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삼성전자는 2024년 4분기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5.18%, 영업이익은 29.19%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각각 10.65%, 130.50% 증가했다.
잠정실적인 만큼 사업부별 실적은 나오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선 4분기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많게는 3조9000억원, 적게는 3조원 수준으로 예상 중이다. 앞선 3분기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메모리 수요가 부진해 ASP가 떨어졌고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도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에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당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전체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성장했다"며 "전체 HBM 사업 내 HBM3E 매출 비중은 3분기에 10% 초중반 수준까지 증가했고 4분기에는 50%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부가 제품인 HBM 판매 비중은 늘린 것으로 추정되나 아직 반도체 사업에서 HBM 매출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범용 반도체 가격도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2.1달러였으나 11월에는 35.7% 감소한 1.35달러에 그쳤다. 당시 가격은 전달보다 20.59% 급락했는데 이는 그해 낙폭 중 최대치였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반도체 재고가 쌓였고 중국 기업이 저가 공세를 펴자 ASP마저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설명자료를 통해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메모리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나 연구개발비 증가 및 선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비메모리(파운드리) 사업은 가동률 하락 및 연구개발비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IT 전시회인 'CES 2025' 현장에서 삼성전자의 HBM과 관련해 "현재 테스트 중이며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기도 하지만 지난해 3월 "삼성전자의 HBM을 테스트 중"이라고 밝힌 바 있기에 삼성전자는 10개월 넘게 아직 엔비디아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셈이다.
이에 업계에선 올해 반도체 실적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과 낸드 가격 가정을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하며 2025년 실적도 하향한다"며 "4분기부터 일반 D램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주요 고객사향 HBM 매출액 개시도 예상보다 지연돼 D램 가격 가정을 기존대비 하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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