수위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솜방망이 수준이다. 국내에서 가품·위조상품 판매 시 상표법 위반으로 간주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이는 최대 처벌 수위며 실형은 더욱 낮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표법 위반 벌금은 2022년 기준 273만원으로 300만원 채 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서초 소재의 한 변호사는 "처벌 수위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사기죄까지 성립이 돼야 하는데 사기죄는 판매자가 가품인 것을 알고도 이를 속이고 구매자에게 판매 시 적용되며 이를 입증하기는 까다롭다"며 "상표법 위반의 처벌은 약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가품 판매는 판매자의 고의성을 논하기 전에 소비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가품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가 발생 시 소비자원에 신고하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가품 판매에 대한 처벌 수위가 상당히 높다. 먼저 가품 판매는 형사범죄로 간주되며 고의성 여부에 따라 최대 200만달러(한화 약 30억원)와 10년 이하의 징역이 선고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가품 판매 처벌 범위를 온라인까지 넓히기 위한 'SHOP SAFE Act'까지 발의된 상태다. 민사적 손해배상은 더욱 막대하다. 먼저 가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소송을 진행하면 막대한 손해배상을 해야한다. 특히 가품을 구매한 소비자 수가 많을수록 배상액은 크게 올라간다.
2차 소송전은 가품의 원본이 되는 브랜드와의 치르게 된다. 이는 진품을 제작하는 기업은 가품을 판매한 업체에 대해 브랜드 이미지 타격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다. 기업을 상대로 하는 만큼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이 이뤄질 수 있다. 2019년 유럽 명품 구두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이 미국 이커머스 아마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게 대표적 사례다. 크리스찬 루부탱은 아마존을 자사의 모조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승소했다. 구체적인 손해배상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 패션업계에서는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품 판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져야만 유통업계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품을 구매하거 판매하는 것은 훔친 물건을 파는 것과 비슷하며 이로 인한 신뢰도 하락을 유통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가품 문제는 원천적인 해결은 힘들지만 처벌 수위를 높여 경고 신호를 주면 어느 정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현재 해당 제품에 대한 가품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이마트 직매입이 아닌 협력사가 매입해 판매한 제품으로 공신력 있는 검증기관을 통해 제품 진위 여부를 확인 중이다"며 "검증결과에 따라 적절한 후속 조치를 시행하고 품질 관리 및 검수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