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 증가 지적···훼손된 기업가치 개선 요구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근거로 ‘훼손된 기업가치 개선’을 들었지만 정작 재무 구조가 취약한 것은 영풍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풍은 고려아연에서 받는 배당 수익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업익을 이어오다가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적자전환 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한국ESG평가원으로부터 우수한 재정상태를 인정받았다. 영풍이 얻고자 한 것은 결국 ‘황금 배당을 낳는 고려아연’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지난해 1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 증가를 지적했다. MBK파트너스는 재무 악화의 이유로 “최윤범 회장이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본업과 무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최 회장이 잘못된 투자로 부채가 늘어나 재무가 악화됐다는 주장이다. 영풍은 “최윤범 회장에 의해 무너진 고려아연 기업경영시스템을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ESG평가원 "고려아연 재무성과 우수"···엇갈린 판단
반대로 최근 한국ESG평가원은 고려아연의 최근 3년간 재무 성과, 투자 지표가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해마다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실현했고 부채비율도 20~30% 수준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배당 성향은 2021년 46.8%에서 2022년 50.9%, 2023년 59.5%로 해마다 늘어났다. 주가수익비율(PER)도 2021년 12배에서 2022년 13.9배, 2023년 19.1배로 개선됐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재무 지표를 비교해 볼 때 기업경영시스템의 악화는 오히려 영풍에서 보인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004년 이후 99분기 연속 흑자·연간 영업이익률 12%대를 달성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2066억원, 영업이익은 1499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매출액은 8조6401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6032억원, 순이익은 4407억원이다.
■ 영풍 누적 영업손실 610억원 vs 고려아연 99분기 연속 흑자
영풍은 지난해 3분기 매출액 6567억원, 영업손실 179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조567억원에서 37.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610억원이다.
영풍은 고려아연 배당 성향 증가의 덕을 톡톡히 봤지만 손실을 메우지는 못했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고려아연이 영풍에 지급한 배당금은 5438억원이다. 2019년을 제외하면 영풍의 연결 기준 영업익은 배당금액보다 적다. (연도별 배당금 ▲2019년 558억원 ▲2020년 710억원 ▲2021년 778억원 ▲2022년 1039억원 ▲2023년 1560억원/ 연도별 영업익 ▲2019년 843억원 ▲2020년 466억원 ▲2021년 –267억원 ▲2022년 688억원 ▲2023년 –1698억원)
■ "배당 통해 현금성 자산 빼갈 것" 주장에 무게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에 크게 증가했다. 영풍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차입금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100%를 넘지 않아(44.6%) 비교적 안정적이다. 현금성 자산은 약 1조70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9%(8967억원) 증가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줄고 현금창출력이 저조할 것으로 보이지만 누적 매출 18.5%·영업이익 30.60% 오른 실적은 만년적자 영풍에게 탐나는 성적표다.
지난 9월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나선 배경으로 자사가 지닌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꼽았다. 배당을 늘려 NH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자금을 상환하고, 더 나아가 배당을 통해 현금성 자산을 빼갈 것이라는 게 고려아연의 주장이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코웨이 인수 이후 배당 성향을 50% 미만에서 60~80%로 크게 높인 전적이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주주환원율은 이미 76.3%로 높은 수준”이라며 “배당을 무조건 늘리기만 하면 되레 기업 경쟁력이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뷰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